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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톡스] 격동의 하이닉스②…황제주로 탈바꿈한 '개미 무덤'

입력 2026-05-11 0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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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변동성 큰 반도체산업, 초호황만 이어질 순 없어



[※ 편집자 주 = 최근 반도체 초호황을 맞아 SK하이닉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막대한 성과급 지급과 수십 배로 오른 주가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하이닉스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 초일류기업으로 탈바꿈한 기업입니다. 이는 정부와 채권금융기관, 국민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이닉스의 격동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 사회적 책임과 이익 환원, 주가 수준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SK하이닉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옛 현대전자(옛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는 1996년 12월 26일 2만원에 상장했다. 주가는 1997년 6월 19일 4만9천600원까지 올랐다가 2003년 135원까지 추락했다.


현대전자가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공동관리에 들어가자 주가는 2001년 9월 30일 800원까지 떨어지더니 21대 1 비율의 감자 소식에 135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반도체 기업이 껌값보다 싼 '동전주'로 전락한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000년대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유상증자와 감자(자본감소)를 단행했다. 당시 주식을 오래 보유하던 개인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회사채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에선 하이닉스가 상장폐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감자와 증자, 채권단 관리를 받던 하이닉스가 생존 갈림길에 있다 보니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이닉스가 동전주로 전락하자 데이트레이더(Day trader·하루에 몇 번씩 주식을 사고파는 초단기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2000년대 초반 하이닉스는 '단타족의 성지', '개미 무덤'이었다.







# 오전 9시 개장 전. 하이닉스 호가창에 수천만 주의 매수, 매도 잔량이 쌓여갔다. 사자, 팔자 세력이 물량을 쌓아 '벽'을 만들었다. 이기는 쪽이 수익을 먹는 것이다. 하이닉스 하루 거래량은 2억주를 넘어 단연 1위를 차지했다.


단타족들은 1원 단위의 하이닉스 호가 전쟁에서 이기면 돈을 벌고 지면 잃는 '쩐의 전쟁'을 매일 이어갔다.


당시 주식 데이트레이더들 사이에서 하이닉스는 '스캘핑'(Scalping)의 최적지였다. 스캘핑은 매수 후 몇 초∼몇 분 안에 매도해 차익을 반복적으로 실현하는 초단타 매매 기법이다.


주가가 100∼500원 구간에서 움직일 때 한 호가(1원)만 올라도 수익률이 괜찮았다. 200원에 10만주를 사서 201원에만 팔아도 수수료를 제하고 수익이 났다. 이들 초단타족은 매일 하이닉스로 시작해 하이닉스로 하루를 끝냈다. 증권사 객장이나 피시방에서도 하이닉스 호가창만 띄워놓고 매매하는 이들이 많았다. 거래량이 억 단위여서 수백만, 수천주를 한 번에 던지거나 받아내도 체결에는 문제가 없었다.


# 하이닉스는 2003년 3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환기를 맞게 됐다. 2005년 7월 채권단 공동관리에서 벗어나자 주가는 2006년 9월 18일 4만100원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이 다운사이클(하락주기)로 전환하자 하이닉스는 적자로 돌아섰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주가도 2008년 11월 5천원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이후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적자와 흑자를 오가면서 부침을 겪었다. 하이닉스는 SK그룹이 2012년 2월 주당 평균 2만3천원대에 인수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SK그룹에 편입된 첫해인 2012년 초 2만4천원대였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장중 172만9천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7,100%, 72배에 이른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2003년 3월 26일 최저치 135원과 비교하면 1만2천800배다.


# 수많은 위기에 처했던 하이닉스 주식을 20여 년 전에 사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그는 '신'(神)이라 불릴 만하다. 인간이라면, 탐욕과 공포감을 갖고 있어 어지간한 뚝심과 강심장을 갖지 않고선 기약 없는 시기를 버텨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달려들어 '묻지마 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포모'(FOMO·남들이 돈을 벌 때 나만 뒤처지는 데 대한 불안감) 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닉스 역사가 말해주듯 반도체 산업은 업황 변동성(사이클)이 있어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호황기가 지나면 불황기가 찾아온다. 지금 호황이 영원히 계속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10배에 육박한다. 주가가 순자산의 10배에 가까워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구간에 있다는 얘기다. 전설적인 투자자 하워드 막스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회계나 경제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라며 모든 이들이 상황이 영원히 좋아질 것이라고 믿을 때를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초호황만 바라보지 말고, 조금은 냉정하게 시장 상황을 돌아봐야 할 시점인지 모른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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