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모양 장치에서 레이저 발사…몇초만에 적 무인기 탐지·조준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1' 세계 첫 실전배치 눈앞…성능 강화한 블록-Ⅱ 개발 예정
(태안=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30일 오후 3시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가로세로 약 50㎝ 크기 무인기(드론)가 떠올랐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DJI사의 '팬텀4' 기종으로, 몸체는 플라스틱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눈을 뜨기 힘들었지만, 오른손으로 해를 가린 채 두리번거리자 저 멀리 불규칙하게 비행하는 드론이 어렴풋이 보였다.
레이저대공무기 시연 [http://yna.kr/AKR20240731053800504]
"준비되셨죠"라는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의 말과 함께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이 드론에 레이저를 쐈다.
1초나 지났을까. 무기가 대체 어디 놓여있는지, 실제 레이저를 쏜 건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드론은 불이 붙어 아래로 떨어지더니, 곧이어 아래 건물의 지붕 위에서 '퍽' 소리가 났다.
시연이 끝나고 들은 바로는 무기는 드론과 약 1㎞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한다.
드론의 재질이나 거리 등에 따라 무력화에 필요한 레이저 조사(照射) 시간이 달라지지만, 10초 안팎이면 어지간한 드론은 격추할 수 있다고 한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국방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레이저대공무기 시연회를 열었다. 충남 태안에 위치한 ADD 안흥시험장에서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이 작동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 무기는 광섬유에서 생성한 레이저를 표적에 비춰 무력화하는 것으로, 북한의 소형 무인기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레이더로 탐색한 드론 궤적을 따라다니며 레이저를 쏴 맞춰 섭씨 700도 이상의 열에너지를 가함으로써 표적 드론을 태우는 방식이다. 1회 발사에 드는 비용이 2천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시연 후에는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을 직접 둘러보며 운용 방식을 살폈다.
시연 장소에서 버스를 타고 몇 분 이동하니 컨테이너 크기의 녹갈색 박스 모양 '발사장치'가 보였다. 레이저를 만드는 기계가 탑재된 부분이라고 한다.
사격통제반장을 비롯한 총 3명의 요원이 발사장치 내부 제어실에 탑승해 무기를 운용한다. 레이더와 카메라로 드론을 탐지·조준한 후 레이저를 쏘기 직전까지 걸리는 시간을 '체계반응시간'이라고 하는데, 요원들은 이 체계반응시간이 몇 초 수준이 되도록 훈련받는다.
발사장치 위로는 카메라처럼 생긴 '집속기'가 달려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었다. 발사장치에서 만들어진 레이저를 쏘는 부분으로 전자광학(EO)·적외선(IR) 카메라가 설치돼 주야간 표적을 쫓아 조준할 수 있다.
집속기는 무기를 운용하지 않을 때는 발사장치 내부로 숨겨 무기를 일반 컨테이너처럼 위장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마치 에어컨 실외기를 10대 이상 모아놓은 것 같은 소음을 내는 냉각장치와 전봇대처럼 생긴 높이 7m가량의 레이더 탐지장치가 있었다.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에 대해서는 작년 4월 전투용 적합 판정이 내려졌으며, 지난달 시제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위사업청이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중으로 군에 인도돼 '대드론 무기'로 운용되는데, 레이저 무기가 정식으로 군에 실전 배치하는 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사거리는 2∼3㎞ 정도로 알려졌다. 북한 드론이 운용되는 고도 역시 이 정도 수준이어서 충분히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ADD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금은 레이저 출력이 낮아 드론을 대상으로 하는데 앞으로 출력을 키우면 박격포탄과 항공기도 격추할 수 있게 된다.
ADD는 출력과 사거리를 향상한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Ⅱ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컨테이너 하나 크기인 무기를 경량화하거나, 무기를 이동식으로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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