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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QS 평가 지표 변경에 폭락…'국제네트워크'가 돈줄·생명줄
"진짜 문제는 랭킹 매기기"…'1억 제안' 거절 네덜란드 학자의 일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이의진 이율립 양수연 기자 = 학술 실적을 올리려 외국 연구자를 영입해 활용하는 전략이 국내에 상륙한 배경에는, 거대 상업 자본이 쥐고 흔드는, 어느새 권력화된 '세계대학평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년 전만 해도 국내 대학가엔 상업적 랭킹 평가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으나, 결국 랭킹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과정에서 해외 연구진과의 교류 협력이 늘어나는 순기능도 있지만 일각에서 '학술 용병'으로 인식되는 우회로로 적응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전국 52개 대학 기획처장은 지난 2023년 6월 25일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에 전격 불참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그해 순위 발표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 '국제화 지표'의 역설…'공동성명' 비판했지만 극복 못해
당시 52개 대는 "한국 대학은 올해 QS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제외되길 원한다"며 "QS가 순위를 발표하는 경우 향후 한국 대학들은 데이터를 내지 않고 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QS가 새롭게 도입한 평가 방식이 철저히 영어권 대학에만 유리하게 설계돼 불공정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그해 QS는 '국제 연구네트워크(IRN)', '지속가능성' 등의 새 지표를 기습 도입했다. 한국 대학들은 갑작스레 외국 대학이나 기관과의 협력 횟수를 늘려야 하는 생존 과제를 떠안게 됐다.
하지만 엘스비어의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를 기반으로 지표를 기계적으로 산정하는 랭킹 시스템상, 대학들의 보이콧 의사와는 무관하게 순위는 예정대로 강행 발표됐다.
공동성명 이틀 뒤 발표에서 서울대는 12계단 하락한 41위로 주저앉았고, 연세대와 고려대도 각각 76위·79위로 3·5계단씩 밀려났다. 중앙대, 이화여대 등 다른 대학들의 하락 폭은 100계단을 훌쩍 넘겼다.
대학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평가기관이 권위를 매개로 삼아 대학을 상대로 영리를 취한다는 구조적 모순이다.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선 순위를 올리려 QS, THE(Times Higher Education) 등 평가기관으로부터 수천만원짜리 유료 컨설팅을 받거나 광고비를 집행했다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대학들은 당시 평가 지표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 랭킹이 부른 글로벌 아카데미즘의 명암
문제는 랭킹 기관이 '국제화'를 강조하면서, 대학들로선 질 좋은 논문도 '국제 연구'의 외피를 쓰지 않으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연구부총장은 "좋은 학술지에 수준 높은 논문을 내면 그에 비례해 피인용 수치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영어권 국가와 반대 상황"이라며 "인용되려면 공동연구에 많이 참여해 연구자의 가시성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피인용 수치가 높고 이미 방대한 자체 네트워크를 보유한 해외 다작 학자를 외부에서 데려오면, '국제화 지표'와 '학술 실적'이 동시에 오르는 일석이조의 상황이 펼쳐진다.
대학평가의 '소속 병기(중복 산정)'를 고리로, 연구자는 소속처를 늘리고 기관은 이들에게 교원 자격을 부여해 지표상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과열된 랭킹 경쟁의 부작용은 외국 학계에서도 공분을 사고 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의 얀 빌럼 판흐루닝언(Jan Willem van Groenigen) 교수는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연구자가 소속 기관으로 무엇을 기재하는지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다"며 "진짜 문제는 대학과 연구자의 순위를 매기는 경향"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9년 사우디 대학으로부터 7만 유로(약 1억원)의 뇌물성 연봉 제안과 함께 데이터베이스에 자교를 소속처로 둔갑시켜 달라는 은밀한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한 바 있다. 그는 "사우디 대학의 목표도 아마 순위였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학들도 이런 부조리를 알고 있지만, 순위가 곧 신입생 모집과 정부 연구비, 대외 평판 등 대학의 생사여탈과 직결된 한국의 현실에서 세계 랭킹을 무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대학평가 산업에 정통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인지도가 낮은 대학이 높은 곳을 추월할 수 있는 건 숫자로 나타나는 직관적인 랭킹뿐"이라고 전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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