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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채권단의 희생, 부실 탈피와 도약의 발판 돼
[※ 편집자 주 = 최근 반도체 초호황을 맞아 SK하이닉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막대한 성과급 지급과 수십 배로 오른 주가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하이닉스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 초일류기업으로 탈바꿈한 기업입니다. 이는 정부와 채권금융기관, 국민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이닉스의 격동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 사회적 책임과 이익 환원, 주가 수준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SK하이닉스는 과거 범(凡)현대그룹이 설립한 현대전자 시절에서 채권단 관리의 하이닉스반도체를 거쳐 SK하이닉스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역사를 써왔다.
1980∼1990년대 우리 반도체산업은 삼성, 현대, LG 등 '빅3'가 경쟁하는 구도였다. 삼성은 고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1974년 한국반도체(삼성반도체)를 인수하면서 가장 앞서 있었다. 옛 현대그룹도 1983년 고 정주영 회장의 결단으로 현대전자를 창업하면서 반도체에 발을 들여놨다. LG그룹은 1979년 금성정보통신, 1989년 금성일렉트론기술(LG반도체)을 설립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외환은행본점에서 열린 하이닉스 반도체 채권단회의. 2001.9.3 (서울=연합뉴스)
반도체산업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IMF)로 혼란기를 맞게 된다. 정부는 중복 투자를 줄이기 위해 대기업 간 사업 맞교환인 '빅딜'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전자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했다.
그러나 덩치가 비대해진 현대전자는 수조 원의 빚을 떠안게 됐고, 결국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2001년 현대에서 계열 분리돼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지금의 하이닉스는 현대(Hyundai)의 앞 글자와 전자(Electronics)의 뒷글자가 합쳐진 이름이다. 당시 하이닉스 임직원들은 무급 휴직 등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감수해야 했다.
외환위기 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유상증자와 감자(자본감소)가 이뤄졌기 때문에 소액주주들도 손실이 불가피했다. 상장 폐지될 수 있다며 회생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았으나, 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을 다시 맞으며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하이닉스반도체가 4일 그랜드 인터컨티넬탈서울에서 협력회사 협의회를 위한 '경영설명회'를 개최했다. 2009.11.4 (서울=연합뉴스)
정부와 채권단은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나 마땅한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관심을 보이던 국내 기업들도 막대한 시설 투자 등의 자금 부담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해외 기업들도 하이닉스에 눈독을 들였지만, 당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중국 등 해외 기업에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기업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2011년 말 SK그룹이 인수할 때까지 하이닉스는 10여년간 주인 없이 채권단 위탁경영을 받아야 했다.

SK텔레콤은 14일 오후 채권단과 하이닉스반도체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한 지분인수계약 조인식을 가졌다. 2011.11.14 (서울=연합뉴스)
2012년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는 SK그룹이 정유와 통신 등 내수 사업구조에서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전환점이 됐다. 하이닉스가 천신만고 끝에 새 주인을 찾았지만, 막대한 자금이 든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더구나 SK그룹이 대한석유공사(유공), 한국이동통신에 이어 하이닉스마저 품게 되자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SK텔레콤은 2011년 말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구주)과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모두 3조3천여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신주를 발행해 마련한 2조3천여억원을 하이닉스에 다시 투자하는 구조였다. 채권단(산업은행)이 더 이상의 자금 회수 대신 2조3천여억원을 하이닉스 정상화에 쓰도록 한 것이다.

(경주=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로 받고 있다. 2025.10.31 [공동취재] saba@yna.co.kr
자금 부담이 컸던 탓에 SK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도 있었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적자와 흑자를 오가야 했다.
하지만 마침내 하이닉스는 '환골탈태'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열풍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인수 첫해인 2012년 10조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97조원으로 10배로 늘었다. 무려 47조원에 달하는 흑자를 올려 그동안 쌓였던 빚을 갚고 막대한 현금을 쟁여놓게 됐다. 죽음 문턱에서 불사조처럼 살아나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나는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썼다.
SK하이닉스는 작년에 임직원들과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지급하는 것에 합의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250조원을 기준으로 내년 성과급은 25조원, 임직원 1인당 평균 7억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그룹이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한 지 14년이 지난 지금 반도체 초호황의 과실을 톡톡히 누리게 된 데는 정부와 채권단의 희생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이닉스가 구조조정을 겪을 당시 정부 산하 산업은행과 옛 외환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들이 신규 대출을 해주거나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해주면서 손실을 떠안았다.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도 국가기관(산업은행)이 공적 이익을 일부 양보하고 헐값에 매각한다는 비난이 있었다. 정부와 국민의 지원으로 극적으로 회생했다는 점에서 하이닉스를 국민기업(국민주)으로 부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 하이닉스 주식 투자로 대박 난 이야기는 그저 남의 이야기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당시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생겼다"며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거둔 성공의 열매는 임직원만의 몫이 아니다. 지금의 호황이 영원하다는 보장도 없다. 최 회장은 사회에 돌려줄 방안을 고민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 하이닉스를 믿고 지지해준 주주와 정부, 국민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최 회장의 혜안을 기대한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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