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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이름값 하려면…중증·응급환자 끝까지 책임져야

입력 2026-03-27 0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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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 규정 개정안' 행정예고…치료 역량 강화에 초점


중환자실 전문의 상주 기준 구체화하고 지역별 의료 불균형 해소 나선다




경실련, 상급종합병원 비급여 실태 분석 발표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열린 상급종합병원 외래ㆍ입원 비급여 실태 분석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17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몸이 아주 많이 아플 때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바로 상급종합병원이다. 서울 시내 5대 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이상 가나다순) 등 이른바 '빅5' 병원을 포함해 국가가 공인한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들이다.


앞으로 이 상급종합병원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가 한층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보건의료당국이 단순히 규모가 큰 병원이 아니라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잘 고치고 지역 의료의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하는 병원을 선별하기 위해 평가 잣대를 큰 폭으로 손질하기 때문이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 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병원이 중증 환자와 응급 상황에 얼마나 진심으로 대응하는지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맞춰져 있다. 단순히 환자 수가 많은 병원이 아니라 진짜 실력 있고 책임감 있는 병원을 고르겠다는 의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에 대한 기준이다. 개정안은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는 하루 8시간 이상, 일주일에 5일 이상 반드시 중환자실에 근무해야 한다. 특히 전문의가 중환자실과 가까운 곳에 상주하며 근무 시간 동안에는 다른 업무를 병행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다만 외래진료의 경우 환자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하루 4시간, 주 2일 이내로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만약 전담 전문의가 자리를 비울 때는 반드시 업무를 대신할 전문의를 지정해야 하며 이 비율이 전체 근무일의 3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는 중환자실의 진료 공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병원들이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를 따지는 진료권역 설정도 바뀐다. 현재는 특정 지역에 상급종합병원이 몰려 있어 지방 환자들이 서울까지 먼 길을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환자들이 실제로 병원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분석해 전국을 서울권, 인천권, 경기권, 강원권 등 14개 권역으로 세분화했다. 이렇게 권역을 나누면 지역별로 병원이 적절히 분포하게 돼 지역 간 의료 공급의 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서도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평가 점수를 매기는 방식도 달라진다. 우선 의료서비스 수준 평가에서 예방적 항생제를 써야 하는 수술 항목에 혈관 수술과 인공심박동기 삽입술이 추가됐다. 감염 예방 등 환자 안전을 더 꼼꼼히 보겠다는 의미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이 가벼운 질환을 가진 외래 환자들로 붐비는 현상을 막기 위해 외래 환자 비율 지표는 아예 삭제했다. 대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증 질환 환자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 그리고 증상이 가벼운 환자를 인근 동네 병원으로 얼마나 잘 돌려보내는지에 대한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제는 감기 같은 가벼운 병으로 큰 병원을 찾는 환자보다 수술이나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집중하는 병원이 더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공공성에 대한 평가 항목은 공공성 및 중증 응급의료라는 이름으로 변경된다. 단순히 공공 기여를 했는지를 넘어 실제 응급 상황에서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를 보겠다는 의미다. 중환자실과 음압격리실 병상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물론이고 지역 내 소아 응급 환자를 얼마나 책임졌는지, 중증 환자에 대한 최종 치료를 실제로 얼마나 제공했는지가 새로운 평가지표로 들어왔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진료 대란을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직접 반영해 병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간호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간호사 한 명이 돌보는 환자 수가 적을수록 환자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점을 고려해 간호사 1인당 입원 환자 수 기준을 강화했다. 또한 신입 간호사나 교육생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육 전담 간호사를 얼마나 배치했는지도 점수에 반영한다. 이는 의료진의 숙련도를 높여 결국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가점 항목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희귀질환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나 간호대학 학생들에게 실습 기회를 넉넉히 제공하는 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나 권역외상센터 같은 공공의료 유관 센터를 운영하는 병원에는 추가 점수를 준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병상 증설 사전 협의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병상을 늘린 병원에게는 5점이라는 큰 감점을 부여해 정부의 의료 정책 방향에 협조하도록 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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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7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