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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길도 막막" 버스 파업에 갇힌 부산 영도 주민들

입력 2025-05-28 11: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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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버스 1시간 넘어도 안 오자 택시 합승까지


정상 운행하는 마을버스 정류장엔 주민 몰려




부산 시내버스 노조 파업 돌입…147개 노선 운행 중단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병원에 늦으면 다시 예약하기도 어려운데…."


28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영도구 일동미라주아파트 정류장.


이곳에서 만난 70대 김모 할머니는 이날 오전 11시께 소화기관이 좋지 않아 중구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예정이었다.


이날 아침 첫차부터 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된다는 사실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야 알게 된 할머니는 발을 동동 굴렀다.


대체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할머니는 정류장 인근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에 허겁지겁 몸을 실었다.


김 할머니는 "요즘 병원에 의사가 없어 하루라도 빨리 진료받으려면 예약을 놓치면 안 된다"며 "지금 택시 요금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비상노선 버스로 활용되는 아동통학차량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에서 유일하게 섬으로 이뤄진 자치구인 영도구는 지하철이 없지만, 대교 등이 잘 연결돼 있어 평소 자가용이나 버스를 이용한다면 인근 도심으로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부산 시내버스 노사의 협상 결렬로 이날 첫 차부터 버스 운행이 전면 중단되자 영도구 주민들의 발이 꽁꽁 묶인 상태다.


시내버스 정류장 곳곳에는 대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여러 명이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모여 있었다.




부산 버스 파업 비상노선 버스 이용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시는 영도구에 전세버스를 투입해 50분 간격으로 운행할 계획이었지만,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동중학교 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카페의 가림막 아래에서 대체 버스를 기다리던 50대 박모씨는 급기야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과 택시에 합승했다.


박모씨는 "오늘 중구 남포동에 약속이 있어 꼭 나가봐야 하는데 1시간 넘게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며 "버스 운행이 중단된다고 해 평소보다 일찍 나오긴 했는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30대 김연정씨는 "여기는 마을버스가 운행하지 않아 평소 다니는 6대의 시내버스에 의지해 사람들이 영도 안팎을 오간다"며 "함께 기다리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만 5명 이상 봤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그냥 태워주겠다고 나선 일반 전세버스 기사도 있었다.


정류장에 정차하던 이 기사는 "부산시에서 투입한 대체버스는 아닌데 이 차가 부산항대교를 타고 해운대까지 간다"며 "혹시 같은 방향인 사람이 있다면 태워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한 시민이 "대교를 타기 전에 내리고 싶은데 가능하다면 부탁드린다"며 버스에 올랐다.




멈춰선 부산 시내버스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지역 시내버스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부산 연제구공영버스차고지에 운행이 중지된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2025.5.28 handbrother@yna.co.kr


남은 시민들은 여전히 "자갈치 시장에 가야 한다"라거나 "동구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며 울상 지었다.


이날 정상 운행하는 마을버스의 정류장에는 한때 10여명의 시민이 몰리기도 했다.


봉래동에서 만난 50대 정모씨는 "일을 하러 동삼동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마을버스조차 오늘 제때 오지 않는다"며 "아무래도 이용객이 많다 보니 밀리는 것 같은데 하루 일당을 깎으면서까지 택시를 타야 하나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하철이 없는 영도구 같은 지역은 시내버스가 소중한 '시민들의 발'"이라며 "모쪼록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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