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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무인 열병식'이 던진 충격…가시화한 로봇 전쟁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러시아와 5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최근 35주년 독립기념일에 진행한 열병식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장병들 없이 기계만으로 이뤄진 '무인(無人) 행진'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전차 부대를 공포에 떨게 한 드론이 수도 키이우 상공을 집단 비행했고, 총포로 무장한 무인 차량이 시가지를 누볐다. 강물을 가르는 무인정들도 등장했다. 과학소설(SF)에서나 봤던, 로봇으로만 구성된 '미래 군대'가 실제 눈앞에 구현된 것이다. 유로뉴스는 이를 "미래 전쟁의 모습"이라고 논평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35주년 독립기념일인 24일(현지시간) 대규모 드론·로봇 전력으로 짜인 퍼레이드를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유튜브에 올린 1시간 36분 분량의 영상 후반부에는 다양한 총포로 무장한 무인 군용차량 수십 대가 줄 맞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가 흐레샤티크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는 전차에 쓰이는 무한궤도 바퀴 장치를 달고 이동했다. 2026.8.25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무인 열병식은 '기계 군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머지않아 인간은 전투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않고 원격 게임 하듯 마우스와 키보드만 두드리는 날이 올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래 무인 전쟁의 선구자로 떠오른 이유로 약 4년 반 동안 이어진 러시아와 전쟁이 가져온 반작용이 꼽힌다. 위기와 시련이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만든 것이다. 군사 강국 러시아는 침공 초기 "수주 내 키이우 함락"을 장담했지만, 큰 전력 차를 극복하고자 파격적 비대칭 전력인 무인 무기에 집중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전쟁을 장기 교착 상태로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군은 공격 미사일이 절대 부족한 상황을 장거리 드론으로 극복했고, 무인정으로 강력한 러시아 흑해 함대를 견제했다. 기존 화력이 열세라 해도, 인공지능(AI)과 첨단 통신장비를 활용한 무인 전력을 잘 운용하면 승산이 충분함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최근 세계 최강 미군의 기갑부대가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와 모의 전투에서 전멸하는 결과가 나온 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무인 전력이 현대 지상전의 개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는 인식을 더욱 강화한 사건이다. 기술과 인프라는 미국과 중국 등이 여전히 우위에 있지만, 적어도 무인 무기를 실제 운용하는 노하우만큼은 장기간 실전 경험을 쌓은 우크라이나를 따라갈 나라가 없다.
우크라이나 무인 부대는 전쟁 패러다임을 바꿨다. 특히 세 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가성비 전투'가 군사 강대국에 맞설 효과적인 방안임을 보여줬다. 수십만 원짜리 드론으로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최신 전차와 전함을 파괴하는 저비용 비대칭 타격이 현실화했다. 아울러 정찰 드론이 24시간 전장을 생중계하면서 기갑부대를 한꺼번에 돌격시키는 전통적인 대규모 공세가 불가능해졌다. 전파 교란을 뚫을 인공지능(AI) 자율 운용 기술과 전자전 방어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

(이스탄불=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35주년 독립기념일인 24일(현지시간) 대규모 드론·로봇 전력으로 짜인 퍼레이드를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유튜브에 올린 1시간 36분 분량의 영상 후반부에는 다양한 총포로 무장한 무인 군용차량 수십 대가 줄 맞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가 흐레샤티크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는 전차에 쓰이는 무한궤도 바퀴 장치를 달고 이동했다. 2026.8.25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무인 부대의 효용성이 실증되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의 군사 교리는 '무인 체계로 재편만이 살길'이라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모의 전투이긴 해도, 속칭 '천조국'의 기갑 부대가 전멸당했다면 해답은 이미 나온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특히 휴전 상태인 우리는 러-우 전쟁에 파병한 북한이 드론 전술 등에서 이미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있음을 경계하면서 무인 무기 확충과 운용 능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인 전쟁이 대세로 떠오른 만큼,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 무인시스템군(USF) 같은 전담 사령부 체계를 검토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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