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아파트 교통사고] 안전 사각지대에 반복되는 비극…"매년 42명 사망"

입력 2026-05-31 07:01:00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최근 5년간 단지 내 교통사고 1만5천여건…5년 전 비해 약 16% 증가


사유지로 분류돼 도로교통법 적용 안돼…안전 관리 부실로 사고 빈발

"단지 통행로 도로 정의해 처벌근거 마련" vs "사적 영역 공권력의 과도한 침해"




아파트 단지 내 교통안전시설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대전=연합뉴스) 이동환 강수환 기자 = 최근 울산과 충남 보령의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생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등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와 같은 주거지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명시돼 있지 않아 교통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유지인 단지 내 도로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국가 공권력이 개입해 관리해야 하는지가 지속해서 쟁점이 되면서 실질적인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단지 내 교통사고' 매년 증가 속 5년 연평균 42명 사망…"안전관리 부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는 1만5천건을 넘어서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31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사고 건수는 2021년 2천862건, 2022년 2천881건, 2023년 3천176건, 2024년 3천217건, 2025년 3천316건 발생하며 5년 새 약 16% 늘었다.


단지 내에서 교통사고로 약 1만9천명이 다쳤으며 210명이 사망해, 연평균 42명이 단지 내 교통사고로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난 18일 충남 보령시 죽정동 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A(7)양이 50대 B씨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치여 숨졌다.


A양이 길을 건너던 곳은 횡단보도와 인접했던 곳으로 횡단보도와 그 주변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 3대가 길을 막고 있어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가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3월에는 울산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학원 차량에서 내려 도로를 건너려던 8세 여아가 단지 내부로 진입해 직진하던 SUV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아파트 사고 현장에 놓인 국화꽃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전북 정읍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길을 걷던 70대가 음식물 수거 트럭에 치여 숨졌고, 2024년 10월에도 광주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하교 중이던 초등학교 1학년생이 후진하던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광주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아파트 단지 내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연석이 치워진 상태였고 수거 차량 운전자는 동료 작업자 없이 혼자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점차 늘고 있지만, 공동주택 자체 안전 관리는 이에 비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령 사고의 경우는 불법주정차 차량이 화근이었고, 광주는 차도·인도를 구분해주는 시설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이들 사고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가 부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충남경찰청 이장선 교통조사계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단지 아파트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만큼 단지 내 도로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아파트 자체적으로 불법주정차나 교통 안전시설에 대한 관리를 소극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리 주체인 아파트에서 교통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어린이 보행 밀도가 높고 놀이공간과 차도가 혼재해 있어 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사고 위험이 크지만,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안을 교통사고 위험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장선 계장은 "거주민조차 단지 내 도로에 대한 안전 의식이 떨어지면서 어린이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고 실제로도 어린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단지 내 도로가 위험하다는 주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단지 내 과속방지턱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유지 개념인 '단지 내 도로'…도로교통법 적용 어려워 사각지대


공동주택단지 내 도로는 사유지로 분류돼 교통사고 발생 시 도로교통법상 형사적 처벌 및 행정 제재에 어려움이 있어 문제로 지적돼왔다.


도로교통법상 '도로'는 '불특정 다수 또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 있는 곳'을 의미한다.


대부분 출입 차단기가 설치돼 있어 입주민 외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어려운 단지 내 도로는 도로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곳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아닌 일반적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고, 중앙선 침범·신호 위반·주정차 위반 등 '위법'을 저질러도 도로교통법상 형사 처벌이 어렵다.


단지 내에서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가 도로교통법상 형사 처벌을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 법 감정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단지 내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실상을 반영, 도로교통법상 도로의 범위에 '단지 내 도로' 개념을 추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른다.


그러나 법 적용을 두고 사유지 등 사적 영역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장한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에 "모든 사유지에 국가 공권력이 개입해서 국가가 사유지 교통 관리까지 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과한 사적영역 침해가 될 수도 있다"며 "공권력이 미치는 도로교통법보다는 교통안전법이나 공동주택관리법을 통해 단지 내 도로 교통관리가 자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더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내 과속방지턱

[연합뉴스 자료사진]


교통약자를 위한 보호구역을 지정해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대단지 아파트를 기준으로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입법 개정을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차량 통행량이 많은 5천세대 이상 규모의 대단지 혹은 단지 내 마을버스가 오가는 단지 등 일정한 기준을 정해 대단지는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도록 하거나 교통약자가 많이 오가는 곳만이라도 보호구역을 지정해서 관리될 수 있게 부분적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swan@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