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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이권 개입 등 부작용 반복…협치 대신 '발목 잡기' 행태도 지속
민선 9기 지방의회 내달 가동…전문가 "의정활동 개방 확대하고 감시 강화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국 지방의회 의원 3천870명(광역의원 867명·기초의원 3천3명)의 임기가 내달 1일부터 시작된다.
지방의회는 2022년 1월 시행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에 따라 인사 권한이 의장에게 부여되는 등 권한이 확대됐지만, 그 권한을 이권 개입이나 사익 추구 등에 악용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민선 9기 지방의회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지방의원들을 견제하고 이들이 실질적인 의정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의정활동은 뒷전…자리 싸움·사익 추구에 몰두
강원도 고성군의회에서는 2024년 7월 열린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김진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가 구속됐다.
김 의원과 동료 의원들은 2023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현금 200만원과 주류, 털모자 1개를 주고받았다.
김 의원은 증거 인멸을 위해 금품 사진과 대화 내용 등이 저장된 휴대전화를 교체하도록 동료 의원에게 9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2024년 경남도의회에서는 후반기 의장단 후보 선거 과정에서 최학범 의장과 박인 부의장이 동료 의원들에게 각각 장어 세트와 돼지고기 선물 세트를 돌렸다가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당시 각각 의장과 부의장 선거에 출마한 이들이 의장단 선거에서 표를 기대하고 물품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울산시의회에서는 2024년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이성룡·안수일 의원이 3차 투표까지 11 대 11 동률을 기록했고, 선수(選數)에 따라 이 의원이 당선됐다.
하지만 검표 과정에서 이중 기표가 발견돼 선거 무효 논란이 불거졌고,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이 의원은 취임 열흘 만에 물러났다. 이후 223일간 의장 공백 끝에 지난해 3월 치러진 재선거에서 이 의원이 다시 의장으로 선출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인천에서는 조현영·신충식 시의원이 2023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인천시교육청이 추진한 20억대 전자칠판 사업과 관련해 업체 관계자들에게 1억6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당시 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예산 심의 권한이 있었던 이들은 업체 청탁을 받고 시교육청에 예산 반영을 요구한 뒤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의결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지난해 지자체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과 관련해 현역 도의원 9명이 사업자에게 뇌물이나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지난 2월 법원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옥재은 전 서울시의원은 2022년 말부터 약 1년 동안 서울지역 교육 기자재 납품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의혹이 불거져 지난 2월 시의원직에서 물러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정당 다르면 협치 불가…발의 건수 부풀리기도 여전
민선 8기 춘천시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육동한 시장과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시의회가 주요 현안을 두고 잇따라 충돌했다.
시의회는 2024년 집행부의 조직 개편안과 예산결산안을 부결하거나 지난해 춘천시민장학재단 운영과 은퇴자 마을 조성 등 주요 사업 예산 약 20억원을 삭감하며 집행부 역점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세종시의회에서는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소속 최민호 세종시장 공약 사업이 번번이 좌절됐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최 시장 공약인 겨울철 빛축제 개최 예산 4억원이 포함된 추경 예산안 심사를 처리하지 않았고, 결국 빛축제 예산이 2년 연속 전액 삭감됐다.
이후 최 시장은 "한두 번도 아니고 이렇게 발목 잡으면 어떻게 일을 하느냐"며 민주당 의원들을 직격했다.
경남 거제에서는 민주당 소속 변광용 거제시장 핵심 공약인 민생회복지원금 지원을 위한 조례안이 지난해 11월 시의원들 간 이견 속 세 번째 시도 만에 겨우 통과됐다.
거제시의회는 민주당 의원이 7명, 국민의힘 의원이 8명, 무소속 의원이 1명이다.
당초 이 조례안은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로 두 차례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고 무소속 의원이 찬성하면서 가까스로 가결됐다.
부실 입법이나 형식적인 의정 활동들도 시민들 빈축을 샀다.
상당수 지방의회에서는 단순한 띄어쓰기나 용어 변경 등 발의 건수를 부풀리기 위한 편법이 난무하고 시정 질의나 자유발언 등도 형식에 그친다.
대구지역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민선 8기 전반기 2년간 대구시의원들이 총 54차례 시정질의를 했지만, 이 중 39차례는 서면 질의였다.
5분 자유발언도 138회 진행됐으나, 본회의장에서 의원 혼자 발언하는 방식이라 시장이나 담당 공무원과의 질의응답과 논쟁 등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지방의회가 행정부 거수기 역할을 자처해왔다"며 "의원 스스로 정파적 판단에 앞서 의회 고유 역할이 뭔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민선 9기 의회도 '발목 잡기' 우려…"시민 참여 늘려야"
민선 9기에도 '여소야대' 구도가 된 지방의회 등에서는 단체장 발목 잡기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에서는 민선 시정 처음으로 시장 소속 정당과 다른 당이 다수 의석을 가진 여소야대 의회가 만들어졌다.
민주당 소속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다수당인 국민의힘 시의원과 협치를 강조하지만, 조직개편과 예산, 주요 현안 등에서 의회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제기된다.
다수당 횡포를 법이나 제도로 조화롭게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에 전 당선인은 우선 자신의 공약과 시의원 공약 중 같은 내용을 선별해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시의회 역시 여소야대로 구성돼 협치 필요성이 강조된다.
울산시장은 민주당 소속 김상욱 당선인이지만 시의회 권력은 국민의힘이 전체 22석 중 15석을 차지하면서 원활한 협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회도 민주당이 전체 118석 중 80석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과 각종 현안을 두고 갈등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소야대 형국은 아니지만 의장단 구성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 간 힘겨루기도 벌써 시작됐다.
경남도의회는 전체 의원 68명 중 국민의힘 44명, 민주당 23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된 가운데 과반을 점한 국민의힘이 의장직을 가져갈 전망이다.
민주당은 부의장직 2개와 상임위원장직 7개 중 부의장직 1개, 상임위원장직 2개를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과반을 차지하는 국민의힘이 의장단 싹쓸이 시도 움직임이 감지돼 진통이 예상된다.
경남 김해시의회는 전체 25석 중 민주당이 15석을 차지한 가운데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3명을 이미 내정했다.
이를 두고 10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비민주적인 의장단 독식"이라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29일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의정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성을 확대하고 의정활동 검증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광태 창원대 명예교수는 "의회가 주민들 거라고 얘기하지만, 의원들이 상임위 회의에 들어오면 의원들 거라고 생각하게끔 구조가 돼 있다"며 "상임위를 폭넓게 개방하고, 주민들이 직접 들어가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 지방의원은 겸직이 허용되다 보니 자신이 하는 일과 상임위가 같아서 빚어지는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며 "의회 사무국이 보다 검증을 철저하게 해서 다른 상임위로 배정받도록 해야 하고 이후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면 즉각 상임위 배정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영훈 박영서 김용민 허광무 최은지 김준범 김선호 전창해 황재하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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