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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유지는 '제도운영' 법적근거 때문…기본권 침해 계속하란 뜻 아냐"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고인을 부양한 자녀 등의 기여분을 유류분(遺留分) 산정에 반영하지 않은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도 '개선 입법 전'이라며 그대로 적용해 판결한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깨졌다.
헌재가 위헌성을 확인하면서도 일정 시한까지 법 조항의 적용을 이어가게 한 것은 제도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필요했기 때문이지, 위헌적 부분까지 계속 적용해 기본권 침해를 유지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고(故) A씨의 자녀들이 홀로 A씨의 재산을 물려받은 형제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B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툼은 형제자매들 간 상속 분쟁에서 시작됐다.
A씨는 사망 전 아들 B씨에게 건물 지분을 넘겨주고 부동산과 예금계좌 예탁금 등 금융재산 일체를 유증(유언으로 재산을 증여)했는데, 나머지 자녀들이 자신들 몫의 유산을 달라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고인이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을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겼더라도 나머지 가족 개개인에게 일정 비율만큼은 반드시 재산을 물려줘야 하는데, 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1심에 이어 2심도 B씨가 일정 비율의 유산을 형제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판단해 2023년 2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헌재는 2024년 4월 고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기여상속인이 기여 대가로 받은 재산을 비기여상속인에게 반환해야 하고, 기여상속인에게 보상하려 한 피상속인의 의사를 부정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다만 법적 안정성을 위해 단순 위헌 선언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5년 12월 31일까지 기존 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이후 B씨가 청구한 재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의 범위가 쟁점이 됐다.
B씨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민법 1118조를 토대로 기존 재판이 진행됐으므로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재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구고법은 2024년 9월 B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 결정 이후 개선 입법 시행 전까지는 문제의 법률 조항이 계속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민법 유류분 조항 개정안은 올해 3월에서야 국회에서 통과됐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에 나타난 구법 조항의 위헌성, 헌법불합치 결정 및 잠정적용의 이유 등에 의하면 헌재가 일정 시한까지 구법 조항의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유류분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계속 유지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법 조항에 의해 기여분과 유류분이 단절돼 기여상속인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는 데 따른 기본권 침해를 개선입법 시행 시까지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을 당장 없애면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해당 조항을 계속 적용하라고 했지만, 그 조항에서 '기여분을 반영하지 않은 부분'은 적용중지 상태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올해 3월 개정된 민법 조항이 B씨 사건에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B씨가 소송 중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이 다른 사건들과 병합해 2024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이어진 만큼 해당 결정의 소급효가 미치고 재심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개정 민법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에 대한 유류분 반환 청구를 제한하고, 패륜 행위 등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의 상속권도 제한한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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