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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밖 2030] ⑤ 청년정책 300여개 쏟아졌지만…컨트롤타워는 없다

입력 2026-07-20 07: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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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8년새 4배 이상 늘었지만 체감은 부족…"조정 넘어 선도 기능 필요"


"'나이' 아닌 사회 진입 '이행기' 중심 지원해야…EU 청년보장제 주목"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이대희 오보람 홍준석 기자 = 정부의 청년 지원 정책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유용한 지원을 찾기 어렵고 정책 효과도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를 통틀어 수백 개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도 어느 한 곳이 총괄 방향을 제시하지도 않고, 성과를 책임지고 점검하는 기능도 없기 때문에 정책 완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연령별 지원을 넘어 교육에서 노동시장으로 넘어가는 '이행기'에 초점을 두고 청년 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청년들의 경제활동 진입을 사회적 책임으로 보고 접근하는 유럽식 '청년보장제' 도입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 부처마다 정책 챙기지만, 구심점은 없어


20일 정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설정한 청년 정책 과제는 339개에 달한다. 관련 예산은 28조원에 이른다.


8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청년 정책 과제는 76개에서 4.5배로 늘었고 예산은 9조7천억원에서 2.8배로 불어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12월에는 2026∼2030년 5년간 추진할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282개 과제를 담았다.


하지만 수백 개에 달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진로나 자산 형성을 고민하는 청년들은 자신에게 맞는 지원 제도를 찾기 어렵고, 정부 역시 정책 효과를 종합적으로 관리·평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청년 정책은 대부분 각 부처가 별도의 청년 담당 조직을 두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고용정책관 아래 청년고용기획과, 청년취업지원과, 청년채용기반과를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인구아동정책관 내 청년정책팀이 청년 자립 지원 등 복지부 소관 청년 과제를 발굴·관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는 각각 청년정책과에서 각 부에 맞는 청년 정책을 다룬다.


부처가 각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청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현행 체계의 장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부처별로 분산·단절이 일어나면서 중복과 비효율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무조정실 내 청년정책조정실과 범부처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있지만, 방향성을 갖고 청년 정책을 선도하기보다는 조정과 관리 기능에 치우치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은 여전히 공백 상태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청년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청소년기부터 개입이 필요한데 현재는 아동기는 보건복지부, 청소년은 성평등가족부, 청년취업은 고용부가 맡는 식으로 단절된 상황"이라며 "40∼50명 정도 조직인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이 전체 청년기 업무를 통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문제에는 취업, 주거, 혼인, 출산, 청년 내 자산 격차, 혐오 문화, 남녀 갈등 등 여러 사안이 중첩돼 있다"면서 "꼭 부(部)가 아니더라도, 차관급 조직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상·기능별로 청년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에게 맞는 일자리는?'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각 업체의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6.5.19 kjhpress@yna.co.kr


◇ 연령 기준에 묶인 청년정책…"'이행기 지원' 필요"


정부 청년정책 대부분이 지원 대상을 획일적인 '나이'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2020년 정치권은 앞으로 정부가 청년의 고용·주거·교육·문화·여가 분야 정책을 아우르는 '청년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한다는 내용의 '청년기본법'을 제정했다.


그러면서 청년의 범주를 19∼34세로 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년 지원은 연령보다는 마지막 교육기관을 떠나 노동시장과 사회로 들어가려고 하는 '이행기'라는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졸업과 구직, 첫 취업, 독립 등 삶의 전환 과정에서 정책 수요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 지원책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로 진입해 안정적으로 살기 전 가장 불안한 몇 개월간 필요한 안전망을 준비하는 보장적 성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보다 더 나아가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거나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게 만들겠다는 것이 청년 정책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소멸과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의 범위를 40대까지 확대해 지원하기도 한다.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서로 다른 정책 목표를 '청년'이라는 하나의 연령 기준에 담다 보니 정책 대상과 취지가 혼재되는 양상이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김기헌 부원장은 "19∼34세만 청년으로 본다면 35세에는 바로 혜택을 못 받는 단절이 생기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방소멸 문제에 대응하고자 49세까지도 청년으로 취급해 지원하면서 목적이 흐려지는 상황"이라며 "'이행기'라는 기간에 명확하게 초점을 맞추면 청년 정책과 관련한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TV 제공]


◇ 유럽은 '청년보장제'…학교 밖 청년 찾아간다


학교를 떠나 경제활동으로 이행하는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디딤돌 기간을 주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유럽의 '청년보장제' 도입이 제시된다.


청년보장제는 유럽연합(EU) 이사회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실업률이 급증하자 2013년에 회원국에 추진을 권고한 제도다.


청년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실직한 뒤 4개월 안에는 일자리나 직업훈련, 견습, 계속 교육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제공받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국가가 실업 상태의 청년들에게 일이나 훈련 기회 제공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최대 시한까지 설정한 것이다.


EU 이사회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청년 고용의 어려움이 계속되자 2020년 10월에는 회원국에게 청년보장제도를 더욱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핀란드는 이와 별도로 교육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며 어떠한 복지 급여나 사회서비스도 받지 않는 29세 미만의 고립 청년을 지자체가 책임지고 찾아 지원하는 '아웃리치'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이겨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청년부대변인은 "청년보장제는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가 충족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적 책임으로 봐야 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며 "사회적 책임에 대한 담론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청년 고용 절벽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범부처 단위의 청년 고용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지난 4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 청년뉴딜 보고회'를 열고 8천억원을 투자해 청년 총 10만명이 혜택을 받는 '청년뉴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도 2030년까지 '3대 메가프로젝트·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청년 전문인력 20만명 이상을 양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구체화 작업을 벌여 올해 3분기에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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