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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 혈세' ODA 중점협력국 비공개 고수…'투명성 후퇴' 논란

입력 2026-04-28 08: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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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실 "외교 마찰·국익 고려"…과거 MB정부 '카메룬 사태' 재현 우려도


원조투명성 순위 급락 코이카, 7월 새 지수 발표 앞두고 추가 하락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정부가 향후 5년간 대한민국 대외원조의 핵심 이정표가 될 '제4기 중점협력국' 명단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사회의 원조 투명성 기준을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방침을 두고 국제개발협력계 일각에서는 정보 통제가 부패 의혹으로 번졌던 과거의 비밀주의 행정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적개발원조(ODA)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국조실)은 중점협력국을 27개국에서 25개국으로 축소하기로 사실상 확정했으나, 국가 명단과 구체적인 선정 지표는 대외비로 부쳤다.


연합뉴스는 지난 8일 캄보디아는 유지되고 케냐가 신규 편입되며, 미얀마·우크라이나·콜롬비아 등 3개국은 빠진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처럼 제4기 명단의 윤곽이 드러났음에도 국조실이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면서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조실은 탈락 국가와의 외교적 마찰과 실익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투명 행정' 기조와 배치되며, 국제적 평가 지표에서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시각도 있다.






◇ '비밀주의'가 화 부른 MB정부…16년 만에 은폐 우려 재점화


개발협력계 인사들은 이번 방침을 보며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을 떠올린다. 당시 국조실은 '제1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외교적 민감성'을 들어 중점협력국 명단을 비공개하려 했으나, 시민사회의 반발 속에 공개로 전환했다.


문제는 명단 공개 이후에 터졌다. 정부가 특정 기업의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을 지원하기 위해 카메룬을 중점협력국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ODA 예산을 투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규모 스캔들로 번진 것이다.


이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비공개 추진 이면에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원조의 순수성을 훼손한 사례로 기록됐다.


개발협력계의 한 전문가는 "16년 전 카메룬 사례는 정보 비공개가 어떻게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며 "실패한 과거 논리로 비공개를 고수하는 건 대규모 혈세를 쓰고도 감시받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는 "중점협력국 비공개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며 "상대국과의 외교 관계도 중요하지만 투명한 정책 집행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 신뢰를 얻는 더 큰 가치"라고 강조했다.




'2024년 원조투명성지수(ATI)' 순위

빨간색 사각형 부분이 한국 코이카. [PWYF 제공. 재판매 및 DB[012030] 금지]


◇ 국조실 "전략적 유연성" 강조…국제사회 투명성 기조와 어긋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국조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조실은 "전면 비공개가 아니라 홈페이지 등에 선제적으로 공개·홍보하는 방식에서 정부 내부, 양자 외교 등 필요시 공개 전환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 "명단 공개에 따른 외교적 부담을 완화하고, 대내외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국제사회의 객관적 지표와 충돌한다. 영국의 원조 투명성 캠페인 단체 'Publish What You Fund'(PWYF)의 '2024년 원조투명성지수(ATI)'를 보면 한국의 성적표는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50개 평가 기관 중 2022년보다 9계단 하락한 22위(71.8점)를 기록했다. 사업 전 환경 등을 분석하는 '사전 영향 평가'에서 0점을, 국가별 향후 3년간 투입할 '세부 예산'에서 0.5점을 받았다.


중점협력국 명단에 이어 제·개정돼야 하는 국가협력전략(CPS)도 비공개될 경우 오는 7월 발표될 새 지수에서 추가 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정 의원은 "원조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고충은 이해한다"면서도 "비공개 기조가 자칫 국제사회에 폐쇄적인 행정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 납득할 수 있는 공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정책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격년 단위로 발표하는 PWYF 원조투명성지수(ATI)의 코이카 점수 변동 내역

[PWYF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외교부-재경부, 무상·유상원조 엇박자?…분절화 우려 여전


부처 간 협의에서 드러난 엇박자와 ODA 분절화 문제도 거론된다. 무상원조 주관기관 외교부와 유상원조 주관기관 재정경제부(재경부) 간 정보 공유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이재정 의원실에 낸 자료에서 중점협력국 재지정과 관련, "외교분야 정성평가 결과를 국조실에 제출했으며, 글로벌 사우스 외교 강화 등 국정과제 이행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재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코이카는 "소관 부처에 낸 별도 의견서가 없다"고 답했다.


반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총괄하는 재경부와 유상원조 시행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기류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이들 기관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재경부는 "유상원조 중점협력국은 별도로 선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수은은 "제4기 선정 관련 심사, 평가, 영향분석 등 자료는 부재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국조실이 외부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주도하는 하향식 선정 과정에서 현장의 전문성과 데이터 분석 등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올해 모로코(2천704억원), 엘살바도르(1천453억원) 등 비중점협력국에 대한 유상차관 규모가 급증했음에도 중점협력국 선정 기준이 비공개로 묶이면서 전략적 정합성을 검증할 방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수영 의원은 "수조 원의 차관을 운용하는 재경부와 수은이 리스크 분석 등 자료가 없다고 밝히는 상황에서 국조실이 명단과 근거를 모두 비공개하는 건 국회의 정당한 감독 기능을 제약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제5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6 uwg806@yna.co.kr


◇ 28일 국개위 실무위 개최…'밀실 행정' 우려 속 보완책 나올까


정부는 이날 국조실 주재로 외교부와 재경부, 코이카와 수은 등 유·무상원조 관계기관들이 참여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국개위) 실무위원회를 열고 제4기 중점협력국 재지정 안건을 조율한다.


실무위 논의를 거쳐 다음 달 중순 본위원회에서 이를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5조원대 ODA 예산을 운용하는 정부가 이번 실무위에서 비공개 고수 방침에 따른 투명성 후퇴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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