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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대기서 나온 낭만야구…1회 21실점에도 볼넷 없이 정면 승부

입력 2026-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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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북구SC 이현준, '고교 최강' 덕수고 상대로 1이닝 85구 21실점


"내 인생 마지막 경기 될 수 있어서…후회 남기고 싶지 않았다"




역투하는 대구북구SC 이현준

대구북구SC 졸업반 이현준이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 덕수고와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그는 폭염 경보 속에 1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지며 20피안타, 3피홈런, 21실점 했으나 볼넷을 단 한 개도 내주지 않는 정면 승부를 펼쳤다. [이현준 본인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8일 서울 광진구 구의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보기 드문 진기록이 나왔다.


올해 전국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고교 최강' 덕수고는 비엘리트 출신 선수들로 꾸려진 대구북구SC(스포츠클럽)를 무려 42-0으로 대파했다.


덕수고는 홈런 3방을 포함해 팀 안타 34개를 몰아치며 대구북구SC를 5회 콜드게임으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이날 눈길을 끈 선수는 대구북구SC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현준이었다.


3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현준은 0-18로 뒤진 4회초에 팀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섰고, 1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무려 안타 20개를 허용하며 2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85개로 5이닝을 던진 상대 팀 선발 최희성(60구)보다 많았다.


그는 첫 타자 황성현에게 우중간 2루타, 설재민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은 것을 시작으로 9연속 안타를 내준 뒤에야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후에도 홈런을 포함해 5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두 번째 아웃을 잡았고, 홈런 등 안타 6개를 추가로 내준 뒤 가까스로 이닝을 마쳤다.


눈길을 끄는 점은 그가 안타 20개를 내주는 동안 사사구는 단 한 개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계속 안타를 얻어맞으면서도 상대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고교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로 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쉼 없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공을 던지고 또 던졌다.


이현준은 폭염으로 숨쉬기조차 힘든 극한의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날 이닝 중간엔 이시원 대구북구SC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교체 의향을 물었으나 이현준은 자신이 4회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시원 감독은 "선수의 의지가 너무 확고해 차마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현준은 경기 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난 졸업반이라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인 이번 대회가 고교생으로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대회였다"며 "진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야구선수로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도망가는 투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많은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난 오늘 타자로 안타 1개를 쳤고, 투수로 탈삼진도 1개 기록했다"며 "오늘 경기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투수 이현준

대구북구SC 졸업반 이현준이 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 덕수고와 경기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이현준 본인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이현준은 꾸준히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한 탓에 객관적인 기량은 톱클래스급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크다.


2008년 9월생 이현준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처음 접했다.


학원에서 재미로 야구를 하다가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는 부모님을 졸라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부가 있는 대구 옥산초등학교로 전학 가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배웠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1년 만에 그만뒀다.


야구를 향한 사랑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그는 중학교 2학년 체육 시간에 티볼을 한 뒤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티볼을 한 그날 이후로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야구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대구 정동고에 진학한 이현준은 야구선수의 꿈을 다시 품었고, 수소문 끝에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클럽 대구북구SC를 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이제는 누구도 이현준을 말리지 못했다. 부모님도 두 손을 들었다.


2024년 창단한 대구북구SC는 이현준처럼 순수하게 야구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학생 선수들이 주를 이뤘다.


창단 후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이들은 그저 야구하는 순간을 즐겼다.


2024년 15경기와 2025년 15경기에서 전패한 대구북구SC는 올해에도 봉황대기 전까지 14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그래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방과 후에 모여 구슬땀을 함께 흘렸다.


열악한 환경에도 없는 시간을 쪼개 훈련에 집중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1회전 콜드게임 패배로 짐을 쌌으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봉황대기 1회전 덕수고와 경기에서도 그랬다.




덕수고와 대구북구SC의 공식 기록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이현준 등 대구북구SC 소속 고교 3학년 학생들은 진로의 갈림길에 섰다.


대다수의 학생은 일반 전형으로 대학교 진학을 준비한다.


이현준은 일단 야구선수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야구부가 있는 대학교에 원서를 쓸 생각"이라며 "합격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어렸을 때부터 프로야구 KBO리그 그라운드를 밟는 꿈을 꿨다"며 "지금도 그 꿈은 작아지지 않았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구북구SC를 상대한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이현준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정 감독은 "상대 팀 선수지만, 경기 내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하더라"라며 "경기 후 우리 선수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치는 저 선수의 모습을 본받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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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9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