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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스공사와 통합안에 '제한된 석유 탐사개발' 명시
전문가 "재정 여력 있을 때 10년 장기 자원개발 나서야"

[한국석유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정부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석유공사의 핵심인 석유 탐사개발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과거 석유공사 주도로 이뤄진 무리한 자원개발을 지양하고 비축과 도입선 다변화 등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중동 전쟁 이후 강조돼온 국가 자원 안보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통합 목적과 필요성, 향후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통합안에서 '석유공사의 석유비축 및 제한된 석유 탐사개발 기능은 통합 공사인 에너지자원공사(가칭)로 이관한다'고 명시한 부분이다.
정부가 통합 명분으로 '에너지 안보 체계 구축'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안보의 핵심 축이자 석유공사의 본업인 탐사개발 기능에는 '제한적'이라는 단서를 달아 둔 것이다.
석유공사는 과거 대규모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 잇따라 손실을 내며 탐사개발 기능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석유공사는 부채가 20조원 넘게 쌓이면서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에 지난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자원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다.
정부의 통합안대로 가스공사와 통합이 성사되면 그나마 유지해 온 탐사개발 기능마저 사실상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제한적 탐사'는 결국 석유 자원개발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며 "리스크가 적은 가스전 개발 지분 참여나 원유 비축사업에만 치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정부는 석유 탐사개발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과거처럼 석유공사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직접 주도하기보다 위험 부담이 적은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과거 하베스트 인수 사례처럼 공사 주도로 과도한 리스크를 안고 무리하게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라며 "자원개발 기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공사의 여건을 감안할 때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사업은 9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고도 겨우 517억원만 회수하는 데 그쳐 해외 자원 개발 실패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석유공사의 핵심 역할은 직접 탐사보다는 실질적인 위기 대응력에 있다"며 "원유 스와프(교환)와 비축 물량 확대, 도입선 다변화 등 공급망 관리 중심으로 조직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사업 등 기존 프로젝트와는 무관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BP와 함께 진행하는 동해 가스전 공동개발 프로젝트는 이번 발표와 상관없이 정상 추진된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 '제한된 탐사'라는 표현을 쓴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의 부실 투자와 국가 차원의 탐사개발 역량 확보 문제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원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과거 사업의 실패를 이유로 탐사 역량 자체를 축소하면 장기적인 자원 확보 능력이 영구히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석유공사가 그동안 자원 개발에서 부진했던 것은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과거 정부의 과도한 간섭 탓이 컸다"며 "지금처럼 반도체 호황 등으로 정부의 재정 여력이 뒷받침될 때 자원 개발에 대한 장기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단순 비축을 넘어 자원개발의 끈을 놓지 않도록 국가 예산의 일부를 떼어내 10년 이상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투자한다면 국가 자원 자립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보유한 고유의 탐사 인력과 기술 노하우를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석유공사가 오랜 기간 축적한 탐사 노하우와 전문 인력 그룹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향후 국가 자원개발 역량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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