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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바둑은 응창기배…유창혁 사범님께 아픈 기억"
"전성기 때는 부담감으로 즐기지 못해…지금 오히려 만족"
"그냥 꾸준히 하는 게 어렵지만 무한 반복으로 습관이 돼야"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이창호 9단이 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통산 2천승 달성 기념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6.11.3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세계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이창호(51) 9단의 개인 통산 2천승을 축하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원은 3일 성동구 마장로 사옥에서 세계 프로바둑 최초로 2천승을 달성한 이창호 9단을 위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양재호 사무총장과 임직원, 조한승 프로기사협회장,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 등 프로기사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1986년 8월 만 11세의 나이로 프로에 입단한 이 9단은 통산 최다인 메이저 세계대회 17회 우승 등 수많은 최연소·최다 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지난달 26일 2026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 11라운드에서 최명훈 9단에게 20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면서 프로 입단 40년 2개월 만에 대망의 2천승(1무 830패, 승률 70.67%))을 달성했다.
이날 바둑계의 수많은 축하 메시지 속에 이창호 9단은 "많은 분이 축하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는데 감사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열심히 바둑을 둬 이렇게 뜻깊은 기록까지 만들게 돼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창호 9단의 일문일답.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이창호 9단(오른쪽)이 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통산 2천승 달성 기념식에서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으로부터 기념패를 전달받고 있다. 2026.11.3 yatoya@yna.co.kr
-- 2천승을 달성한 소감은.
▲ 오늘 이렇게 많은 분이 축하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어떤 말씀을 드릴지 사실 생각해 봤는데 열심히 두다 보니 이렇게 좋은 기록까지 만들게 돼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 2천승이라는 숫자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 참 어려운 질문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저도 바둑만 했기 때문에 좀 단조롭게 살아왔다고 볼 수도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2천승이 뜻깊고, 어떻게 보면 내 자신한테 상이라고 느껴져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생각한다.
-- 2천승 달성 이후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 목표를 잘 세우지는 않는데… 3천승을 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같고 2천500승까지는 욕심을 한번 내봐야 하나 생각을 해 본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이창호 9단이 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통산 2천승 달성 기념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6.11.3 yatoya@yna.co.kr
-- 처음 프로가 되고 난 뒤 첫 대국이 기억나는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대국은.
▲ 프로 첫 대국은 조영숙 사범님과 뒀는데 내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 구체적인 생각이 안 난다. 가장 뜻깊은 대국은 너무 많기는 하지만 응창기배 결승에서 창하오 9단과 둔 대국이다.
-- (최철한 9단 질문) 농심배 단체전에서 항상 마지막에 꿋꿋이 남아 수문장 역할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그 당시 전성기 한국 바둑을 이끌어 가던 이창호 사범님과 지금 이창호 사범님 생활 중 어떤 게 더 행복한지 궁금하다.
▲ 성적이 좋았을 때는 사실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부담을 느끼는 성격이어서 아쉬운 부분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그때보다 편하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이창호 9단이 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통산 2천승 달성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11.3 yatoya@yna.co.kr
-- 아픈 기억으로 남은 대국도 있었을 텐데.
▲ 생각보다 아팠던 대국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여기 앉아 계시는 최철한 사범도 그중 한 분이다. 유창혁 사범이나 이세돌 사범에게도 큰 판에서 진 기억이 있는데 특히 유창혁 사범님은 내가 꼭 이기고 싶다고 생각한 대국에서 오히려 진 게 많았다.
-- 신진서 9단이 현재 935승을 거뒀는데 후계자라고 생각하나.
▲ 신진서는 (나를) 한참 넘어선 것 같다. 질문이 약간 안 맞는 것 같은데 너무 잘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현역 프로기사 생활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 10년이 될지, 5년이 될지 혹은 15년이 될지 모르지만, 굳이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냥 즐겁게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한창 사춘기인 딸 둘이 있는데 2천승을 했을 때 가족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 거기에 대해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이창호 9단이 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통산 2천승 달성 기념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6.11.3 yatoya@yna.co.kr
-- 인공지능(AI)이 처음 나왔을 때 이창호 사범은 바로 시작하지 않고 한참 뒤에 AI를 통한 공부를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 인공지능이 처음 나왔을 때 충격이 좀 커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던 것 같다. 2∼3년 정도까지는 진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기계치여서 다루는 법을 잘 몰라서 늦었던 부분도 있다.
-- 예전 인터뷰에서 바둑의 본질에 대해 두터움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 지금도 두터움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약간 전투적인 쪽도 관심이 생겼다. 사실 (바둑의 본질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 질문) 승부사의 길이 엄청나게 절제되고 고독한 삶인데 그 길을 걷다 보면 지치고 쓰려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슬럼프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프로기사로서 삶을 굳건히 이어온 원동력은 무엇인지.
▲ 오늘 많이 도와줄 줄 알았는데 이런 (어려운) 질문을 하네요. 사실 그냥 꾸준히 하는 게 참 좋은 건데 생각보다 되게 어려운 거다. 저 같은 경우 뭔가를 하다 안됐다, 하다 안되기를 진짜 몇십번, 몇백번 무한 반복이었던 것 같다.
어떤 쇼츠 같은 데서 연예인들이 뭔가를 '그냥 하라' 이런 말 많이 하는데… 뭔가를 생각하고 하면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하고, 그렇게 지루한 것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습관이 되면서 자기 무기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 2천승이라는 먼 길을 달려오기까지 체력도 무척 중요했을 텐데 평소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 격렬한 운동은 하다 보니 몸에 좀 무리가 오는 것 같아서 스트레칭 같은 쉬운 운동을 거의 매일 한다. 음식은 특별히 가리는 것은 없는데 이것저것 먹되 조금씩 소식 위주로 한다.
-- 제2의 이창호를 꿈꾸는 어린 기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 바둑은 사고력에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하다가 안 맞으면 다른 분야나 그냥 공부하더라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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