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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대신 인턴·계약직으로 경력 시작…AI 역량 갖춰 이직 준비
단순 업무 자동화로 숙련 기회 축소…"실패하고 배울 자리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 놓인 신입사원 채용 안내 엑스 배너. 2024.6.23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김주환 기자 = 올해 신입 공채를 통해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에 입사한 게임디자이너 김은호(가명)씨는 캐릭터 성장 구조를 설계할 때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한다.
과거에는 캐릭터 레벨에 따라 공격력이나 체력 등 능력치가 적절하게 높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종 수치를 엑셀에 일일이 입력하고 시물레이션용 코드도 직접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AI가 수치 입력과 코딩 작업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면서 작업 시간은 이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렇다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쓰지는 않는다.
김씨는 코드가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계산 과정에 오류나 AI의 환각(할루시네이션)은 없는지 다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반복 업무는 줄었지만 AI가 내놓은 결과를 판단하고 검수하는 일이 새로운 역할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처럼 AI가 기업의 핵심 업무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신입사원이 처음 맡던 업무와 일을 배우는 방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료 정리와 단순 코딩, 초안 작성 같은 기초 업무를 반복하며 시행착오와 선배의 피드백을 통해 숙련도를 높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입문 업무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하면서 사람은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AI가 단순 업무만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조직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실력을 쌓으며 성장하던 '첫 경력의 사다리'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 AI 활용 능력은 기본…기업이 원하는 신입도 달라졌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채용 과정에서는 지원자에게 직무 경험과 AI 활용 능력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신입이 입사한 뒤 배우던 기술을 채용 전부터 갖추도록 요구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학점과 어학 성적, 자격증,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이 신입 채용의 주요 평가 요소였다.
이제는 AI를 어떤 업무에 활용했고 이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새로운 기준으로 추가됐다.
국내 AI 스타트업과 게임·IT 기업에서도 AI 활용 능력을 신입 채용과 교육의 주요 항목으로 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례로 엔씨소프트는 올해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AI 에이전트 실습' 과정을 운영했다.
교육에서는 주요 AI 프로그램의 특성을 비교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명령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등을 다뤘다.
신입사원이 AI에 단순히 업무를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정확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질문과 지시를 설계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참관객들이 부스를 체험하고 있다. 2026.5.6
mjkang@yna.co.kr(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참관객들이 부스를 체험하고 있다. 2026.5.6 mjkang@yna.co.kr
엔씨소프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업들은 앞으로 AI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AI가 내놓은 결과의 오류를 판별하고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더욱 중요한 취업 잣대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람이 10개 업무를 했다면 앞으로는 AI가 8개를 처리하고 사람이 나머지를 검수하는 분야가 늘어날 수 있다"며 "기업은 AI 운영 비용과 인건비를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전체 채용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숙련 기회 줄고 '경력 사다리' 흔들…중간 인재도 사라질 수 있다
AI가 신입의 업무를 대신하는 현상은 단순한 인력 감축 문제를 넘어 숙련 형성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판교의 한 게임 개발사 임원은 최근 업데이트를 앞두고 간단한 프로그램 수정 업무를 입사 1년 차 직원에게 맡겼다.
해당 직원은 지시받은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결과물을 제출했다.
이 임원은 "너무 빨리 작업을 끝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챗GPT에 코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며 "'내가 이걸 할 줄 몰라서 당신에게 맡긴 것이 아니다'라고 핀잔을 줬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머 출신인 그는 "사회 초년생 때는 선배들이 짜 놓은 코드를 한 줄씩 분석하고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면서 프로그램 전체 구조를 익혔다"며 "AI가 보편화하면서 그런 학습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신입사원이 직접 코드를 작성하며 겪던 시행착오와 문제 해결 과정을 AI가 대신하면서 단기적인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장기적인 숙련 형성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살피고 있다. 2026.4.28
saba@yna.co.kr
특히 AI는 숙련된 개발자의 핵심 판단 업무보다 신입사원이 주로 맡던 자료 정리와 초안 작성, 단순 코딩 등 진입 단계 업무부터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AI가 초안을 만들고 경력직이 이를 검토하는 방식이 신입을 채용해 처음부터 교육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이미 숙련된 인력만 찾고 신입을 키우지 않으면 몇 년 뒤 필요한 중간 경력자 자체가 부족해질 수 있다.
당장의 생산성 향상이 장기적인 인력 양성 기반을 약화하는 역설이다.
◇ 공채 대신 인턴·계약직…AI 경험이 취업 경쟁력 된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대규모 신입 공채를 통해 첫 직장에 들어가 장기간 근무하며 경력을 쌓는 방식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대신 인턴과 계약직, 외부 프로젝트와 단기 일 경험을 통해 첫 경력을 만든 뒤 이를 발판으로 다음 일자리를 찾는 경로가 갈수록 보편화하고 있다.
처음 취업한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기보다 짧은 기간 실무 경험을 확보하고 AI 활용 능력을 보완해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년들은 첫 취업 준비와 동시에 다음 이직 가능성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입사 자체가 끝이 아니라 해당 직장에서 어떤 업무를 경험했고 AI를 활용해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축적해야 다음 채용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뿐 아니라 인턴과 계약직, 외부 프로젝트를 거친 뒤 다시 신입 채용에 지원하는 이른바 '중고 신입'이 늘어나는 현상도 이 같은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단순 보조 업무를 맡기는 인턴 채용에도 여러 차례의 인턴 경험과 프로젝트 이력을 갖춘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판교의 한 IT 업계 관계자는 "거창한 업무를 맡기는 인턴 자리가 아닌데도 이미 경력이 많은 지원자가 상당수"라며 "신입 공채뿐 아니라 인턴 지원자의 이력도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2026.4.27
ryousanta@yna.co.kr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AI 기술 자체에 능숙한 사람에서 AI를 자연스럽게 업무에 활용하면서 최종 결과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AI가 작성한 코드나 문서, 분석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류와 한계를 찾아내 자신의 판단을 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청년 입장에서 주요 관건은 기업의 요구 사항을 알면서도 취업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상황에서 실제 AI를 업무에 활용한 경험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턴과 일 경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경쟁률이 높고, 참여하더라도 단기간의 보조 업무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경험이 있어야 인턴이 되고, 인턴과 계약직을 반복해야 다시 신입이나 경력직 채용에 지원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청년은 졸업을 미뤄 학생 신분을 유지하거나 계약직과 인턴을 거듭하면서 이력서에 넣을 직무 경험을 쌓은 뒤 신입 채용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청년 입장에서는 첫 일자리를 구하는 것뿐 아니라 재직 중에도 AI를 활용한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쌓아 다음 이동에 대비해야 하는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IT 업계 관계자는 "AI 경험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자신의 전공이나 기존 경험에 AI를 결합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AI는 개발 전공자만 쓰는 기술이 아니라 각자의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한 도구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연계한 인턴십과 실무형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비전공자와 지역 청년에게도 실제 업무 환경에서 AI를 활용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도 나온다.
gogo213@yna.co.kr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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