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표절 아니지만 부정경쟁"…게임 저작권 소송 쟁점은

입력 2026-04-16 10:30:54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111퍼센트-뉴노멀소프트 소송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문 보니


저작권은 불인정…시스템 차용은 부정경쟁 판단




111퍼센트의 '운빨존많겜'(왼쪽)과 뉴노멀소프트의 '그만쫌쳐들어와'

[111퍼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이도흔 기자 = 게임업계에서 성공한 타 작품 시스템을 차용한 것이 저작권 침해는 아니지만, 부정경쟁행위에는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 기조가 국내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베끼기' 관행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촬영 이성민, 장지현]


◇ '운빨존많겜' vs '그만쫌쳐들어와' 공방…"5억 배상하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이규영 부장판사)는 지난 2일 국내 게임사 111퍼센트가 뉴노멀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111퍼센트는 2024년 12월 뉴노멀소프트의 타워 디펜스 게임 '그만쫌쳐들어와'가 자사 게임 '운빨존많겜'의 플레이 방식과 사용자환경(UI) 등 시스템 전반을 표절했다며 게임 서비스 중지와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년 이상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재판부는 '그만쫌쳐들어와'가 '운빨존많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시스템을 차용한 것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뉴노멀소프트가 손해배상금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5억6천만원을 배상하고, 소송 비용은 양측이 절반씩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111퍼센트는 '그만쫌쳐들어와'가 '운빨존많겜'의 ▲ 숫자 '8'자형 전장 디자인 ▲ 적의 침입 경로 ▲ 유닛 소환 및 조합 시스템 ▲ 유닛 등급과 종류 및 특징 ▲ 배경음악 테마 등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시스템의 상당수가 선행 타워디펜스 게임이나 전략 게임 유즈맵(사용자 제작 지도)에서 이미 널리 활용된 요소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게임이 원고 게임의 구성요소에 대응되는 구성이나 규칙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창작적 표현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하다 보기 어려운 이상, 그 선택·배열 및 전체적 결합 관계에 관한 표현도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저작권 침해 주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동시에 뉴노멀소프트가 111퍼센트의 게임 요소를 상당수 차용한 것이 부정경쟁방지법이 금지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선행 게임들은 원고 게임(운빨존많겜)과 유사한 구성을 일부 포함하고는 있으나, 이를 모두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조합·연결·배치한 게임은 원고 게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봤다.


이어 "피고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원고 게임 내지 구성요소의 결합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5단계로 나뉜 유닛의 등급 소환 확률이 소수점 단위를 빼고 거의 동일하며, 뉴노멀소프트가 '그만쫌쳐들어와'를 '운빨존많겜'으로 오인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각적 표현을 사용해 게임을 광고했다고 지적했다.


뉴노멀소프트 측은 이런 판결에 불복, 지난 6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아키에이지 워

[카카오게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타 저작권 소송서도 핵심 쟁점 된 '부당경쟁' 여부


선행 게임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하는 방식의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는 앞선 국내 게임사 간 소송에서도 여러 차례 쟁점이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엔씨소프트(현 엔씨)가 웹젠[069080]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소송에서 웹젠의 'R2M'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이미 존재하던 게임 규칙을 변형하거나 차용한 것으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거나 설령 독창성·신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면서도 웹젠이 'R2M' 개발 과정에서 '리니지M'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해 모방했고, 엔씨소프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봤다.


게임 규칙 자체가 저작권이 있는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가져온 경우 원작자에게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의미다.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과 함께 웹젠이 엔씨소프트에 169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웹젠 측 상고로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반면 엔씨가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낸 소송에서는 저작권 침해 주장은 물론 부정경쟁행위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키에이지 워'가 베꼈다고 주장하는 '리니지2M'의 요소와 그 결합 방식은 다른 선행 게임에도 모두 존재한다며 "원고와 피고 게임의 공통되는 기본 규칙과 진행 방식, 구체적 표현 방식은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엔씨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또 '아키에이지 워'가 전민희 작가의 판타지 소설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PC 게임 '아키에이지'에 기반하고 있고, '리니지2M'에 없던 항해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는 점도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했다.


2심 재판부도 지난달 선고에서 엔씨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고가 주장한 시나리오, 캐릭터, 아이템, UI 등 요소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되는 공공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라고 판단했다.


jujuk@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