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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특구는 노동특례가 핵심…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
미국, 근로시간 규제 자체 없어…일본은 고소득 전문직 규제 예외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임성호 김민지 강태우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정부가 제안한 메가특구특별법 노동 특례 논의를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경영계에서는 사회적 대화가 자칫 '시간 끌기용 명분 쌓기'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속도전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노동 유연성이 불가피한데 노사정이 대화 테이블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릴 경우 메가특구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메가특구법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11 yatoya@yna.co.kr
20일 재계에 따르면 조만간 정부 주도로 열릴 '메가특구 사회적 대화'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경영계를 대표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5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메가특구에만 노동 규제를 완화하는 노동 특례를 논의하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참여하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자리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참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민주노총도 참여를 결정하면서 조만간 첫 대화의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의제는 고소득 관리자와 연구개발자에게 주 52시간 근로 상한을 없애고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근로자 합의 시 2년 더 연장하는 '기간제 2+2'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메가특구 연구직 대상 주52시간 예외적용, 파견근로 가능업무 확대 등 노동규제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한 '메가특구 특별법 관련 사회적 대화 제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15 jeong@yna.co.kr
다만 경영계에서는 이번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노동 특례의 필요성 자체를 약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민주노총은 "노동 특례 확대와 노동권 후퇴를 막기 위해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 특례에 대해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메가특구를 추진할 명분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며 "메가특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노동 특례가 핵심인데 이 부분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노조의 반발이 심해서 쉽게 타협이 될지 의문"이라면서 "시간을 끌면 안 되는 문제라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는데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경쟁국은 노동 제도의 유연성과 국가적 자금력을 동시에 앞세워 자국 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근로 시간 규제 자체를 두지 않고 있고,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18년 고소득 전문직을 노동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 근로 시간이 아닌 성과로 보상받는 근무 방식을 제도화했다.
중국은 노동행정관청 승인 시 근로 시간을 주·월·분기·년 단위로 묶어 평균으로 관리하는 '종합계산공시제'를 운용하고 있어 근로 시간 관리 단위 선택의 폭이 넓다.
반면 한국은 근로 시간·고용 형태·인력 운용 전반에서 경직된 노동법제를 유지하고 있어 기업들이 이중·삼중의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다는 것이 경영계의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 경쟁국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을 국가 전체에서 일반적인 제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는 특정 지역에서조차 어렵다고 하면 (다른 경쟁국과) 출발선도 달라지고 경쟁 자체가 안 된다"며 "AI 시대에 맞게 전반적으로 제도가 유연하게 풀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가특구가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공간인 만큼, 국내 기업들이 해외 경쟁기업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노동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연구개발(R&D) 직군은 프로젝트 일정이나 고객사 요구에 따라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관련 제도가 마련되면 업무 특성에 맞게 근로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메가특구법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11 yatoya@yna.co.kr
일각에서는 현장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노동 특례에 관해 명확한 방향성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지침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현장과의 괴리가 커 갈등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경우에도 정부 지침이 나왔지만, 신설 공장을 위한 인력 전환 배치가 쟁의 대상에 포함돼 투자 속도를 오히려 지연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예외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적용이 될 경우 새 생산기지로의 인력 이동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모든 건 연쇄작용인데 정책이 누더기가 되면서 혼선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화 주제가 산업 경쟁력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제도 개선보다 논외로 흘러가다 보면 결국 기업의 투자가 어려워진다"며 "예전과 같은 근로 시간 체계나 호봉제 임금 체계가 시대와 맞지 않은 만큼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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