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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꽃남·무한도전·네이버 오픈사전서 '야르' 흔적 발굴
'야르하다' 문법 변용도…세대 간 거리감 대신 공감 매개

[엑스 @c9_une 게시물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인턴기자 = "이게 진짜라고."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2009년 방영 드라마 '꽃보다 남자'(꽃남) 메이킹 영상과 함께 게시된 글로, 신조어로 여겨진 '야르'가 이미 그 시절에도 통용되던 표현이라는 주장이다.
영상 속 배우 이민정은 아역 배우에게 "'야르'는 알지?"라고 묻는다. 요즘 1020세대가 기분 좋을 때 내뱉는 유행어 '야르'가 15년 전 영상에 고스란히 등장한 것이다.
'야르'가 거의 20년 전부터 쓰이던 표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건너뛴 '야르'는 이제 단순 감탄사를 넘어 '야르하다'와 같은 서술어로까지 외연을 확장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 2003년 영화부터 2009년 '꽃남'까지…'야르'의 흔적
'야르'의 사용 기록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우 봉태규는 지난 5월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봉태규입니다'에서 2003년 개봉한 영화 '바람난 가족'의 애드리브 대사로 '야르'를 처음 썼다며, 대중매체에서는 자신이 '야르의 원조'라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 'SBS Radio 에라오' 숏츠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2006년 1월 포털 사이트 네이버 오픈사전에는 '야르'가 "10대들 사이에서 '좋다'라는 뜻으로 쓰인다"라는 설명과 함께 등재됐다. 2008년 5월 방영된 MBC 예능 '무한도전 제1회 무한 창작동요제'(105회) 특집에서도 방송인 정형돈이 노래를 부르며 "야르"라고 외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네이버 오픈사전 이용화면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과거 사용 기록이 속속 확인되자 누리꾼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신 신조어인 줄 알았는데 충격이다", "옛날 말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반면 학창 시절 '야르'를 실제로 썼던 3040세대는 반가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요즘 '야르'가 다시 유행하는 걸 보면 관을 열고 고대 유물이 튀어나온 기분", "2000년대 초반 친구들이 매일 썼던 표현", "90년대생인데 초등학생 때 분명히 썼다" 등 반응을 보였다.
◇ 서술어 '야르하다'로 확장…소통의 벽에서 세대 잇는 다리로
최근 쓰이는 '야르'는 과거와 다른 쓰임새를 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0년대 초반의 '야르'는 "앗싸!", "나이스!"처럼 기쁨이나 흥분을 드러내는 일회성 감탄사에 머물렀다. 2006년 네이버 오픈사전에 등록된 용어 설명에는 '경남에서는 '야르'를 감탄사로 쓰지만 서술어로는 안 쓴다'는 내용이 나온다.
반면 요즘 1020세대는 접미사 '-하다'를 붙여 활용한다.
"이 음식 야르하다", "분위기 야르함"처럼 대상의 상태나 속성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서술어로 문법적 확장이 일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행어의 재유행 배경으로 방대하게 축적된 '디지털 아카이브'를 지목한다. 과거 유행어가 망각의 늪으로 사라지지 않고 온라인 공간에 보존되면서, 언제든 다시 소환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남길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기록이 거의 남지 않아 (유행어) 쓰임이 멈추면 사실상 사라진 것과 같았다"며 "2000년대 이후에는 방송 영상, 포털 사전, 게시판 글 등 디지털 기록이 남아 있어 과거와 현재 유행어가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흔히 신조어는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이야기되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오히려 1020세대와 3040세대가 같은 말을 두고 서로 다른 언어 기억과 경험을 나눈 것"이라며 "언어문화적으로 흥미롭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동일한 단어를 둘러싼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소통의 단초가 된다는 분석이다.
윤석민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세대마다 단어의 뜻과 쓰임새가 다른 것은 당연하고 이런 차이에 대한 인식이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과정"이라며 "앞으로 '야르'가 어떤 변천 과정을 겪을지 지켜보는 것은 우리 사회에 세대 간 언어 사용의 차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올끌 (All of MBClassic)'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seohy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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