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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민주콩고 동부지역의 총, 균 그리고 광물 전쟁

입력 2026-07-23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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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장




김성수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장

[김성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2026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 기념 촬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6월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각국 장관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dwise@yna.co.kr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와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대표단의 고민을 들었다. 핵심광물과 에너지 협력 세션의 좌장을 맡은 필자에게 그들의 이야기는 무겁게 남았다. 세계는 민주콩고의 광물을 원하지만, 정작 민주콩고는 그 자원을 성장과 평화로 바꾸지 못하고 있었다. 치안과 제도, 보건체계가 무너지면 광물은 축복이 아니라 갈등의 씨앗이 된다.


민주콩고는 세계 산업 공급망의 전략적 거점이다. 2024년 세계 코발트 광산 생산의 약 76%를 차지했다. 아프리카 최대 구리 생산국이기도 하다. 코발트와 구리는 남동부에 집중돼 있다. 동부 키부의 분쟁지역에는 콜탄과 주석, 텅스텐, 금을 둘러싼 채굴과 밀수망과 얽혀 있다. 자원만 보면 세계 산업 전환의 중심이지만, 현실은 분쟁과 외부 개입이 뒤엉킨 '자원의 저주'에 가깝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분쟁지역 도시 지도

[제작 양진규]


지금 민주콩고 동부지역에서는 세 개의 위기가 서로를 증폭시킨다. M23 반군은 도시와 광산, 교통로를 장악하고,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민주군사동맹(ADF)은 마을과 피난민 공동체를 공격한다. 지난 5월 이투리주에서 공식 선포된 에볼라가 북키부와 남키부로 번졌다. 총성은 병원을 멈추게 하고, 피난은 감염 추적을 어렵게 하며, 불법 광물 거래는 다시 무장세력의 전쟁 자금이 된다.


무장 분쟁의 중심에는 M23이 있다. 무장반군 M23은 2009년 3월 23일 콩고 정부와 투치계 중심 반군인 국민수호전국회의(CNDP)가 체결한 평화협정에서 이름을 따왔다. 협정은 CNDP의 정당 전환과 정부군 편입, 난민 귀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옛 CNDP 출신 병력 일부는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2012년 정부군을 이탈해 M23을 결성했다.


이들은 콩고 내 투치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2025년 초 북키부주의 주도 고마와 남키부주의 주도 부카부를 장악한 뒤 병행 행정조직과 조세체계까지 운용하는 사실상 통치 세력으로 성장했다. 유엔 전문가단과 미국은 르완다의 지원을 지적하지만, 르완다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루바야 콜탄 광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 구조를 보여주는 곳이 루바야 광산이다. 이곳의 콜탄은 스마트폰과 전자기기에 쓰이는 탄탈럼의 원료다. 유엔 전문가들은 M23이 광산과 운송에 세금을 부과해 매달 약 80만달러(약 12억원)를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광산에서 나온 광물은 국경을 넘어 국제 공급망으로 흘러간다. 이 수익은 무장 활동과 점령지 통치자금으로 쓰인다.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된 전자기기와 동부 콩고의 분쟁 구조가 전혀 무관하지 않은 이유이다.




루바야 광산에서 채굴된 콜탄 원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ADF의 폭력도 심각하다. 우간다 반정부 조직으로 출발한 ADF는 민주콩고 동부지역으로 근거지를 옮긴 뒤 이슬람국가(IS)와 연계를 강화했다. 영토와 행정권을 장악하는 M23과 달리, ADF는 마을과 도로, 피란민 공동체를 기습하며 납치와 강제징집을 이어가는 게릴라형 테러 조직이다. 이런 환경에서 에볼라 대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감염병을 막으려면 환자를 발견해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해야 하지만 마을은 불타고 주민은 흩어진다. 의료시설이 공격받자 환자는 치료소를 피하고 의료진은 현장을 떠난다. 에볼라는 바이러스의 위기인 동시에 국가 역량의 위기다.





지난 6월 18일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주 부니아의 한 피란민 캠프에서 개인 보호장구를 갖춘 보건 관계자가 에볼라 의심 사망자의 장례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악순환의 뿌리는 두 차례의 콩고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르완다에서 후투 극단주의 세력이 투치족과 온건파 후투족을 집단 학살했다. 그 결과 난민과 무장세력이 민주콩고 동부지역으로 대거 유입됐다. 이에 따라 1996년 제1차 콩고전쟁이 발발했다. 이듬해 자이르(현 민주콩고) 모부투 정권의 32년 장기독재도 막을 내렸다. 그러나 새 정부와 르완다·우간다의 동맹이 깨지면서 1998년 제2차 콩고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은 주변국 군대와 반군, 광물 거래망이 뒤엉킨 지역전쟁으로 확대됐다. 2003년 공식적으로 전쟁은 종결됐다. 하지만 이들이 결합해 만들어낸 전쟁경제의 굳어진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민주콩고 동부지역의 분쟁은 단순히 반군과 정부의 충돌이 아니다. 르완다는 대학살 이후 동부 콩고로 넘어간 후투계 무장세력에 뿌리를 둔 르완다민주해방군(FDLR)을 자국 안보의 위협으로 지목한다. 반면 민주콩고는 르완다가 이를 명분으로 M23을 지원하며 자국 영토와 광물 유통망에 개입한다고 비판한다. 한쪽은 자위를, 다른 쪽은 주권을 내세우는 사이 주민의 안전은 뒤로 밀린다. ADF와 각종 민병대, 밀수업자들이 빈틈을 파고든다.


그 충격은 국경을 넘는다. 민주콩고 전역에서 약 580만명이 넘는 국내실향민이 발생했다. 일부는 주변국으로 피신했다. 과밀한 난민촌은 식량난과 성폭력, 감염병 위험을 키운다. 아동은 징집과 착취에 노출된다. 민주콩고 동부지역의 불안은 이미 한 국가의 내전이 아니라 동아프리카 오대호 지역 전체의 위기로 확장하고 있다.




민주콩고 미나보 임시 국내실향민 캠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평화 협상이 반복돼도 폭력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휴전 이후를 관리할 장치가 약하기 때문이다. 주민 보호와 무장해제, 외국군 철수, 피란민 귀환, 지방행정 회복, 광물 거래 통제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군사·제재 대응과 보건·개발 지원도 서로 다른 시간표를 따른다. 총을 내려놓으라는 합의는 있었지만, 총을 들게 만드는 공포와 이익의 구조는 남았다.


국제 공급망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제사회는 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값싼 광물을 원한다. 분쟁지역에서 불법 채굴·밀수된 광물이 국제시장으로 흘러드는 것을 충분히 막지 못했다. 광물 수익이 무장세력의 자금으로 흘러가는 구조를 끊지 못한다면 어떤 휴전도 오래가기 어렵다.


위기 극복은 총과 바이러스, 광물의 세 위기를 하나로 묶어 대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검증할 수 있는 휴전과 외부 지원 중단, 무장해제와 주민 보호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ADF 대응도 군사작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변국과 정보 공유, 국경 관리, 밀수망 차단으로 이어져야 한다. 의료진과 보건시설을 보호하고 진료체계와 식수·위생 시설, 디지털 질병감시도 강화해야 한다.


광물은 채굴에서 제련과 수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추적하고, 그 수익이 무장세력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합법적 행정체계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평화와 보건, 자원 거버넌스를 따로 다루는 한 민주콩고 동부지역의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이를 먼 나라의 비극으로만 볼 수 없다. 한국은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 경제다. 한국의 미래산업인 배터리와 전기차, 스마트폰과 첨단 전자산업의 공급망이 민주콩고와 연결돼 있다.




충전 중인 전기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동부의 콜탄·주석·텅스텐·금에는 분쟁광물 추적과 투명한 조달을 강화해야 한다. 남동부의 코발트·구리에는 노동과 환경 기준 그리고 현지 제련, 가공, 지역사회 이익 공유를 결합해야 한다. 여기에 감염병 진단과 이동형 의료서비스, 보건 인력 훈련과 디지털 질병 감시를 추가해야한다. 광물을 확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현지의 생명과 제도를 함께 지키는 협력이어야 한다.


민주콩고 동부지역의 위기는 세계 공급망의 위기이다. 주민이 보호받지 못해 공동체가 무너진다면 자원 개발은 지속되기 어렵다.


'코끼리들이 싸우면 풀만 짓밟힌다'는 스와힐리어 속담이 있다. 국가와 반군, 주변국과 외부 세력이 안보와 이익을 다투는 사이 짓밟히는 풀은 무고한 주민들이다. 안보는 무기로 적을 막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치안을 회복하고 의료시설을 지키며, 피난민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한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이 누군가의 피와 공포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안보다. 주민의 안전을 공급망의 출발점으로 삼을 때 비로소 민주콩고 동부지역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스마트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성수 교수


현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장 겸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USC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정치학 박사, 저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비교정치', '현대아프리카의 이해' 외 다수, 외교부·법무부·한―아프리카재단·재외동포청 등 공공기관 정책 자문위원 및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위원회 한국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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