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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엔 조사실장이 '신속·적정 처리' 독려…기각 의견 나오자 '표류'
임오경 의원 "7개월 행정력 낭비…감사 필요"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스포츠윤리센터가 '셀프 신고'를 이유로 각하한 김병지 프로축구 강원FC 대표의 비리 의혹 사건이 조사 단계에서는 '기각' 결론이 났던 거로 확인됐다.
형사 절차에 빗대면 '무혐의'다. 기한인 4개월을 넘겨서까지 조사하고도 김 대표의 비리 혐의를 뒷받침할 근거는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10일 연합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스포츠윤리센터(이하 센터)의 김병지 사건 조사결과보고서를 보면 담당 조사관은 "기각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달아 사건을 센터 심의위원회에 올렸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 언론사가 자기 아들이 일하던 에이전시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보도하자 결백을 주장하며 센터에 자신을 신고했다.
센터는 지난해 12월 3일 신고를 접수하고 김 대표의 신분을 신고인에서 피신고인으로 바꿔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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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된 의혹은 크게 두 가지였다. 선수 5명에게 그의 아들이 소속된 에이전시와 계약하면 강원FC에 입단시켜 주겠다고 제안해 특혜를 줬다는 것, 그리고 이들 선수의 입단 계약 과정에서 해당 에이전시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선수들을 조사하고 계약서와 구단 내부 결재문서, 출전 기록, 평가자료를 함께 검토한 조사관은 두 의혹 모두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관은 "선수 선발은 일정한 평가 및 내부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부당한 개입이나 특혜를 인정할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수수료 관련 의혹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수 5명에게 지급된 수수료는 FIFA 규정이 정한 상한선 안에 있었다. 액수도 각각 135만∼250만원 수준이었고, 2명은 아예 수수료가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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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엔 '신속 처리' 독려…기각 의견 나오자 '표류'
사건은 접수 닷새 뒤인 지난해 12월 8일 담당 조사관에게 배정됐다.
이미 언론 보도로 제기된 비리 의혹이 충분히 조사할 만한 내용이라고 본 조사관은 김 대표의 신분을 피신고인으로 전환하고 '인지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내부 보고를 올려 조사실장의 결재를 받았다.
담당 조사관은 물론이고 센터 조사 업무를 총괄하는 조사실장도, 김 대표가 '셀프 신고'를 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조사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조사실장은 조사관에게 축구 팬들의 주목을 크게 받는 이 사건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의혹별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하는지, 어디를 접촉해야 하는지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지시한 거로 알려졌다.
조사는 법에 정해진 기한을 넘겨 이어졌다. 국민체육진흥법 시행규칙은 착수 90일 안에 사건을 처리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만 30일 연장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렇게 매달린 끝에 나온 결론이 '기각'이었다.
하지만 최종 판단을 내리는 심의위원회는 다른 결론을 내놨다. 임 의원이 함께 입수한 회의 녹취록을 보면, 심의위원장이 조사 내용이 아닌 김 대표가 자신을 신고한 형식을 문제 삼으며 '각하' 결론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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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이 바뀐 심의위의 11차와 12차, 두 차례 회의 사이에 센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선례가 될 수 있으니 '셀프 신고'가 조사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법률 자문을 구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조사실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사실장이 각하 필요성을 왜 처음부터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는지, 조사관이 기각 결론을 낸 뒤에는 왜 태도가 달라졌는지 등이 석연치 않다.
조사실장은 연합뉴스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센터 대외협력관은 "선례가 없던 일이라 (사건을 담당한) 1소위에서 2소위의 의견까지 들어 각하를 결정한 사안이다. 1소위와 2소위 모두 법률 전문가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 업무의 중심인 조사 업무는 조사실장이 사실상 총괄한다.
임 의원은 "7개월 동안 행정력이 낭비됐다. 관련 사안에 대한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강제력 없는 조사권만으로 체육계 전반에 걸쳐 수많은 비리, 인권침해 사건을 처리하는 센터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과연 수사권 없이도 김 대표 비리 의혹의 실체를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는지 의문 부호가 붙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법원에서는 센터 조사 결과와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임 의원은 "강제 수사권이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 스포츠윤리센터에 체육계의 모든 신고 건에 대해 일일이 조사할 권한을 준 것 자체가 모순이다. 각 종목단체나 대한체육회의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비리,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스포츠윤리센터는 일부 중차대한 사건이나 재심을 담당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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