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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보에 취소 '법적 근거'만 밝혀…구체적 설명없어 '국민 알권리' 부족 지적
최근 포상 박탈된 독립운동·국가안전 유공자 24명도 설명 부재 마찬가지
"공적 판단 최소한 설명 필요", "유족 사생활 침해 우려" 의견 공존

(서울=연합뉴스) 국가보훈부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상설전시공간에서 '광복, 영광 그리고 남겨진 훈장'을 주제로 이재명 지사(1962년 대통령장)와 장인환 지사(1962년 대통령장) 등 독립유공자 16인의 훈장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전시회 모습. 2026.4.2 [국가보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정부 포상이 취소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포상을 줄 때와 달리 구체적인 취소 사유는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 논란이 제기된다.
5일 정부에 따르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취소된 정부포상은 모두 833건이다.
이 가운데 독립유공 관련 정부포상 취소는 올해 3월까지 누적 96건으로 집계됐다. 훈격별로는 건국훈장 74건, 건국포장 7건, 대통령 표창 15건이다.
최근에도 일부 독립유공자 포상이 취소되며 '허위 공적'이 확인됐다는 이유가 제시됐지만,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국가보훈부가 관보에 게재한 올해 1월 20일 자 독립유공자 포상 취소 사례를 보면, 국내 항일·3·1운동·광복군 활동 등으로 공적이 인정됐던 김동식·구찬회·김낙서 등 13명의 건국훈장·건국포장·대통령표창의 박탈 사실은 알리면서도 그 사유는 모두 '상훈법 제8조 제1항 제1호'로만 기재됐다.
해당 조항은 서훈 대상자의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공적이 문제였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포상 취소 사유에는 해당 인물의 행적 등이 포함될 수 있다"며 "이를 공개할 경우 고인이나 유족의 간접적인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어 대외적으로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이 같은 '사유 비공개' 관행은 다른 정부 포상 취소 사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국가정보원 역시 지난 1월 20일 자로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 등에서 근무하며 '국가안전보장 유공'으로 포상받았던 인물 11명의 훈장을 취소하면서 동일하게 '상훈법 제8조 제1항 제1호'만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이 사례의 경우 과거 간첩 조작 사건 등 인권침해와 관련된 공적이 문제 된 것으로 알려져 일정 부분 취소 배경을 짐작해볼 수는 있다.
예컨대 김해영 전 중앙정보부 감찰실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구로농지 사건' 수사·소송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으나, 해당 사건이 수사 과정에서 구타와 고문 등 인권침해가 자행된 사례로 재평가되면서 이번에 서훈이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공적이 문제로 판단됐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이나 심사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고인과 유족의 권리를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정부포상은 단순한 명예를 넘어 국가유공자 예우와도 직결되는 만큼 보다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유공자법에 따르면 건국훈장·보국훈장 수훈자는 본인 또는 유가족의 신청과 심사를 거쳐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보훈 혜택의 대상이 된다. 독립운동의 공로로 건국훈장, 건국포장 등을 받은 경우도 독립유공자법에 따라 예우받는다.
이처럼 사회적·법적 의미가 큰 포상이 취소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유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제도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순히 '허위 공적'이라고만 밝히는 방식으로는 당초 포상 기준, 이유 등이 드러나지 않아 공적 판단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해리 제작] 일러스트
또 정부가 포상을 수여할 때는 공적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성과를 강조하는 반면, 취소 시에는 법 조항만 제시하는 등 최소한의 사유만 밝히는 데 그치고 있어 정보 공개 수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실례로 행정안전부가 2024년 7월 배포한 '지자체 적극행정 유공포상' 보도자료에서는 수상자의 주요 공적을 별도 자료까지 첨부해 상세히 공개한 바 있다.
관보에 게재하는 특정인의 포상 취소 공지만으로는 도대체 무슨 사유로 포상이 취소되는지 알 수 없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민 알권리'를 충족해야 할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사생활 보호와 공적 검증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인의 민감한 정보는 제외하되, 공적과 직접 관련된 사실관계는 공개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황선익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는 "상훈 취소는 법적 분쟁 등 후속 문제가 뒤따를 수 있어 상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공적 조서 중 어떤 항목이 거짓 공적으로 판단됐는지 정도는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훈 취소 상황을 보다 명확하고 장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며 "그래야 포상을 수여하고 취소하는 조치의 무게를 제대로 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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