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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알래스카의 두 번째 골드러시 ③ 황금이 만든 길을 따라

입력 2026-05-14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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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미국 본토와 캐나다를 사이에 둔 알래스카는 비행기로 3시간 남짓 걸리는 먼 땅이다.



알래스카가 미국 개척 시대 골드러시의 무대였다는 사실은 의외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퍼지자 사람들은 시애틀에서 출항하는 배에 올랐다.


시애틀은 이를 계기로 알래스카와 함께 미국 북부 개발을 떠받치는 거점으로 성장했다.


한때 금을 좇던 해상 루트는 이제 항공과 산업, 관광을 잇는 네트워크로 바뀌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바라본 시애틀 항구 [사진/성연재 기자]


◇ 골드러시의 배경이 된 알래스카 그리고 시애틀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에 올라 시내를 내려다보면 이 도시가 북쪽으로 향하는 관문이었다는 사실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멀리 설산이 걸린 올림픽 산맥이 보이고, 그 아래로 알래스카를 오가는 배들과 시애틀 만 등이 한눈에 보인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바라본 레이니어산 [사진/성연재 기자]


바다를 끼고 조성된 부두들은 지금은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이지만, 한때는 알래스카와 유콘으로 향하는 사람과 짐이 모여들던 현장이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워터프런트로 다가서면 광부들의 상륙이란 뜻을 가진 '마이너스 랜딩'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식당과 상점, 기념품점이 늘어선 쇼핑 복합 건물이지만, 이곳은 알래스카 골드러시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건물이다.


마이너스 랜딩이 자리한 피어 57은 시애틀 관광지 한복판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공간이다.


오래된 부두의 분위기 위에 구식 아케이드 게임과 회전목마, 각종 상점과 식음 공간이 뒤섞여 있어 다른 워터프런트와는 또 다른 인상을 준다.


낮에는 바다와 산맥, 사운드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밤에는 조명과 대관람차가 어우러져 분위기를 돋운다.


부두를 따라 걷다 보면 유람선과 수면 위로 번지는 반짝임, 세계 여러 도시의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을 찍거나 잠시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시애틀이 '알래스카의 관문'으로 불린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도시 곳곳에 남은 기록과 전시에서 실감 나게 다가온다.





시애틀 항구에는 골드러시를 기념해 건축된 '마이너스 랜딩' 건물(뒤쪽)이 서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 도시 곳곳에 남은 연대의 흔적


시애틀 아트 뮤지엄에서 토머스 하트 벤턴의 1934년 석판화 'Going West'(서쪽으로)를 보면 당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화면 속 검은 기관차는 빛을 향해 달리고, 선로 옆 전신주는 속도에 밀려 뒤로 젖혀진 것처럼 보인다. 미술 전문가들은 이 작품이 미국 개척 시대 서쪽으로 팽창하던 추진력을 표현한 것으로 파악한다.


시애틀은 서부 개척의 끝자락에 선 도시이면서, 알래스카와 유콘 골드러시의 출발점이 된 곳이었다. 부두에서 본 골드러시의 자취와 미술관에서 마주한 서부의 상징이 서로 연결된 것처럼 느껴졌다.





알래스카대 북부 박물관에서 만난 토템폴 [사진/성연재 기자]


이번 여정에서 기억에 남은 또 다른 장면은 알래스카대 북부 박물관과 시애틀 아트 뮤지엄에서 발견한 토템폴이었다. 페어뱅크스에서 먼저 본 토템폴은 씨족의 문장과 공동체의 역사, 죽은 이를 기리는 기억이 나무 기둥 하나에 새겨져 있었다. 토템폴은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 때문에 더 묵직했다.


시애틀 아트 뮤지엄에 전시된 토템폴 앞에 섰을 때도 알래스카에서 본 토템폴의 기억이 또렷이 되살아났다. 이 토템폴들을 보면 두 지역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두 도시 사이를 오간 것은 금과 물자만이 아니었다. 사람과 자원, 문화도 함께 움직였던 셈이다.





위드비 아일랜드의 컴포츠 오브 위드비 와이너리 [사진/성연재 기자]


◇ 골드러시로 성장한 조용한 섬, 그리고 와이너리


한적한 시애틀 근교의 섬 위드비 아일랜드는 농산물로 알래스카 골드러시를 뒷받침한 곳이었다. 위드비의 프레리 농업은 골드러시를 계기로 활기를 띠었고, 감자 생산도 크게 늘었다. 자두를 말려 알래스카 광부들에게 보냈고, 감자와 양파도 함께 가공했다. 골드러시에 나선 인부들의 필수 물자에는 건조 감자와 건조 양파가 포함돼 있었다.


이런 배경을 알고 섬으로 들어가니 차창 밖 풍경이 다르게 보였다. 이곳은 이번 일정을 안내한 한국인 여행사 KMAX투어 손동준 이사의 추천으로 찾게 된 곳이다. 시애틀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건너간 뒤 창밖에는 바다와 초지, 낮은 숲이 번갈아 펼쳐졌다. 섬 풍경과 농지가 함께 이어지는 모습이 독특한 느낌을 줬다.


그 길 끝에서 만난 '컴포츠 오브 위드비' 와이너리는 이름처럼 편안함을 주는 곳이었다. 넓은 포도밭과 목초지, 완만한 언덕이 와이너리 건물과 잘 어울렸다.





컴포츠 오브 위드비 주인 부부와 손동준 이사 [사진/성연재 기자]


입구로 향하는 길에는 1m는 넘어 보이는 로즈메리가 향을 내며 손님을 맞고 있었다. 이곳은 화려하게 꾸민 관광지가 아니라 은퇴한 부부가 포도를 길러 와인을 만들며 손님을 받는 농장형 와이너리다.


처음부터 와이너리 운영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구불구불한 목초지와 외딴집, 바다와 산이 함께 보이는 풍경에 이끌려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부부는 가족과 이웃,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뭔가를 고민하다 와이너리가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와이너리의 인상은 조용하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었다. 눈으로 창밖의 해안과 설산이 함께 들어왔다. 화이트와인을 한 모금 맛보니 지금까지 맛본 어떤 와인보다 품질이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입안 가득히 경쾌하면서도 시원한 시트러스 향이 퍼졌다. 이곳의 와인은 가까운 이웃들에게만 팔린다. 그러므로 대도시 사람들은 와인을 맛볼 기회가 전혀 없다.


와이너리 위층에는 모두 4개의 객실이 자리 잡고 있다. 포도밭을 내려다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숙소다. 객실에서는 아래쪽 해안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컴포츠 오브 위드비 와이너리 객실 [사진/성연재 기자]


◇ 고요한 포구의 마을에서 맞은 풍경


해가 기울 무렵 인근의 랭리 해안가로 향했다. 이곳도 골드러시의 간접 혜택을 받은 지역이다. 항구와 가까운 작은 동네답게 거리는 크지 않았고, 가게들도 대부분 낮은 건물 안에 옹기종기 들어서 있었다.


그중 현지인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작은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는데,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었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소박한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메뉴판에서 눈에 띈 것은 이 지역에서 많이 찾는다는 홍합과 가리비 요리였다. 테이블에 나온 접시는 생각보다 소박했지만, 한입 먹자마자 동네 사람들이 왜 이곳을 즐겨 찾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홍합은 짠맛이 거칠지 않고 국물이 진했으며, 가리비는 과하게 손대지 않아 단맛이 살아 있었다. 바다를 건너온 섬마을에서 먹는 해산물이라는 사실이 음식의 맛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포트 케이시 주립공원에서 만난 사슴 가족 [사진/성연재 기자]


뜻밖이었던 것은 감자칩이었다. 흔히 곁들임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집에서 나온 감자칩은 얇고 바삭한 데다 기름 냄새도 나지 않았다. 독특한 조리법 덕분인지 손이 자꾸 갔다.


홍합과 가리비가 주인공이었지만, 솔직히 감자칩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현지인 틈에서 해산물 접시를 비우고 감자칩까지 먹고 있으니, 현지인이 된 기분이었다.


와이너리로 돌아와 기분 좋은 숙면을 했다. 다음 날 오전의 조식은 그야말로 심플하면서도 주위의 건강한 식재료들을 잘 활용한 음식들이었다.


간단한 베이컨과 감자, 토스트 정도였지만 신선한 재료의 맛이 잘 전달됐다. 위드비 섬에 간다면 근처에 있는 포트 케이시 주립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한 한국 영화 '만추'의 배경이 된 곳이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5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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