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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석탄일의 '힙한' 진화… MZ 사로잡은 부처님 '생신 카페'

입력 2026-05-24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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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존 인증샷부터 팝업스토어까지…쑥라떼 마시며 등신대와 셀피




부처님 생신 카페 내부 모습

[촬영 정윤주]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불기 2570년 부처님 오신 날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


절 안에 마련된 '부처님 생신 카페'에는 2030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처님 생신 카페는 아이돌 팬덤의 '생일 카페' 문화를 차용한 행사다. 아이돌 팬덤이 카페를 빌려 사진과 포스터로 꾸미고 굿즈를 파는 문화에서 착안한 것으로, 올해로 3년째다.


연화사 주지 묘장 스님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난사회복지전문기관 '더프라미스(the promise)' 사무실이 있던 '팝업스토어의 성지' 서울 성수동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묘장 스님은 "성수동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팝업스토어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좋아하는 사람의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며 생일을 축하하는 문화라는 걸 알고 부처님 오신 날도 이렇게 기획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왕관을 쓴 부처 등신대와 케이크·과일 모형으로 꾸민 생일상이 먼저 눈에 띄었다.


벽면에는 여느 아이돌 생일 카페처럼 부처 포스터와 가랜드 장식이 가득 걸렸다.


방문객들은 등신대 옆에서 하트 포즈를 취하며 인증샷을 찍었다.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은 최서연(26) 씨는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친구와 함께 왔다"며 "종교라고 하면 심오하고 엄숙할 것 같은데, '생카' 컨셉이 재미있고 친근하다"고 말했다.




부처님 생신 카페 굿즈

[촬영 정윤주]


굿즈 진열대에도 구경하려는 청년들이 몰렸다.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고요하게 지금 여기', '내려놓음은 포기가 아니라 자유다…' 등 글귀가 적힌 '마음챙김 스티커부처'와 '부처님 손은 약손' 등 문구가 적힌 일회용 밴드가 인기였다.


연화사 관계자는 "'붙이다'는 뜻의 '붙여'와 '부처'를 결합한 언어유희를 담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부처님 생신 카페는 매년 메뉴와 굿즈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첫해에는 커피 등 일반 음료를 판매했고 지난해에는 시그니처 메뉴인 '연꽃초코라떼'를 도입했다. 올해는 쑥 음료 유행을 반영해 '연꽃쑥라떼'를 새로 선보였다.


대다수 방문객은 연꽃초코라떼와 연꽃쑥라떼 등 시그니처 음료를 시키고 '셀피'를 찍었다.


대만에서 온 서울과학기술대 교환학생 로광치(26) 씨는 "작년에는 예수생일카페에 갔는데 이번에는 '스레드'에서 보고 오게 됐다"며 "생일상 장식도 재미있고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 같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부처님 생신 카페 전경

[촬영 정윤주]


최근 불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힙하고 친근한 종교'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방문객 약 25만명 중 81.7%가 MZ세대였고, 국제선명상대회 참가자 약 5만명 중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이런 분위기에는 불교가 비교적 강한 소속감이나 종교 활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명상과 참선 등 수련으로 개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이정은(26) 씨는 "만약 다도를 하거나 수양을 해야 했다면 안 왔을 것 같은데 아이돌 '생카'처럼 꾸며져서 부담 없이 방문했다"며 "불교가 학문처럼 '내려 놓으라'는 가르침을 줘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묘장 스님은 "청년들에게 친구들과 나눠 가지라며 스티커 굿즈를 10개 주겠다고 하면 대개 필요 없으니 하나만 가져간다"며 "소유보다는 소소한 기쁨을 원하고 내면을 가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려는 세대"라고 말했다.




부처 등신대 앞에서 하트 모양 사진 찍는 묘장스님

[촬영 정윤주]


묘장 스님은 부처님 생신 카페 외에도 미혼 남녀를 짝지어주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나는 절로'를 총괄했다. 학생들에게 절밥을 무료로 제공하는 '청년밥심(心)' 프로그램과 불교 콘텐츠 제작 공간 'MJ 스튜디오'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연화사는 부처님오신날 크리에이터들과 '부처님 미리 오신 날 팝업스토어'도 운영한다. 미니 불상, 힐링 팔찌, 목탁, 티셔츠 등을 구매하고 묘장스님과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행사다.


묘장 스님은 불교의 가르침 중 하나인 '제행무상(諸行無常·사물은 늘 돌고 변해 한 모양으로 머물지 않음)'을 언급하며 "'모든 것은 변한다'는 가르침을 잊지 않고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싯다르타는 부처로 성불한 후 '다들 마음속에 부처가 있는데 찾지 못해 밖으로 헤매더라'고 하셨다"며 "부처님 오신날에 가까운 절을 찾아 내 안에 있는 부처의 성품을 찾아보면 좋겠다"고 했다.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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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4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