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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수술에 쓰던 '인체조직'이 피부 주사로…안전성 괜찮나

입력 2026-08-27 06: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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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주사 ECM 제품, 의약품·의료기기 준하는 검증 절차 미흡


전문가 "수술용 조직과 주사제는 달라"…안전성·유효성 검증체계 마련해야




스킨부스터

[자료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피부에 히알루론산이나 콜라겐 등의 성분을 주사해 주름을 개선하고 탄력을 높이는 이른바 '스킨부스터'가 미용의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증받은 사람의 피부조직에서 추출한 '세포외기질'(ECM)을 주입하는 시술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피부에 주입되는 물질이라도 법적으로 무엇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안전성을 검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로 허가받는 피부 주입 제품은 각각의 법적 분류에 따라 임상시험이나 허가·심사, 품질관리, 이상사례 관리 등의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일부 ECM 제품은 '인체조직'으로 분류돼 유통되면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와 동일한 허가·검증 체계를 적용받지 않는다.


몸속에 직접 넣는 물질인데도 어떤 법적 범주에 속하느냐에 따라 검증의 문턱이 달라지는 셈이다.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피부 주입형 ECM 조직이식재 규제 공백을 논하다-안전성 검증 필요성' 심포지엄에서도 이런 피부 주입형 ECM 조직이식재의 임상 안전성과 법적 쟁점, 제도 개선 방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 수술용 '인체조직'이 피부 주사제로…안전성 논란


ECM은 피부에서 세포가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일종의 골격으로,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 여러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증받은 피부에서 세포를 제거한 '무세포 동종진피'(ADM)를 화상이나 외상, 유방암 수술 후 재건 등에 사용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인체조직을 냉동 건조하고 잘게 분쇄한 뒤 생리식염수 등에 섞어 피부에 주입하는 방식이 미용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인체 유래 스킨부스터'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수술 과정에서 결손 부위에 이식하던 조직을 잘게 분쇄해 액체 형태로 만든 뒤 피부 여러 곳에 반복적으로 주사하는 방식까지 기존의 '조직이식'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행 인체조직 관련 법체계는 뼈와 피부, 혈관, 심장판막 등의 조직을 질병 치료나 신체 기능 회복을 위해 이식하는 상황을 기본 전제로 한다.


하지만 ECM 스킨부스터는 조직을 분쇄·가공한 뒤 미용 목적으로 피부에 주입한다.


제품의 형태와 사용 목적, 투여 방법이 달라졌는데 법과 제도가 이런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고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포지엄에서도 기존 법체계와 새로운 주사형 제품 사이에 '회색지대'가 생겼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 "오랫동안 쓴 조직"과 "주사해도 안전"은 같은 말일까


안전성을 놓고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이원재 교수(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는 인체 유래 ECM이 화상·외상·암 재건 등에서 오랜 기간 사용돼온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임상 경험이 축적돼 있으며, 적법한 공여와 엄격한 공정을 거친 제품은 생체적합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종희 교수(대한피부과학회 미래혁신 이사)는 재건 수술에 사용해온 무세포 동종진피의 안전성 근거를 주사형 제품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임상 연구에서 중대한 이상 사례가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연구 규모와 관찰 기간이 제한적이고, 실제 미용시술에서 이뤄지는 반복 투여 환경까지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대 약학과 이지윤 교수도 제조 과정에서 남을 수 있는 잔류 DNA(세포 제거 후 남아 있을 수 있는 유전물질), SDS(세포 제거에 쓰이는 계면활성제), EDC(조직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쓰이는 가교제) 등이 면역자극이나 세포독성을 일으킬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복 투여 때 이들 성분이나 분해 산물이 몸 안에서 어떻게 분포하고 얼마나 남는지 평가할 기준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인체조직이 오랫동안 의료현장에서 사용돼왔다는 사실과 이를 분쇄·가공해 피부에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 식약처도 안전관리 강화…부작용 보고 연 1회→2회


이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인체조직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 7월 '인체조직 안전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조직은행과 조직 이식의료기관의 부작용 보고 주기를 기존 연 1회에서 반기 1회로 단축했다.


환자가 직접 부작용을 신고할 수 있는 근거도 명확히 했다.


또 조직이식 결과기록서에 인체조직을 사용한 목적과 시술 전에 환자에게 인체조직을 이식한다는 사실을 알렸는지 여부를 기록하도록 했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부작용 정보 수집·관리체계를 개선하고 인체조직의 사용 목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만으로 피부 주입형 ECM을 둘러싼 규제 논란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핵심은 '인체조직'이라는 기존 분류에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조직을 분쇄·희석해 주사 형태로 사용하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안전성·유효성 검증체계를 마련할 것인지에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실제 사용 목적과 투여 방식에 따라 ECM 조직이식재가 의약품 또는 허가 대상 의료기기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며 미용 목적 사용 제한, 주사형 가공제품의 허가체계 편입, 환자 설명의무 강화 등을 제안했다.


◇ 규제 기준은 '이름표'보다 어떻게 몸에 들어가느냐


물론 새로운 의료기술을 무조건 규제로 묶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인체 유래 ECM이 재건이나 재생의료를 넘어 미용의료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기술이라면 그 장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이유로 검증 과정이 느슨해져서도 안 된다.


특히 소비자가 병원에서 '스킨부스터'라는 설명만 듣고 시술받으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물질이 기증자의 인체조직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나 일반적인 의료기기와 다른 관리체계를 적용받는다는 점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GCN녹색소비자연대 유미화 상임대표는 이번 논의를 "특정 제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첨단바이오 기술을 어떤 원칙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충분한 안전성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 소비자의 알 권리가 보장돼야 혁신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규제의 잣대가 단순히 '인체조직인가, 의료기기인가'라는 이름표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무엇을 얼마나 가공했고, 어떤 목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몸속에 넣는지, 반복 사용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수술실에서 쓰던 조직이 오늘은 주사기에 담겨 피부미용에 사용되는 시대다.


기술이 바뀌었다면 안전을 확인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피부에 직접 주사를 맞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재생'이나 '동안'이라는 광고 문구가 아니다.


내 몸에 무엇이 들어오는지, 그리고 그것이 충분히 검증됐는지를 알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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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7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