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두 번 들어왔다 두 번 철수, 도토루

친구와 술 한잔하려 번화가를 걷다 보면, 한 블록에 한두 개씩은 일본식 선술집을 마주치게 된다.
술집뿐만이 아니다. 일본 가정식도 사랑받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 사람들은 일본 음식에 열광하는 것 같은데, 정작 한국에 들어온 일본 외식 브랜드, 유통 브랜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철수한 경우가 많다.

오늘은 야심 차게 한국에 진출하며 국내 기업들을 긴장시켰지만 결국 맥없이 퇴장해야 했던 일본 브랜드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1962년 탄생한 도토루는 일본의 1위 커피 브랜드이다. 일본 내에만 1,4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스타벅스 다음가는 커피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도토루는 원두 수입을 현지 회사나 유통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고르는 등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다른 커피숍의 절반 수준으로 유지해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일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1988년 커피전문점 형태로 한국에 진출했지만, 경영이 여의치 않자 1996년 철수를 결정했다.

커피전문점 실패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도토루는 2009년 서울우유와 손잡고 커피음료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치열한 커피음료 브랜드 경쟁, 다양한 한일 관계 이슈에 영향받은 도토루는 한국 커피 시장을 1%도 채 점유하지 못한 채 2014년 3월 다시 철수를 결정했다.

그러나 도토루 한국 시장 도전은 끈질깁니다. 지난 2017년, 이번에는 빙그레와 협약을 체결하고 컵 커피 신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빙그레에서 출시한 ‘도토루 컵커피’ 역시 단종됐다.

② 복잡한 법인 다툼 끝에 결국…로손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객 중에는 각종 맛집과 함께 편의점까지 맛집 일정에 추가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식품 브랜드, 퀄리티 높은 간편식품들이 꼼꼼히 갖춰져 있어 편의점 쇼핑만으로도 한 끼 식사를 남부럽지 않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편의점 브랜드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븐일레븐과 패밀리 마트, 로손 등이 있다. 이중 점포 수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손은 미쓰비시의 자회사로, ‘항상 열려있습니다. 여러분의 로손’이라는 광고 멘트로 유명하다.

사실 로손의 시초는 일본이 아닌 미국이다. 로손이라는 이름의 미국인이 자신이 생산한 우유를 팔기 위해 설립한 우유 판매점 체인이다.
1959년 이 회사를 인수한 콘솔리데이트 푸드와 일본의 다이에가 제휴를 맺어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에 로손이 들어온 것은 샤니 계열의 태인 유통과 미국의 데어라 마트(콘솔리데이트 푸드 다음으로 로손을 인수한 회사)와 기술제휴를 맺으면서이다.

1989년 7월 광화문에 첫선을 보인 한국 로손은 200여 개까지 그 매장 수를 늘렸고, 95년에는 코오롱이, 99년에는 롯데그룹이 로손을 인수한다.
로손이 코오롱에 있었던 4년 동안, 미국의 데어라 마트와 로손 일본 법인은 한국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한국 로손의 법적인 파트너는 데어라 마트였지만, 일본 로손 측에서 로손 상표권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하며 둘 사이에 법정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싸움은 로손을 인수한 롯데가 2000년도에 로손의 간판을 모두 세븐일레븐으로 바꿔 달면서 일단락되었다.

③ 수제 버거부터 라면까지 모두 철수

프레쉬니스 버거는 도쿄 시부야에서 출발한 햄버거 브랜드이다.
1981년 처음 문을 연 이 버거 체인은 호박빵과 저농약 야채, 일본식 된장 등을 버거에 활용하며 건강한 버거를 표방했다.

점차 거세지는 웰빙 바람을 타고 인기를 얻어, 일본 내 100여 개까지 점포 수를 늘렸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라면 한국인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프레쉬니스 버거는 2003년 서울 명동에 진출했다.

한국의 토종 수제버거 브랜드인 크라제 버거와 함께 건강 버거로 이름을 알리면서,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버거에 익숙했던 한국인들의 입맛을 한동안 사로잡았다.
하지만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프레쉬니스 버거는 열량이 가벼운 만큼 어쩐지 먹고 나면 배고픈 느낌이 들곤 했다.

신선한 매력도 잠시, 고객들은 맥도날드 등 저렴하고 푸짐한 일반 버거 프랜차이즈를 찾든지 차라리 돈을 더 주고 수제버거 전문점에서 정식으로 식사하는 편을 택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결국 프레쉬니스 버거 한국 법인은 2009년 할리스 커피에 인수되었고, 버거 카페 브랜드 ‘프레쉬 버거’로 재탄생했다.

일본에 가면 꼭 맛봐야 할 대표적인 음식 중 라멘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의 라멘 체인 ‘잇푸도’는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들르는 식당이다.

돼지 뼈로 구수하게 국물을 우린 돈코츠 라멘은 잇푸도의 대표 메뉴로, 조금 짜다는 것만 빼면 한국인 입맛에도 딱 맞다.
잇푸도의 창업주 카와하라 나루미는 TBS 방송에서 주최한 라멘 왕 결승전에서 면왕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라멘 장인이다.

이 잇푸도 라멘을 한국에 들여온 것은 채동석 애경 부회장이다.
일본에 출장 갈 때마다 일부러 들를 정도로 잇푸도의 돈코츠 라멘에 푹 빠졌던 채 부회장은 2011년, 드디어 잇푸도를 한국에 선보였다.
압구정, 강남역, 신사동 등지에 매장을 연 잇푸도는 한동안 잘 운영되나 싶었지만, 2016년 2월 돌연 폐점을 공지했다.

기본 8,000원대에 이것저것 토핑을 추가하면 어느새 만 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 어떤 날은 일본 정통 스타일인데, 어떤 날은 한국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마늘 맛을 많이 내는 등 일정치 않았던 맛이 잇푸도의 한국 시장 진출 실패 요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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