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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성과 매몰된 바닥치기 경쟁"…'학술 용병' 비판
한국연구재단 최근에야 경고…"기관 차원의 규제 시급"

[정연주 제작]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이의진 이율립 양수연 기자 = 국내 주요 대학들의 '학술 용병' 논란의 핵심인 초다작·고인용 학자들의 복수 소속 기재 관행은 글로벌 학계에서 '문어발 소속(Octopus Affiliations)'으로 불리며 비판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 명의 연구자가 문어처럼 여러 기관에 발을 담근 채 논문에 소속처를 동시 병기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일컫는 표현이다. 이를 통해 대학은 학술 성과를 챙기고, 학자는 명망과 경제적 이득을 얻어왔지만 결국 학술 생태계 전체를 교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 "바닥치기 경쟁"…'문어발 소속' 외국서 먼저 경고
2020년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토메트릭스(Scientometrics)에 '문어발 소속' 관행을 직격하는 논문을 발표했던 프랑스의 독립 서지학자 칼레드 무스타파(Khaled Moustafa) 박사는 1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런 관행들이 신중하게 다뤄지지 않으면 학문 연구의 질과 정당성, 결과물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무스타파 박사는 세계대학평가 순위 등을 의식한 학술기관이 실적을 높이고자 하는 유인에서 벗어나기 힘든 환경에서는 다중 소속 교원을 통해 연구 영향력을 키우는 상황이 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합뉴스가 취재한 연세대·고려대의 해외 교류 연구진 가운데 일부 '학술 용병' 실태가 자신이 지적한 '문어발 소속처'와 일치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는 학문적 환경을 왜곡하고 연구 평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약화한다"며 "연구의 완성도보다 양과 가시성을 우선하는 이른바 '바닥치기 경쟁'을 만든다"라고 직격했다.
다만 외국에서 먼저 이 문제를 지적한 학자들도 '문어발 소속'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여전히 풀지 못한 난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무스타파 박사는 "연구 부정 행위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소속 및 지표 '조작'은 여전히 대부분 미해결 상태"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려대·연세대 제공]
◇ 韓 학계는 생경한 '문어발'…"소속 표기 원칙부터 만들어야"
국내에서는 '문어발 소속'의 개념이 지난달 발간된 한국연구재단의 '학술 연구의 저자 표시 관련 주요 이슈 고찰'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소개됐다.
연구재단은 보고서에서 연구가 실제 수행된 기관을 식별하기 위해 논문에 소속을 표기하는 만큼, 거리가 멀거나 소속 국가와 다른 복수 기관을 동시에 병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학계는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체로 생경한 반응을 보인다. 중복 표기로 연구 성과를 부풀려 학술 생태계가 불투명해지는 문제에 대한 연구윤리 차원의 인식이 약한 실정이다.
서지학 전문가인 박진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은 연합뉴스에 "국내 학계에서는 다중 소속 여부를 필터링해 기관 연구 실적을 평가하는 사이마고(SCImago) 등 일반적인 연구 진실성 지표에 대한 저항도 상당한 편"이라고 전했다.
대학들이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양적 실적 지표를 넘어서는 '연구의 진실성'을 차마 따져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문어발 소속처 관행이 더 번지기 전에 최소한의 룰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위원회 전문위원인 황은성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실질적인 학술 교류가 이뤄지고 있지 않음에도 소속을 병기하는 건 연구 지표의 왜곡"이라며 "소속 표기에 대한 원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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