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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장근로 있으니 주 52시간 유지?…산업계선 "탁상행정"

입력 2026-08-17 0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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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장관 "신청 4건뿐"…현장선 "까다로운 요건에 신청 포기"


전문가 "AI·반도체는 속도전…인력 운용 묶이면 피해는 근로자 몫"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신창용 기자 = 호남권 반도체 메가특구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둘 것인지를 두고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열심히 일해서 성취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욕과 의지를 제도가 꺾어서는 안 된다"며 첨단산업 분야의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지금의 주 52시간제 아래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만큼 굳이 노동 유연화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김영훈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실상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완화)과 같은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4건 정도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미 있는 제도도 쓰지 않으면서 별도의 주 52시간제 완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로 해석된다.


특별연장근로는 사용자에게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근로자의 동의와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활용하면 실질적으로 주 52시간제의 예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현장 상황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 52시간이라는 규제가 엄연한 상황에서 근로자의 자발적인 연장근로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기업 입장에서도 근로자 개별 동의와 정부 인가를 모두 받아야 하는 절차적 부담 때문에 제도 활용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가 요건이 재해, 국가비상사태, 갑작스러운 설비 고장, 업무량 폭증 등으로 매우 까다롭고, 사후 검증까지 거쳐야 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필요함에도 복잡한 절차 탓에 신청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 제도의 활용이 저조한 것은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를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 52시간제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예외 허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보다 행정 인력이 부족한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복잡한 서류 작업 때문에 신청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봇 등 최근 주목받는 신산업은 아예 특별연장근로 신청 대상 업종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결국 합법적으로 일할 방법이 막히다 보니 현장에서는 오히려 법을 어기는 '숨은 야근'이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컴퓨터를 끄고 일하거나 퇴근한 뒤 자택에서 잔여 업무를 처리하는 식이다.


음성적인 초과근무가 늘어나면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원래 법 취지와 달리 노동자는 일한 만큼 보상도 받지 못하고 무방비로 과로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노동법 전문가인 김동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연장근로는 노동부 장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기업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인력 운용을 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딱딱한 법 규제가 편법 근무를 부추겨 근로자 보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AI)·반도체 패권 경쟁의 본질은 결국 속도의 경쟁인데, 우리 기업이 이 경쟁에서 인력운용의 속도라는 변수 때문에 뒤처진다면 그 피해는 그 기업에 고용된, 그리고 앞으로 고용됐어야 할 근로자들에게 돌아간다"며 "지금은 기업이냐, 근로자냐는 이분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노동법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josh@yna.co.kr,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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