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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약값에 우는 탈모인들…치료는 미용 아닌 생존의 문제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중증 환자 제쳐두고 지원하는 것이 공정할까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아침마다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내며 한숨짓는 이들에게 탈모는 단순한 외모의 변화가 아니다. 거울 속에 비친 훤해진 정수리는 마음의 병으로 깊어지며 한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현재 원형탈모증처럼 병원 치료가 필수적인 병적 탈모에는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지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노화나 유전성 탈모는 환자가 치료 비용을 모두 직접 내야 한다. 매달 수십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 속에서 이를 건강보험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안아야 할지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탈모를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실질적인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취업과 연애, 결혼 등 인생의 중요한 관문을 지나야 하는 청년층의 경우 탈모로 인해 극심한 자신감 상실과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에게 탈모 치료는 겉모습을 예쁘게 꾸미는 미용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기 위한 생존의 영역이라는 논리다. 고통받는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지출을 분담하는 것은 당연한 복지 제도의 의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그러나 반대편의 논거 역시 완강하며 묵직한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 건강보험 제도의 근본 취지는 생명과 직결되거나 치료비가 엄청나게 많이 드는 중증 질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 암이나 심뇌혈관 질환 같은 중증 환자들을 돌볼 재정도 빠듯한 상황에서 생명에 지장이 없는 탈모 치료까지 보험을 적용해 주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한쪽의 혜택을 늘리면 정작 위급한 환자들이 받아야 할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가뜩이나 건보 재정 고갈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급여 확대는 결국 국민 전체의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타당성과 형평성의 충돌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대안적 접근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모든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혜택을 주기보다는 사회 활동이 왕성하지만,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청년층으로 지원 대상을 좁히거나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의 취약계층에 선별적으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혹은 전면적인 도입에 앞서 특정 범위나 연령대를 지정해 시범적으로 운영해 본 뒤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 만족도를 꼼꼼히 분석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합리적인 우회로가 될 수 있다.
머리카락을 지키는 일은 한 개인에게는 눈물겨운 사투일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공정하고 정의롭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 복잡한 이해관계와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는 내달 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제1차 모두의 토론회를 연다.
이번 오프라인 토론회는 전문가 발표와 학습자료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며 이렇게 수렴된 국민들의 의견은 향후 정책 검토 및 제도 개선 과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정답이 없는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우리가 내릴 선택이 미래 건강보험 제도의 공정성을 가름할 이정표가 될 것이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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