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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승 전 ADD 소장 "오래전부터 극초음속 핵심기술 개발 추진"
"고위력 미사일 현무-5, 비핵국가의 가장 현실적인 억제전략"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박종승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5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을 역임한 박종승 한국항공대 석좌교수는 최근 최초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국산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GV)에 대해 "북한 방공망 돌파를 위한 수단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전 소장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공교롭게도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방어망을 구성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 북한의 방공망이 취약할 당시에는 이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지만, 북한이 대러 협력으로 방공망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한국 입장에서도 대응 수단 필요성이 커졌고 극초음속 미사일로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취지다.
◇ "HGV는 형상설계가 관건이었다…개발완료까지 반복 비행시험 필요"
정부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ADD 안흥시험장 해상 바지선에서 우리 기술로 개발 중인 HGV를 최초 시험발사했다. 청와대는 활공비행체가 저고도로 강하해 자유롭게 궤도를 변경하는 불규칙 활공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극초음속 미사일 핵심 기술 확보에 성공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시험발사 이후 전력화까지는 통상적 사례를 봤을 때 3∼4년가량 걸릴 것으로 박 전 소장은 예상했다.
그는 이번 발사를 통해 "기술은 확보됐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개발 완료까지는 반복 비행 시험을 통한 성능 검증과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통상적으로 집중해 개발할 경우 (전력화까지) 4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관한 국방과학연구소의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최초 시험발사 모습. 2026.10.9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베일에 싸여 있던 우리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과정에 대해서는 극초음속 환경 활공에 최적화된 '형상설계'가 관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술 난이도가 높은 HGV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마하 5 이상 극초음속의 비행 환경에서 활공하기에 적합한 최적의 형상설계 기술과 초고온 비행 환경에 견딜 수 있는 내열복합소재 및 내열 구조설계 기술 등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고난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다양한 활공체 형상에 대한 연구와 핵심 기술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활공 형상을 도출한 것이 이번 비행 시험의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무-5는 '공포의 균형' 달성 위한 절박함의 산물"
지난 2021년 4월부터 2024년 4월까지 ADD를 이끌었던 박 전 소장이 퇴직 후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소장은 현무체계단장에 이어 현무 지대지미사일·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 L-SAM 등 개발을 총괄하는 제1기술연구본부장을 지낸 미사일 전문가다.
특히 2017년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른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이후 본격화된 고위력 미사일 개발에는 비핵국가로서 어떻게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그의 고민이 온전히 녹아 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고위력 미사일 현무-5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이다. 고중량 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실어 날려 보내 유사시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박 전 소장은 "미국의 B-2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이 한반도 주변에 전개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국민들의 안보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절박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현무-5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현무-5 개발의 의미는 단순한 무기체계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며 "대량응징보복 고도화를 통한 '지휘부 제거형 억제 전략'은 비핵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택하지 않고도, 고위력 미사일 능력을 상시 감시정찰과 연계하면 북한 전쟁지도부에 "'몇 분 안에 죽을 수도 있다'는 충분한 억제와 공포를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박종승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5 jieunlee@yna.co.kr
현무-5가 고위력 미사일로 가는 길을 열었다면, 이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미사일 역시 "탄두의 위력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게임체인저급' 전략무기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도 역설했다.
아울러 "미·이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재고 확보와 공급망도 국가 생존에 직결돼 있다"며 "이런 교훈으로부터 미사일 수량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이란전에서 결국 미국이 모두 파괴하지 못한 미사일 재고가 이란의 생존을 가져왔듯이 우리 고위력 미사일 역시 수백 기 이상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고위력미사일 수백기 이상 확보해야…'수중 킬체인' 구축도 필요"
박 전 소장은 북한의 잠수함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잠수정에 의한 '수중 킬체인'을 구축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저비용 무인잠수정이 북한 잠수함 동향을 감시·정찰하는 역할을 맡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장거리 대잠어뢰 등을 통해 타격하는 방식이다.
우리 군의 독자적 감시정찰 능력 확충을 위해서는 "초소형 정찰위성군을 통해 감시주기를 단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감시 주기를 우리 군의 목표인 30분 수준보다 더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과거 정찰위성 비용과 비교하면 불과 몇 년 사이에 (위성) 소형화 기술의 발전과 경쟁에 의해 단가가 하락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I 기반 지휘통신을 통한 빠른 결심, 정찰위성 확충, 타격 전력의 꾸준한 발전 등 세 가지를 결합해 "공포의 균형이 발생하면 전쟁 억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박종승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5 jieunlee@yna.co.kr
이밖에 "기존의 군 주도 위성 개발·획득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위성 영상 및 정찰정보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정책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고출력 레이저 무기와, 이를 비롯한 첨단 무기체계에 전력을 공급할 마이크로 원자로(MMR·Micro Modular Reactor)의 군사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며 "외부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독립적 에너지원의 확보는 미래전의 핵심 과제"라고 지목했다.
◇ "국방과학기술 인력을 안보 책임지는 전략자산으로 인식해야"
무인기와 AI 등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전 판도에 적시 대응하기 위한 국방 획득체계의 속도와 유연성 증대도 주문했다.
박 전 소장은 "과거의 하드웨어 중심 체계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편하고, 최초 작전운용성능(ROC)을 70∼80% 수준으로 신속히 전력화한 뒤 야전에서 업그레이드하는 '진화적 소요 기획'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한국에 대적하기 힘들었던 북한의 미사일 등 국방과학기술 수준이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33년간 ADD에 재직하며 전략무기 개발을 주도해 온 박 전 소장의 우려다.
그는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북한의 무기체계 자체뿐 아니라 새로운 전쟁 양상을 빠르게 학습하고 이를 군사력 발전에 반영하는 속도"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방과학기술은 국가 생존의 문제"라며 "첨단 무기체계의 경쟁력은 이를 구상하고 개발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만큼, 국방과학기술 인력을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전략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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