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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재현, 정규시즌 마지막 타석서 20-20 포기하고 기습 번트 안타
삼성 박승규는 지난 4월 사이클링히트 포기하고 3루 질주

KIA 타이거즈 박재현이 12일 전남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종전 LG 트윈스와 홈 경기 2-2로 맞선 8회에 20-20 달성 기회를 포기하고 기습 번트 안타를 시도해 세이프 판정을 받은 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KIA는 이후 김도영의 결승 투런 홈런으로 4-2 승리를 거둬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비난은 잠시지만, 기록은 영원하다."
과거 한 프로야구 감독이 '타이틀 밀어주기' 행태를 두고 했던 말이다.
실제로 과거 KBO리그에선 시즌 막판이면 개인 타이틀과 기록 달성을 위해 승부의 본질을 외면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198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홍문종은 그해 삼성 라이온즈와 마지막 2연전에서 무려 9연타석 고의4구 진기록을 세웠다.
삼성이 당시 타격왕 경쟁을 벌이던 이만수를 밀어주기 위해 경쟁자 홍문종의 타격 기회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1992년 9월 17일엔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투수 한희민은 해태 타이거즈(현 KIA)와 홈 경기에서 4회까지 무실점 호투하고도 6-0으로 앞선 5회 송진우와 교체됐다.
최다승 경쟁을 벌이던 송진우에게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주기 위한 벤치의 판단이었다.
2009년 9월 25일 LG 트윈스는 롯데전에서 타율 1위 박용택을 출전명단에서 제외한 뒤 타율 0.002 차이로 2위를 달리던 홍성흔을 4연타석 볼넷으로 걸렀다.
박용택은 타격왕 타이틀을 가져갔으나 이후 야구팬들의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그는 은퇴 시즌인 2022년 당시 일을 스스로 끄집어내며 "그 당시 내 자신이 졸렬했다"고 사과했다.
타이틀 경쟁 과정에서 상대 팀 선수단과 담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적도 있다.
1988년 MBC 청룡(현 LG)의 김상훈은 정규시즌 3경기를 남겨놓고 김성래(당시 삼성)에 0.002 앞선 0.348로 타율 1위를 달리자 마지막 3경기에서만 4개의 번트 안타를 성공하며 타격왕에 올랐다.
1989년엔 타율 2위를 달리던 삼성 강기웅이 MBC와 더블헤더에서 3연속 번트 안타를 만들어내 빈축을 샀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보편화되고 팬들의 목소리가 커진 2010년대에 들어서는 이처럼 노골적인 타이틀 밀어주기 행태는 점차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 기록과 타이틀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선수들도 눈에 띈다.
최근 최다 안타 1위 경쟁을 하던 kt wiz 최원준은 삼성과 경기에서 볼넷을 얻자 배트를 집어던지는 행동으로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팀 주장 장성우에게 꾸지람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중계방송에 포착되기도 했다.

(전남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박재현이 3회말에 타격하고 있다. 2026.10.12 iso64@yna.co.kr
이런 가운데 올 시즌 팀 승리를 위해 개인 기록 달성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은 선수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KIA의 2년 차 외야수 박재현은 12일 전남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정규시즌 최종전 LG와 홈경기에서 야구 인생에 몇 번 찾아오지 않을 대기록 달성 기회를 잡았다.
그는 1회 첫 타석에서 우월 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홈런 수를 19개로 늘렸다.
이미 21개의 도루를 기록한 박재현은 남은 타석에서 홈런 하나만 추가하면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를 달성할 수 있었다.
3회 좌익수 뜬공, 5회 2루 땅볼을 친 박재현은 2-2로 맞선 8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해당 타석은 박재현이 20-20 달성을 노릴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박재현의 선택은 홈런이 아니었다.
그는 LG 불펜 존 케네디의 초구에 기습 번트를 댔고, 전력으로 뛰어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박재현의 기습 번트 안타로 케네디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후속 타자 김도영은 중월 결승 투런 홈런을 폭발했다.
KIA는 박재현의 기습 번트로 시작된 공격에서 승기를 잡아 4-2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LG를 한 경기 차로 제치고 정규시즌 3위를 확정, 준플레이오프(준PO) 직행에 성공했다.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5회 초 무사 1루 삼성 박승규가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2026.5.27 soonseok02@yna.co.kr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삼성의 팬들도 지난 4월 외야수 박승규가 보여준 플레이를 잊지 못한다.
박승규는 4월 10일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서 1회 3루타, 3회 안타, 5회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사이클링히트(한 경기에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치는 것)까지 2루타 하나만을 남겼다.
그는 4-4로 맞선 8회 2사 만루에서 상대 중견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고, 주자 3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왔다.
박승규는 2루에 멈추기만 하면 사이클링히트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3루까지 내달렸다.
조금이라도 팀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개인 대기록 달성 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그는 경기 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재현이 1루로, 박승규가 3루로 전력 질주한 장면은 야구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듯하다.
기록은 놓쳤지만, 감동은 영원하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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