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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의 창] "빵 구우며 내 자리 찾았어요"…고려인4세 고이리나 대표의 도전

입력 2026-09-15 10: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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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에 정착한 우즈베크 출신 고려인…ADF 지원 '페치카베이커리' 1호점 주인공


"고려인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빵 만들고 싶어요"




'페치카베이커리' 1호점 주인공 고려인 4세 고이리나 대표

(광주=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페치카베이커리' 1호점 '러시안마트 & 베이커리'에서 기증받은 오븐에서 갓 구운 빵을 들고 포즈를 취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고이리나 대표. 2026. 9. 15. phyeonsoo@yna.co.kr


(광주=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빵을 만들면서 '내가 정말 있어야 할 곳을 찾았구나. 지금 올바른 길을 걷고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서 '러시안마트 &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고이리나(34) 대표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과·제빵에 도전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고 대표는 아시아발전재단(ADF·이사장 김준일)이 고려인 동포의 직업훈련을 취업과 창업으로 연계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회적 베이커리 브랜드 '페치카베이커리' 1호점 주인공이다.


재단은 지난 7월 제4기 고려인 직업훈련에 이어 8월 고 대표의 매장에 우녹스(UNOX) 컨벡션 오븐 1대를 기증하고 1호점 출범을 알렸다.


러시아어로 난로나 화덕을 뜻하는 '페치카'에는 낯선 땅에서 새 삶을 시작한 고려인들이 기술을 익혀 경제적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는 '희망의 화덕'이라는 뜻이 담겼다.




두 사부와 포즈 취한 고이리나(왼쪽) 대표

(광주=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러시안마트 & 베이커리'에서 고이리나(왼쪽) 대표가 지난 7월 제4기 고려인 직업훈련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전수해준 임영래(가운데) 한국베이커리전문가협회장, 지중근 서울 소공동 롯데 백화점 내 고려당 제과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 9. 15. phyeonsoo@yna.co.kr


우즈베키스탄의 작은 도시 아항가란에서 태어난 고 대표는 학창 시절 줄곧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국비로 타슈켄트 철도교통공학대학교에 진학해 소수의 우등생에게만 주어지는 우등학사학위인 '붉은 졸업장'도 받았다.


그러나 졸업 후 결혼과 출산으로 육아에 전념하면서 전공 분야에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후 2011년부터 친정어머니가 먼저 와 살고 있던 한국으로, 2019년 남편 허로만 씨, 올해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이주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낯설었던 초기 정착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어렵게 대학까지 마쳤지만, 그가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공장 일이었다.


고 대표는 "내가 열심히 공부한 이유가 결국 이렇게 힘든 공장 일을 하기 위해서였을까"라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오랫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이 질문은 새로운 도전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그는 2021년 어머니와 함께 훗날 '러시안마트 & 베이커리'로 이어지는 러시아 식품점과 작은 베이커리를 열었다. 당시 빵을 전혀 만들 줄 몰랐지만,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고 믿었다.


어린 자녀를 돌보며 쉬는 날 없이 가게를 운영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병원과 어린이집, 일터를 오가던 그는 결국 1년여 만에 일을 잠시 쉬어야 했다. 그래도 빵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


고 대표는 "기분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저녁에 베이커리로 가서 빵을 구웠다"며 "빵을 만드는 시간은 제게 가장 큰 위로이자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준일 ADF 이사장과 포즈 취한 고이리나 대표

(광주=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러시안마트 & 베이커리'를 배경으로 고이리나(오른쪽) 대표가 김준일 ADF 이사장으로부터 오븐을 기증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 9. 15. phyeonsoo@yna.co.kr


쉬는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을 공부해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1만명을 모은 그는 올해 베이커리로 돌아왔다. 천연발효종을 이용한 사워도우 빵을 배우면서 제빵사로서의 확고한 목표를 갖게 됐다.


지난 7월에는 아시아발전재단이 4주간 운영한 '제4기 고려인 직업훈련 제과·제빵 단기집중 과정'에 참여했다. 한국형 제과·제빵 기술을 익히고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빵을 배웠다. 교육에서 배운 소금빵은 매장에서 손님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고 대표는 "새 오븐을 활용한 결과 생산량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새 오븐에서 만든 바게트빵을 맛본 거래처가 생겼고, 일주일에 50~60개의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판매가 더 늘어난다면 오븐 한 대만으로도 하루에 100만 원 정도의 빵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목표는 고려인이 즐겨 찾는 음식에 한국인의 입맛을 접목한 제품을 개발해 매장을 고려인 공동체와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으로 키우는 것이다.




제4기 고려인 직업훈련 입교식에서 기념촬영한 고이리나(앞줄 왼쪽 첫번째) 대표

[아시아발전재단 제공]


고 대표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고려인이라서 '한국 사람'으로 불렸고, 한국에서는 종종 '외국인'으로 불린다"며 "어디에서도 완전히 '우리'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요즘 한국에 온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로 받아들여지는 따뜻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인들이 고려인을 언어 능력만으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전했다. 고려인 가운데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많지만, 러시아어 환경에서 성장해 한국어를 처음부터 배워야 하므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 덕분에 전문 베이커로서 다시 도전할 자신감을 얻었다"며 "앞으로 고려인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건강한 빵을 만들며 지역 사회에도 당당히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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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5 11: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