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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만 메호 교수 인터뷰…"대학들, 역량 강화 대신 '지표 수확'"
"연 1회 방문·원격 공저? 진정한 교원 아닌 컨설팅…시스템 훼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대학이 이전엔 자체 역량을 쌓았다면 지금은 '지표를 수확하는 방향'으로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가 목격하는 현실입니다."
글로벌 연구윤리 전문가이자 세계적 계량서지학자인 로크만 메호(Lokman Meho) 베이루트 아메리칸대 교수는 6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 대학들이 글로벌 랭킹을 올리기 위해 '학술 용병'을 동원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관행이라는 핑계로 용납돼서는 안 될 '비신사적 반칙'이라 일침을 가한 것이다.
메호 교수는 전 세계 연구물이 게재되는 학술 데이터베이스 분석의 권위자다. 특정 논문에 부정이 없었는지 측정하는 연구진실성위험지수(RI²) 지표를 개발하기도 했다.
◇ 문어발 소속·학술 용병 정황에…"대학들, 순위 없었다면 이랬겠나"
메호 교수는 2010년대 들어 대학 평가기관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학계에 거대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평가기관들이 '국제 협력' 지표를 강조하자, 대학들이 자체 연구 역량을 기르는 대신 외국 다작 연구자와 손쉽게 연결될 방법을 찾을 유인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런 외부 영입 전략은 대학에 두 가지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영국 QS 평가가 '국제 연구 네트워크(IRN)' 항목을 중시하는 것처럼 랭킹 산정에 필수적인 국제화 지표가 즉각 개선된다.
동시에 연구자가 학술 데이터베이스의 '소속 병기' 허점을 이용해 대학의 논문 실적을 부풀려 준다. 평가기관들은 논문에 소속처가 여럿 적히면 해당 기관 모두의 연구 성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연구자가 여러 대학에 적을 두는 '문어발 소속' 현상과, 대학이 객원 형태로 외부 학자를 다수 유치해 학술성과 지표를 챙기는 '학술 용병' 현상이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리며 퍼져나갔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메호 교수는 "이런 상황이 10∼20년 이어지자 '측정 가능한 성과'를 놓고 기관끼리 경쟁도 심해졌다"며 "한때는 연구자의 다중 소속이 진지한 학술 교류를 뜻했으나 최근엔 (학계 내) 가시성을 높이려는 기관 전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대학들의 행태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메호 교수는 "'순위와 지표가 없었다면 이 관행이 나타났을까?' 대답이 '아니오'라면 (대학의) 그 행동은 과학에 대한 이유보단 (랭킹에 따른) 인센티브로 인해 주도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베이루트 아메리칸대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 "학술 용병이 관행? 반복되면 학계 시스템 공정성 훼손"
학자는 문어발 소속으로 개인의 명망과 금전적 이득을 챙기고, 대학은 이들이 산출하는 지표상 이점으로 학계 내 영향력을 넓히는 행위는 명백한 '시스템 기만'이라는 것이 메호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이 관행이 기술적으론 허용될 수 있으나 학계 투명성·책임성·신뢰에 대한 우려는 커진다"면서, 이를 '의심스러운 연구 관행(Questionable Research Practices·QRP)'으로 규정했다. 명백한 데이터 위조 등과는 결이 다르지만, 시스템의 맹점을 악용하는 행위라는 뜻이다.
메호 교수는 "표절이 스포츠의 도핑과 같다면 QRP는 테크니컬 파울(비신사적 행위에 주어지는 반칙)에 가깝다. 반복되면 학계 시스템의 공정성과 의미가 훼손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실질적 소속이 성립하려면 연구 협력이 지속적이고, 교육·학생 지도·학사 행정 등 대학 핵심 기능에 뚜렷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년에 한 번 며칠 정도 방문하고, 2년에 한 번 원격으로 (해당 대학 전임교원과) 공동 저자가 되는 경우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진정한 교원이라기보단 컨설팅 관계에 더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메호 교수는 구체적인 '꼼수'의 패턴으로 ▲ 대학에 미미한 기여를 해놓고 논문엔 소속 기재 ▲ 지표 상승을 위한 과도한 자기 인용 ▲ 기관 영향력을 부풀리기 위해 고안된 전략적 저자 구성 등을 지목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기사와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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