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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된 발로 400m 완주해 은메달…"무서워서 멈출 수가 없었다"
개회 다음 날인 20일 오전 8시 30분 개인전 출발

[촬영 이대호]
(오카자키[일본 아이치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딱 소리가 났습니다."
지난 3월 홍콩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선을 1㎞ 앞두고 김태기(22·천안시청)의 발등에서 골절음이 울렸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400∼500m를 골절된 발로 뛰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2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의 트라이애슬론 한국 선수단 숙소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태기는 "다치고 나서는 무서워서 멈출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김태기가 발등 골절과 선천적 자가면역질환을 딛고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대회 개회식 다음 날인 20일 오전 8시 30분 남자 개인전 출발선에 선다.
트라이애슬론 개인전은 통상 1시간 안팎에 승부가 갈리는 만큼, 김태기가 메달을 딴다면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태기는 홍콩에서 다친 발등이 채 낫기도 전인 지난 5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운동을 하면서 치료하다 보니 뼈가 붙는 게 조금 늦춰지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훈련은 발에 부담이 적은 종목부터 순서대로 재개했다.
수영으로 시작해서 한 달 뒤 사이클에 앉았고, 달리기는 선발전을 일주일 앞두고서야 감각만 확인하는 수준으로 소화했다.
그는 "경기장에 들어갈 때까지도 안 되면 기권해야겠다는 마음과 불가능할 것 같다는 마음이 얹혀 있는 채로 뛰었다"고 돌아봤다.

[대한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행히 선발전은 수영 300m·사이클 6.6㎞·달리기 1.6㎞로 치러지는 '슈퍼 스프린트' 방식이어서 발에 걸리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슈퍼 스프린트는 혼성 릴레이 경기에서 한 선수가 소화해야 할 거리이며, 혼성 릴레이에 강점이 있는 한국은 슈퍼 스프린트 방식으로 대표를 뽑았다.
김태기는 "거리가 짧았던 덕분에 대표로 선발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태기에게는 발등 골절 외에도 오래된 동행이 있다. 바로 자가면역 질환인 강직 척추염이다.
학생 때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골반 통증에 시달리고도 성장통으로 여겼고, 스무 살에 부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정밀 검사에서 처음 의심 진단을 받았다.
이후 지금까지 약을 먹으며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가끔 통증이 심할 때는 아주 힘들다"며 "이번 홍콩 대회 때도 갑자기 통증이 심해져 고생했다"고 말했다.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강직 척추염은 중증도에 따라 병역판정검사에서 4∼6급이 나올 정도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질환이다.
김태기는 "가끔 많이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약으로 잘 다스리며 동행하고 있다"며 웃었다.
한국 트라이애슬론 대표팀은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혼성 릴레이 은메달을 딴 경험이 있다.
김태기는 개인전과 릴레이 모두 메달을 목표로 하면서도 "조금 더 확신을 갖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혼성 릴레이"라며 "짧은 거리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아 아시아권에서는 메달권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메달을 딴다면 가장 먼저 떠오를 얼굴을 묻자 그는 부모님과 지도자들을 꼽으면서도 "그런 분들보다 같이 훈련했던 선수들, 동료들이 더 생각날 것 같다"고 답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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