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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 감사 결과…"국가 외교·안보 조정·관리 권한 훼손"
영국 출장 가서 화상으로 MOU 체결…"계획 없이 재건사업 추진"

[수자원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윤석열 정부 당시 한국수자원공사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외교당국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태선 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수자원공사 특정감사 보고서를 보면 공사는 우크라이나 트루스카베츠시에 식수 공급 시설을 지원하는 사업을 외교부와 협의하지 않고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7월 윤 전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 때 정부는 민관협력을 강화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지원하겠다고 했고 같은 해 10월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트루스카베츠시를 방문했다. 이때 트루스카베츠시에서 식수 공급 시설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애초 수자원공사가 식수 공급 시설을 지원하려 했던 지역은 헤르손이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점령해 합병을 선언한 뒤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바 있으며 현재는 러시아가 4분의 3을 점령 중이고 나머지는 우크라이나가 지배하고 있다.
감사 보고서를 보면 수자원공사는 2023년 11월 외교부와 비공식 회의에서 외교부가 헤르손에 식수 공급 시설을 지원하면 러시아와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부정적 의견을 내자 지원 지역을 트루스카베츠시로 바꿨다.
이후 수자원공사는 트루스카베츠시 식수 공급 시설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국제개발협력기본법상 '외교부를 통한 재외공관과 협의' 등을 하지 않았다.
또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따라 '국제개발협력 시행 계획(안)'을 외교부에 제출하는 절차와 국제개발협력 평가 지침에 맞춰 자체 평가 계획을 수립·이행하고 평가 결과를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 제출하는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기후부는 감사 보고서에서 "외교부와 국제개발협력위 정식 심의 절차 없이 식수 공급 시설을 지원해 국가의 국제개발협력 통합 관리 체계를 무력화했다"면서 "외교, 안보적 조정·관리 권한도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에서 수자원공사가 2023년 7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수력댐 운영기관 및 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할 때 공사 관계자들이 영국으로 출장을 가서 화상으로 협약을 체결한 사실도 확인됐다.
영국 리버풀에서 진행된 협약식엔 우크라이나 수력댐 운영기관이나 상공회의소 인사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수공 측은 우크라이나 쪽 인사들이 영국에 올 수 없다는 사실을 협약식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증빙할 자료는 내지 않았다.
수공 관계자들은 협약 체결 직후 귀국하지 않고 하루 더 남아 지역 대학을 견학했는데, 감사에서 불필요한 외유성 일정으로 판단됐다.
기후부는 "국내에서도 화상으로 할 수 있는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 영국까지 불필요한 국외 출장을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에선 수자원공사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와 관련해 맺은 11건의 MOU 가운데 6건은 공사 위임전결 규정에 따른 결재권자의 결재 없이 추진됐고 3건은 공사가 협약을 체결할 때는 체결 방침을 결정하기 14일 전까지 법률부서에 검토를 요청해야 한다는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기후부는 "수자원공사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진출에 대한 기초 조사나 사업 추진의 근거, 전략, 우선순위, 성과 목표 등 기본계획이나 내부 방침 없이 재건사업을 추진했다"면서 "전쟁 장기화가 예상됐음에도 별도의 리스크 검토 없이 MOU를 체결하기 위해 약 5억원의 출장비를 집행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화된 사업 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지 않은 채 12건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는 등 사업의 성과를 과대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김태선 의원은 "수자원공사 경영진이 외교·안보적으로 민감한 사업을 법률도 무시하고, 당국과 협의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며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 점이 확인됐다"면서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게 엄격한 감시·통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자원공사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두고는 윤 전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인 윤석대 사장이 정권에 발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작년 국정감사 때부터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바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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