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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장발장]②생활비 33만원 때문에 범죄자 전락…'저신용 굴레'

입력 2026-05-17 06: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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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부양 가장·자녀 여섯 수급자…일도 대출도 어려운 극단 빈곤





[양수연 제작. 구글 나노바나나 생성]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양수연 기자 = "어린 자녀가 둘이라 와이프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와이프를 두고 노역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그 누구보다 절실합니다."


장모(29)씨의 피 끓는 호소는 정상적인 금융 시장에서 배제된 '저신용 청년'이 겪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몸이 아픈 자신은 물론 막내 아이의 병원비가 절실했지만, 과거 지인에게 진 빚으로 사기죄 처벌을 받은 전력 탓에 은행은 물론 주변에서 돈을 융통할 수 없었다.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장씨의 눈에 띈 것은 휴대전화에 뜬 '대출이 안 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광고였다.


상대방은 저신용자 대출에 담보가 필요하다며 선불 유심(USIM) 개통을 요구했다.


당장 몇만원이 급했던 장씨는 신분증 사진을 넘기고 통신업체 인증에 응해 6개 회선을 내준 대가로 48만원을 받았다.


결과는 참혹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심을 제공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이다.


근로 능력을 잃고 부모와 단절된 채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가족을 부양하던 장씨에게 노역장 유치는 한 가정의 해체를 의미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가 장씨와 같은 청년 장발장의 대출신청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챙긴 실질적 '범죄 수익'은 그들이 받은 처벌에 비해 미미했다.


가령,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여성 이모(23)씨는 생활고를 겪으며 2024년부터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는 3개의 죄목을 연달아 짊어졌다.


그가 중고 사기와 대포통장 3개, 유심 제공 등을 통해 얻어낸 총수익은 33만원이다.


하지만 '안 쓰는 계좌를 10만원에 사겠다'는 업자 말에 속은 대가로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붙잡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씨의 대출신청서에는 벼랑 끝 빈곤층의 무너진 판단력과 돌봄 공백의 공포가 적나라하게 담겼다.


그는 "남편은 일용직을 전전하고 난 아기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해 돈이 없어 대출을 알아보다 속았다"며 "노역장에 가면 아기를 돌볼 사람이 없다"고 적었다.


여섯 명의 자녀를 둔 기초생활수급자 또 다른 이모(36)씨 역시 지난 2022년 당장 입에 풀칠할 생활비가 필요해 60만원을 받고 유심 6개를 업자에게 넘겼다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 또한 장발장 대출 신청서에 "아기들을 봐줄 사람이 없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장발장은행 대출심사 회의 모습

[인권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사법부는 이들의 미미한 범죄 수익이나 극단적 생활고에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대부분 판결문에서 법원은 "범죄 연루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금전적 대가에 끌려 계좌나 유심 등을 제공했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다.


현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사법부의 획일적 잣대와 다르다.


이동우 장발장은행 대출심사위원(변호사)은 법리적 단죄와 벼랑 끝 청년들의 현실적 상황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게 아니냐고 따질 수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신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출받는 데 도움이 된다', '신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등의 접근이 (범죄) 미끼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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