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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별 한동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조교수

[이은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건축가 가우디가 추구했던 곡선의 미학은 축구 경기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의 '공은 둥글다'와 묘하게 맞닿아 있다. 되짚어 보면 자연에는 없던 직선을 인간이 국경이라는 이름으로 땅 위에 그어놓았다. 알려진 대로 아프리카의 국경선 상당수는 토착민의 역사와 삶이 아니라 식민통치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이동은 지도 위의 직선처럼 고정되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 비전을 찾아서, 가족을 따라서 그렇게 사람은 국경을 넘어왔다. 식민 지배를 경험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독립 이후에도 더 나은 삶을 찾아 과거의 식민 모국으로 떠났고, 그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3·4위전에서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게 국경을 건넌 사람들과 그 후손의 역사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무대가 바로 월드컵이다. 국가대표는 한 선수에게 단 하나의 국적만 허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은 프랑스와 아프리카 사이에 축적된 식민과 이주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프랑스 대표팀 주장 킬리안 음바페를 향해 날아든 것은 환호만이 아니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라과이의 셀레스테 아마리야 상원의원은 프랑스와 파라과이의 16강전에서 결승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그의 피부색과 아프리카계 혈통을 겨냥해 인종차별적 언사를 쏟아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국가대표로 뛰는 선수에게 "당신이 진짜 프랑스인인가"라고 물은 셈이다. 공교롭게 이번 월드컵에는 프랑스 태생 선수 99명이 출전했는데, 출생국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그중 프랑스 대표팀에서 뛴 선수는 23명, 나머지 76명은 부모 또는 조부모의 출신국을 택했다. 이 가운데 43명은 모로코·튀니지·세네갈 등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나라의 유니폼을 입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선수를 대표팀으로 선발하는 나라인 동시에 아프리카 국가대표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월드컵은 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디아스포라의 역사가 교차하는 공간이 됐다.
이러한 프랑스 사회의 다양성은 아프리카 식민 지배 이후부터 지금까지 하나씩 채워진 퍼즐과도 같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재건과 산업 성장기의 늘어난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 1세대 이민자들이 프랑스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언어 적응이 수월했던 불어권 아프리카로부터 가족 초청 이민도 늘어났다. 프랑스 사회의 디아스포라 지형은 그렇게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이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모두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수 없듯이, 각계각층에 흩어진 이민자 나름의 희로애락이 있는 법이다. 프랑스는 일찍이 그 다채로운 삶을 스크린에 담아왔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오마르 시 주연의 2014년 작 '웰컴, 삼바'(Samba)가 체류증을 얻으려는 세네갈 출신 이민자의 고군분투를 그렸다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소개된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은 난민 심사를 앞둔 기니 출신 술레이만의 이틀을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따라간다. 실제 기니에서 이주해 정비공으로 일하던 아부 상가레는 술레이만 역을 맡아 2024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배우 자신과 주변 이민자들의 경험이 영화에 녹아들면서 실제와 연기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진 것이다.
이 영화는 고향을 떠나온 자의 경제적 빈곤과 가족 부양의 책임,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난민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입증 가능한 이야기'로 바뀌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합법적 체류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본국의 아픈 어머니에게 약값을 보내야 하는 술레이만은 먼저 정착한 카메룬 출신 이주민의 계정을 빌려 배달 플랫폼의 라이더로 일한다. 동시에 그는 난민 심사에서 '인정받을 만한 이야기'를 '술레이만의 이야기'로 외운다. 배달보다 더 고된 일처럼 보인다.
기니를 출발해 말리를 거쳐 알제리와 리비아에 다다르면 중앙 지중해 경로를 따라 이른바 보트 피플(boat people)로 목숨을 걸고 바다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긴 여정을, 단 하나의 명료한 난민 인정 사유로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 영화가 삼바에게 로맨스와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면, 술레이만의 이야기는 10년 사이 이주민의 삶에 더해진 새로운 생존 질서―디지털 플랫폼 노동―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등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음바페와, 타인의 계정을 빌려 일하는 술레이만의 삶은 전혀 같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프랑스와 아프리카를 가르는 국경선만으로는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아프리카 디아스포라를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사람은 프랑스를 위해 골을 넣은 뒤에도 혈통과 정체성을 의심받았다. 다른 한 사람은 프랑스에 머물기 위해 자신이 어디에서 왜 왔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지난 7월 말 모로코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에서 일어난 이민자 사태 역시, 사람의 이동을 국경선과 서류로만 관리하려 할 때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은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 모론다바 해변에서 만난 아이들이 힘차게 차던 공 역시 둥글었다. 이처럼 사람의 이동은 공의 궤적처럼 하나의 직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생계와 가족, 박해와 희망이 뒤섞인 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국경을 넘나든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지도 위의 곧은 선과 서류 한 장으로 사람의 삶을 가르려 한다.
아프리카 알고보면, 디아스포라는 고향을 떠난 아프리카의 흔적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아프리카의 현재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이은별 교수
현 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조교수,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 한국외대 미디어외교센터 전임 연구원 역임. 에세이 '경계 밖의 아프리카 바라보기, 이제는 마주보기' 외교부 장관상 수상, 저서 '시네 아프리카' 세종도서 선정 및 희관언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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