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영화 '바이러스' 주연…"오랜만에 밝게 웃는 연기"
"김윤석 보자마자 몰입…저와 한 번 작업하면 싫어할 수 없을 것"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20대 때는 드라마에서 천진한 모습을 자주 보여드렸다면 어느 시점부터는 형사물이나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에서 쫓고 쫓기는, 파이터 같은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저의 무표정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밝게 웃는 얼굴을 많이 보실 겁니다."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바이러스' 주연 배우 배두나는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많이 웃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풋풋하고 귀엽더라"고 말했다.
강이관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의 '톡소 바이러스'가 번진 세상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로, 배두나는 주인공 택선을 연기했다. 소설가의 꿈을 접고 매사에 의욕 없이 살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연애 세포'가 깨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변하는 인물이다.
배두나는 "(좀비물) '킹덤'을 찍을 때 '바이러스'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다"며 "마침 별다른 고민 없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원했고, 무엇보다 김윤석 선배님과 어떤 작품에서든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윤석은 톡소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균을 연기했다. 택선이 균에게 반하며 막무가내로 구애하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김윤석 주연 영화 '암수살인'(2018)을 보고서 그의 팬이 됐다는 배두나는 "이 작품에서 주목받은 건 주지훈 씨지만, 그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도록 김윤석 선배님이 어떤 역할을 해주셨는지가 다 보이더라"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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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로맨틱 코미디는 장르의 특성상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한데, 김윤석은 처음 보는 동료들도 연기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신비한 에너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선배님이 현장에서 균 자체로 계시니까 저도 헷갈릴 새 없이 곧장 택선이가 될 수 있었어요. 생각하실 게 있을 때면 촬영장을 서성거리시곤 했는데 '아 뭔가 (재밌는 장면이) 나오겠구나' 싶어서 짜릿하기도 했습니다."
배두나는 자신 역시 함께 연기하는 배우나 감독에게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저와 한 번 작업하면 저를 싫어하실 순 없을 것"이라며 "예쁘게 나오는 걸 고집하지도 않고 감독님들의 말을 충실하게 잘 따른다"며 웃었다.
"무조건 이 장면, 이 영화만 생각해요. 제가 더 돋보여야 한다든가 연기를 (다른 배우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게 없어요. 늘 상부상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연은 대접받고 조연, 단역이 섭섭할 현장을 만들지 않으려고도 노력하죠. 분량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세상에 '큰 배우, 작은 배우'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인지 배두나는 원톱으로도 손색없는 배우지만 적은 분량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출연한다.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등이 대표적이다. 수천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대작부터 저예산·독립 영화까지 고루 참여하며 작품 규모를 따지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배두나가 이런 작품을 한다고?'라고 하시는 영화가 제 필모그래피에 꽤 있어요. 그냥 제가 좋아서 한 거예요. 오랜 시간 연기한 덕에 제가 이런 작품을 고를 수 있는 게 행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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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 현장에는 씨네큐브 개관 25주년 특별전 참석차 전날 내한한 고레에다 감독이 배두나를 만나기 위해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과 배두나는 '공기인형'(2009)에서 호흡을 맞춘 것을 계기로 친분을 쌓았다.
배두나는 "'공기인형'은 제가 촬영이 끝나고도 역할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며 "고레에다 감독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그는 '브로커'에서 아기를 안은 뒷모습을 촬영하던 때를 떠올리며 "누군가 실제 아기 대신 인형을 쓰면 안 되냐고 물으니 (고레에다) 감독님께서 '배우는 등으로도 연기를 하는 것'이라며 아기를 안게 했다"며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연기관을 지닌 분"이라고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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