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선관위·체육회·경찰·법원·시위대 제각각 방향에 교착 상태
투표함 못 치우고 체육단체들만 피해…봉쇄 풀 명분은 어디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양수연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 이후 4주가 흘렀는데도 송파구 일대 개표소로 사용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봉쇄 시위'는 해소 기미가 없다.
핸드볼경기장을 둘러싼 시위 참가자들은 투표함이 개표를 위해 이 곳으로 옮겨진 지난달 5일부터 1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모든 출입구를 점거해 투표함과 투표지 반출을 막고 있다. 벌써 27일째다.
이들의 결사적 봉쇄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무력한 행정, 법원의 기계적 판단, 정치권과 공권력의 소극적 대응과 맞물려 투표함이 말 그대로 '갇히는' 초유의 교착상태로 장기화하고 있다.
◇ 선관위…'보관 의무'에도 투표함 방치
공직선거법상 투표함 보관 주체는 명실상부 선관위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런 의무를 명목으로만 쥐고 있을 뿐 잠실 개표소와 관련해선 실질적 통제력을 잃어버렸다.
법적 권한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실효적 노력도 없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해체론이 불거진 상태에서 선관위는 잠실 투표소의 투표함을 찾기 위해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시위 양상을 지켜보기만 하던 선관위가 경찰 등에 물품들을 옮기도록 도와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도 지난달 16일로, 봉쇄가 이뤄진 지 12일이 지나고 나서다.
봉쇄 3주여 만인 지난달 26일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이 시위 참가자들과 대화하겠다며 현장을 찾긴 했다.
그러나 신변 안전을 우려한 경찰이 적극 만류하자 결국 발길을 돌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 체육단체들…선관위에 "투표함 빼라"
체육단체들은 관련도 없는 투표지 부족 사태로 그야말로 봉변을 당했다.
경기장은 선거 사무를 위해 선관위가 대여한 것으로, 운영 주체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하지만 공단도 아무 권한을 발휘하지 못하고 상황이 정리되길 기다리고만 있다.
대한체육회를 위시한 체육계는 기자회견을 비롯해 여러 차례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등 업무 정상화를 촉구했다.
체육회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달 22일 선관위에 '투표함을 빨리 빼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으나 1주일 넘게 지났는데도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 정치권·경찰…'참정권 침해 의사표시'에 속수무책
여당도 야당도 잠실 봉쇄시위에 대해서는 그저 지켜볼뿐이다.
참정권을 침해 당한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 이에 대한 강경 대응 자체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서 체육단체들의 경기장 진입을 시위대와 합의했지만, 한 여성이 경기장 문을 붙잡고 약 2시간가량 통행을 끝까지 막아 무산됐다.
경찰 역시 무리하게 진입로를 열 계획은 없다. 현재 초점은 인파·안전 관리 등으로 굳어졌다.
진압 시 충돌로 부상자가 나오면 부각될 정치적 책임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주최 없는 미신고 집회의 집합이라는 특수성도 고려됐다.
경찰은 현장 경찰관에 대한 폭력 등 공무집행 방해 행위와 체육단체 진입방해 등 불법행위는 엄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봉쇄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공공질서 유지 기관이 위법 정황을 적극 시정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 법원…기계적 결정 이후 교착 깊어져
봉쇄 초기엔 법원 결정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개혁신당·자유와혁신 등의 증거보전 신청이 인용됐다면 경기장 내 투표함을 법원이 꺼내 별도 장소에 보관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쇄된 핸드볼경기장 내 투표함 등 물품들에 대한 신청만 모두 기각됐다.
사안을 심리한 서울동부지법 논리는 명료하다.
법령상 선관위가 투표함을 보존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선관위의 '보관 의무'를 기각 결정 전제로 삼았다.
이처럼 기계적 결정이 이어지자 선관위가 상실한 신뢰를 담보할 제3의 기관으로서 법원 역할에 대한 기대도 사라졌고, 이후 현장에서는 교착만 깊어졌다.
◇ 시위대…구심점 없다고 '시민들의 집합'?
시위 참가자들은 최근 무더위 속 체력적 한계에도 경기장 각 입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의 결사적 점거의 배경은 투표함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선거 부정이 생길 가능성을 의심해서다.
이들을 중심으로 재선거 등 정치적 요구가 관철되길 바라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고 합류해 한 달이 다됐지만 여전히 목소리 큰 이들이 체육단체 등의 진입을 막고 있다.
주중에는 60대 이상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보수 세력이, 주말에는 투표용지 부족사태에 분노한 20·30 세대가 시위의 주축이 됐다.
하지만, 한 달가량 지나면서 젊은 층 일부가 홍대 등으로 떨어져 나가고 온라인 활동으로 옮겨가는 등 다변화하는 흐름이다.
특이한 점은 주최 없는 형태를 고수한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스스로 '시민들의 집합'으로 표현할 명분을 유지하나, 구체적 주장을 보면 통일성이 떨어진다.
'재선거'였던 구호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가 됐고, 최근에는 '한미공조 국제수사'를 외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 출구전략 있을까…소통 필요성 대두
이처럼 얽힌 기관의 입장이 각기 다른 만큼 출구전략에 대한 진단도 다양하다.
시위대는 경찰이 강제 해산하지 않는 한 명분이 있어야 봉쇄를 풀 수 있다.
무엇보다 시위대가 원하는 건 '신뢰'라고 한다. 선관위 대신 믿을 만한 주체가 투명한 절차로 투표함 반출·보관을 보장한다면 참가자들도 따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위 초반 1∼2주간 매일 참가했다는 한 20대 남성은 "투표함 반출을 막는 분을 그저 강경 집단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선관위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생각해달라"며 "대화 없이 물리력만 앞세우면 반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화해서 한 발씩 양보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그러기 위한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시위 당사자, 정치권, 이 문제에 불편을 느끼는 분들이 다 모이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pual07@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