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부친 미국에 한국은 필수 동맹…대비하되 위축되지 말아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11월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미동맹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양당 인사들을 만난 조현동 주미한국대사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어느 측이 듣더라도 기분 상하지 않을 정무적인 소견이다.
동맹보다 자국 이익을 우선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어떻게든 한미관계를 굳건하게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그런데 조 대사의 발언이 외교적 수사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7년에 비해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 더욱 중요해진 것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유럽과 중동 2개의 전쟁 때문에 힘에 부치고,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이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하는 상황에서 동맹으로서 한국의 가치는 요새 상한가를 찍는 분위기다.
한국은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망 완성에 필요한 국가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방에 무기와 탄약을 대량으로 신속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첨단기술 분야 공급망과 제조업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경쟁력이 우수한 한국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미국과 협력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에서는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선진국 그룹인 주요 7개국(G7)에 한국을 추가로 가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이제는 전혀 새롭지 않을 정도로 자주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온 대로 한미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인 견해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트럼프 진영과 가까운 보수 성향의 인사들도 부정하지 않는다.
이들의 논리는 동맹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너희 뒤를 계속 봐줄 여유가 없으니 이제 어느 정도는 스스로 챙겨라'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힘만으로는 과거처럼 세계 질서를 유지할 수 없으니 동맹이 더 힘을 보태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미국이 처한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든 한미관계가 소원해지면 미국도 우리 못지않게 아쉬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대로 방위비와 무역수지 등을 두고 양국 간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겠지만, 우리만 손해 보는 것처럼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외교력을 동원해 해리스와 트럼프 양측과 관계를 구축하고 향후 외교 정책 방향을 파악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다만 이제는 한미관계를 미국 대선 결과에 좌우되는 종속변수로만 여길 게 아니라 한국의 달라진 위상과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더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노력도 필요하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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