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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집사' 커뮤니티 생기고 커피에도 '반려' 붙어…"정서적 애착 대상 다양해져"

[식물상담소 '허밍그린'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저에게는 그냥 식물이 아니라 식구예요."
키우는 식물마다 이름을 붙여준다는 대학생 이주원(25) 씨의 말이다.
이씨는 식물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며 자식처럼 여기며 정성껏 돌본다고 했다.
반려동물에 주로 쓰이던 '반려'의 의미가 2030 사이에서 다양한 대상으로 넓어지고 있다. 식물을 가족처럼 돌보는가 하면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을 외출이나 여행에 데리고 다니며 일상을 함께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매일 습관처럼 찾는 커피 등 일상의 기호와 습관에까지 '반려'란 표현이 쓰이고 있다.
◇ 아프면 병원·집 비울 땐 호텔로…가족이 된 '반려식물'
반려 문화 확장의 대표 주자는 식물이다.
식물을 자식처럼 아끼는 이들을 집사에 빗댄 '식집사'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이들을 위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도 활성화됐다.

[이주원 씨 제공]
이들은 식물을 반려동물처럼 대한다. 키우는 식물에 이름을 붙여주거나, 잎이 시들고 색이 변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하기도 한다.
'식집사'들이 키우는 식물의 사진을 공유하고 물주기나 분갈이 등 관리법을 서로 묻고 답하는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대학생 이주원 씨는 "식물이 어린 자식처럼 느껴져 책임감을 갖고 키우고, 궁금한 점은 식집사 커뮤니티에서 찾아본다"고 말했다.
이들을 위해 상태가 좋지 않은 식물을 일정 기간 맡아 치료하는 '식물 병원'부터 여행이나 출장으로 집을 비울 때 대신 돌봐주는 '식물 호텔링'까지 반려식물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식물 상담과 치료, 호텔링 등 서비스를 운영하는 허밍그린의 이강미 대표는 "식물을 단순히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잘 돌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주로 찾아온다"며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서비스를 찾는 이용자도 부쩍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 인형과 떠나는 여행부터 출근길 '반려커피'까지
생명이 없는 사물도 일상을 함께하는 '반려'의 범주에 들어섰다.
좋아하는 캐릭터 봉제인형을 외출이나 여행에 동행하며 사진을 남기는 '누이카츠(인형 놀이)'가 대표적이다. 일본어로 봉제인형을 뜻하는 '누이구루미'(ぬいぐるみ)의 앞 글자와 활동을 뜻하는 '카츠'(活)를 합친 말이다. 인형을 단순한 수집품이 아닌, 일상을 나누는 파트너로 대하는 문화다.

[엑스 @Sihai_san 게시물 캡처]
일본 젊은 층에서 확산한 누이카츠는 국내 서브컬처(애니메이션·게임 마니아 문화) 팬들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좋아하는 버추얼(가상) 유튜버 인형을 여행이나 외출할 때 자주 동반하는 대학생 임성혁(22) 씨는 "평소 인형을 '최애' 분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즐거운 일상과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존재"라고 말했다.
누이카츠를 5년 이상 즐겨온 30대 직장인 이모 씨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을 여행이나 외출, 드라이브 등에 항상 데리고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pangpang_one_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에는 '반려'라는 표현이 일상의 기호와 습관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매일 커피를 사 마시거나 출근길과 업무 중 습관처럼 커피를 찾는 모습을 가리킨 '반려커피'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캔커피나 보틀커피를 사서 다 마시지 않은 채 하루 종일 곁에 두는 등 커피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삼는 문화를 빗댄 표현이다.
지난해 8월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방송인 한석준이 커피를 다 마시지 않더라도 습관처럼 사서 곁에 두는 소비 행태를 두고 "요새 그냥 같이 있는 걸 '반려커피'라고 한다더라"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돌봄의 부담은 줄이면서 심리적 유대감을 얻으려는 2030의 '유연한 애착'으로 풀이한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과거 반려가 평생을 함께하는 엄격한 생명 공동체를 뜻했다면 오늘날 젊은 층에는 '내 일상의 중심축이 돼 지친 삶을 지탱해주는 존재'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커피' 같은 표현 역시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를 위로하고 하루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기호와 루틴에 대한 애착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
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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