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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손실 보전 5조6천억원…고유가에 여전한 물가 부담
"제도 재검토·수정하며 점진적으로 출구 마련해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7개월을 넘기면서 제도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과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제도 유지와 종료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2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지난 17일 0시부터 4주간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한다.
이에 따라 11차 최고가격은 7∼10차와 같이 리터(L)당 휘발유 1천784원, 경유 1천773원, 등유 1천380원으로 유지된다.
산업부는 지난 6월 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당시 리터당 150원 인하한 7차 최고가격을 발표한 이후 같은 가격을 4개월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전쟁 발발로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지난 3월 13일 '일시적 조치'로 최고가격제를 도입했으나, 7개월이 지나도록 제도를 종료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해 온 ▲ 중동 전쟁 종료 ▲ 호르무즈 해협 운항 정상화 ▲ 국제유가 90달러대 안착 등의 최고가격제 해제 검토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탓이다.
특히 6월 말 배럴당 60∼70달러로 안정됐던 국제유가는 다시 치솟아 지난 22일 기준 두바이유 115.40달러, 브렌트유 113.17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9.47달러를 기록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서민 물가 부담과 석유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가격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둔화했지만, 석유류 물가는 전년 대비 14.8% 상승하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제도 장기화에 따른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최고가격제를 6개월간 운영한다는 가정하에 정유사의 손실 보전을 위한 예비비 4조2천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이후 시행 기간이 4분기까지 연장되는 상황을 가정해 내년 예산에 1조4천497억원을 새로 배정했다. 손실 보전을 위해 편성한 예비비와 예산을 합치면 5조6천억원이 넘는다.
반면 최고가격제를 단번에 종료하면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도 도입 초기부터 제기됐다.
중동의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현행 최고가격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석유 최고가격제는 일시적으로 소비자 물가 억제 효과가 있지만, 오래 지속될수록 가격 구조에 왜곡이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재정에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를 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의 상시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이 새로운 '정상'이 된다고 하면 어떻게 출구전략을 마련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유가 재상승 등을 고려할 때 당장 제도를 종료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종료 기준에 변함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그렇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 시행 7개월이 지나면서 부작용이나 재정 부담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며 "단번에 종료하기 어렵다면 기존 제도를 수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주유소의 공급을 관리하기보다 취약계층이나 석유제품 수요가 많은 분야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제도를 손보고 점진적, 단계적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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