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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 순간들 "좋아하는 재료 다 넣어 맛있는 음악 만들었죠"

입력 2026-10-14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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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군상 그린 2집 '연인들'…"사랑은 가장 어려운 모험, 음악은 관능적이어야"


2년 전 '음악만세' 성공에…"야심작도 아녔는데, 이리 열심히 음악 하게 될 줄은"




밴드 단편선 순간들

[오소리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사랑을 한다는 건 모험 가운데에서도 가장 어려운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밴드 단편선 순간들이 15일 정규 2집 '연인들'로 돌아온다.


2024년 첫 정규앨범 '음악만세'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끌어낸 이들은 이번에는 세상 속 다양한 연인 군상에 돋보기를 가져다 댔다.


멤버들은 '새들은 기쁨의 노래로 봄을 맞이한다 환희에 차', '연인들', '폭설 혹은 난시', '붉은 코', '연애', '바질' 등 10곡을 통해 달콤하면서도 격정적으로 사랑을 그려냈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팀의 프론트맨 단편선(40)은 새 앨범 작업 과정을 '모험'에 빗대 설명했다.


'연인들'은 여러 장르를 넘나든 음악적 모험의 산물인데다가, 앨범의 소재인 사랑 그 자체가 삶에서 마주하는 커다란 모험이라는 것이다.


단편선은 "모험이란 각자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물론 '오디세이'처럼 장장 20년에 걸칠 필요까진 없을 것"이라고 농담도 던졌다.


그는 "제게는 사랑이 늘 어려운 모험이었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슈였다"며 "노래가 1위를 하지 못했다고 우는 경우는 없었지만, 연인과 이별하고 슬퍼서 울 때는 많았다. 감정의 극한을 달리는 순간은 사랑과 연관될 때가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단편선을 필두로 이보람(피아노), 송현우(베이스), 박재준(드럼), 박장미(기타) 등 밴드 멤버들은 우리 삶에서 접했을 법한 소소한 상황들로 설득력 있게 사랑을 표현해냈다.


단편선은 "연애란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가 밀접하게 맞물려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라며 "'음악만세'가 거시적으로 세계를 관찰했다면, 이번에는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가 좋아하는 팀 버튼의 영화처럼 마이너리티한 주인공이 보편적인 서사를 이끌어 가다가 플롯이 갑자기 선회하는 듯한 구성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며 "이런 점 때문에 곡들이 전개에서 급발진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음악의 실험성은 선공개된 3번 트랙 '폭설 혹은 난시'에서 두드러진다.


단편선 순간들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시야가 흐려지는 듯한 혼란스러운 감각을 괴물, 아내, 연인, 장례, 침실 등 여러 이미지를 중첩시켜 약 6분에 달하는 길이로 표현해냈다.


그는 "좋아하는 (음악적) 재료를 다 긁어모아 넣어서 요리해 봤는데 맛이 좋더라"며 "양식을 요리하다 고추장도 한 스푼 넣었더니 맛이 괜찮은 것처럼, 이러한 음악으로도 청취자를 납득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프리(사전) 프로덕션 작업을 거쳐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들어가 지난달 말까지도 믹싱과 마스터링 등 후반 작업을 거듭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단편선의 말을 빌리면 멤버들과 함께 굽고 볶고 찌는 지난한 조리 과정을 반복했단다.




뮤지션 단편선

[오소리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단편선은 "좋은 재료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조리할 수 있을지 엄청나게 고민했다"며 "수록곡이 10곡으로 제가 낸 정규앨범 가운데 가장 적지만,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극적으로 경험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앨범은 1번 트랙 '연인들'로 막을 올린 뒤 동일한 노랫말의 10번 트랙 '연인들 2'로 마무리된다. 격정적인 1번 트랙과 달리 10번 트랙은 오래된 연인처럼 눅진한 느낌이 묻어 나오는 것이 재미있다.


단편선은 이에 관해 "같은 사건을 연인 두 명이 다르게 겪었다는 설정을 생각했다"고 짚었다.


허를 찌르는 듯한 예상 밖 곡의 전개, 록·댄스·발라드는 물론 전통 창(唱)까지 아우르는 변화무쌍한 음악 스펙트럼, 노래에 우아함을 가미하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플루트 등 관현악 사운드는 듣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귀를 어루만지는 이 같은 사운드의 향연은 연애라는 주제와 맞물려 묘하게 관능적으로도 들린다.


단편선은 "저희는 음악을 관능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포르노그라피처럼 들려야 한다는 게 아니라, 시각·청각·촉각 등 모든 감각을 통해 직관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음악이 품은 상징을 해석하기 이전에 소리에 즉각적으로 빠져들게 하는 게 대중음악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며 "음악의 본질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놀이 아닌가. 놀이로서 감흥이 약하면 별로다"라고 강조했다.




단편선 순간들 2집 '연인들'

[오소리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단편선 순간들이 2년 전 낸 '음악만세'는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모던록 음반' 2관왕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발매 당시에는 1집이 '마지막 앨범'이 되리라고 여길 정도로 전혀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단다.


단편선은 "'음악만세'는 전혀 야심작이 아니었다. 냉정히 말하면 음악 시장은 마흔이 된 저 같은 창작자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라며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얻었다. 이렇게 전업 음악가로 열심히 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의 손을 떠난 음악들이 많은 사람의 마음 속에 남는 작품이 된 것 같았다. 제 생에 그런 음반을 하나쯤 만들어 봤다는 게 무척이나 좋다"며 "제게 주어진 삶 안에서 좋은 음악을 잘 보여드릴 수 있도록 운동도 열심히 하고 관리도 잘하려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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