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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성장해 대회 한번 나가려면 비용 폭탄…부모님 헌신으로 우뚝
생애 첫 AG서 일방적인 경기 펼치고도 아쉬운 은메달 '눈물 주르륵'

(나고야=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78kg급 결승. 대한민국 이현지가 중국 뉴신란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6.10.2 dwise@yna.co.kr
(나고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07년 2월생인 한국 유도의 샛별 이현지(용인대)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체격을 자랑했다.
전국체전 입상 경력의 씨름 선수 출신 부친 이치훈 제주도씨름협회 전무이사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이치훈 이사는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지는 어릴 때부터 컸다"며 "조금 큰 게 아니라 많이 컸다. 운동을 안 시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현지는 초등학교 시절 수영, 역도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많은 종목을 섭렵했다.
그러나 한 종목을 꾸준히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도에서 자란 이현지는 주변 환경 때문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기 어려웠다.
이치훈 이사는 "주변 선수들이나 지도자분들이 다들 육지로 올라가시더라"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여러 종목을 오가던 이현지는 부친의 지인을 통해 유도를 접한 뒤 비로소 한 종목에 정착했다.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이현지는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씨름 기술과 비슷한 허리후리기를 주 무기로 삼아 청소년 무대를 휩쓸었다.
선수 생활의 위기도 있었다.
이치훈 이사는 "제주도에는 유도부를 운영하는 학교가 없었다"며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썩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회 출전도 쉽지 않았다. 국내 대회에 한 번 나가려고 해도 항공편과 숙박비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나고야=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78kg급 결승. 대한민국 이현지가 중국 뉴신란을 상대하고 있다. 2026.10.2 dwise@yna.co.kr
하지만 이치훈-고영금 부부는 딸 현지의 꿈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이 이사는 "현지는 운동을 정말 사랑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말까지 도장에 나가서 훈련하더라. 선수 출신인 내가 봐도 참 대단했다"며 "딸의 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능에 노력이 더해지자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이현지는 남녕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4년 국내 무대를 넘어 국제 유도계를 흔들기 시작했다.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청소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더니 그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간판급 선수들을 모두 물리치며 우승했다.
고교 3학년 때는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도쿄 그랜드슬램 우승자인 일본의 아라이 마오를 한판으로 꺾는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잇달아 파란을 일으켰다.
주변에선 한국 여자 유도의 대형 스타가 탄생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나고야=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78kg급 준결승. 대한민국 이현지가 일본 무쿠노키 미키를 상대하고 있다. 2026.10.2 dwise@yna.co.kr
이현지는 용인대 입학 후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같은 체급의 간판 김하윤(안산시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다.
김하윤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유도 선수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딴 간판으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두 선수는 국내외 대회에서 최대 맞수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함께 성장했다.
이현지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김)하윤 언니는 경쟁자인데도 많은 기술을 알려주고 도움을 줬다"며 "특히 하윤 언니는 보기 드문 왼팔잡이라서 상대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언니가 없었다면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의 헌신과 선배의 도움 속에 성장한 이현지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 무대에 섰다.
그는 2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78㎏ 이상급 경기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펼쳤다.
8강에서 태국 톤탄 삿짜뎃을 경기 시작 6초 만에 허리 후리기 한판으로 꺾었고, 준결승에선 무쿠노키 미키(일본)를 밭다리걸기 유효승으로 누르며 결승 진출에 성공해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뉴신란(중국)과 결승에서 우위를 보이고도 밭다리걸기를 허용하며 한판을 내줘 허무하게 금메달을 놓쳤다.
경기 후 이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현지는 "준비한 것을 다 보여드리지 못했다. 아직 더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며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는 마지막 기술 허용에 관해 "상대 선수가 굳히기가 센 편이라 일어나려고 했는데 손이 잡혔다"며 "그 부분에 대처를 잘 못했다. 다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아쉽다"고 힘겹게 말했다.
이날 경기장 관중석에서 두 손을 모으고 응원한 부모님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큰 듯했다.
그는 흐느끼며 "금메달을 걸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다음에 더 잘하겠다"고 밝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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