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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중고등·초등부 등 전 부문서 베트남계 우승
타국 생활 고단함 내려놓고 훌훌…셔틀콕으로 하나된 다문화가족

(고양=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6 전국다문화가족 배드민턴 대회 개회식에서 참석내빈들과 참가선수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6.8.8 andphotodo@yna.co.kr
(고양=연합뉴스) 정아란 성도현 기자 = 8일 전국에서 약 500명의 다문화가족이 모인 경기 고양 소노 아레나, 셔틀콕을 향한 참가자들의 땀방울과 진심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고양특례시체육회가 주최한 '2026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에서 베트남 출신이거나 베트남계 자녀들이 성인부, 중고등부, 초등부 등 전 부문 우승을 싹쓸이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코트를 달궜다.
성인부 혼합복식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는 응웬티화(34·대구) 씨와 쩐가오(44·충북 청주) 씨가 나란히 섰다.
두 사람은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들은 대구의 한 배드민턴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대회 출전을 위해 딱 한 번 호흡을 맞춰본 사이임에도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촬영 이동칠]
2012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2013년 한국에 정착한 응웬 씨는 현재 대구의 한 개인 약국 조제실에서 일하고 있다.
과거 베트남에서 호텔 안내원으로 일하던 중 여행 온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사랑을 키웠다는 그는 한국에 온 뒤 공장, 한의원, 치과 등 다양한 일터를 거치며 타국 생활에 적응해 왔다.
그에게 배드민턴은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이다.
응웬 씨는 "일주일에 2∼3번씩 꾸준히 운동하고 지역 대회도 자주 나갈 만큼 배드민턴을 사랑한다"며 "혼합복식은 처음이라 여자가 앞에 서는 대형이 어색하고 긴장됐지만, 경기를 치르며 금세 호흡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그의 파트너 쩐가오 씨는 베트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03년 결혼과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현재 한국에서 건설 공사 현장 근로자로서 땀을 흘리고 있다.
쩐씨는 어눌하지만 진심이 담긴 한국어로 "파트너를 믿고 뛰었는데 우승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땀 흘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데 배드민턴만 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촬영 이세영]
중고등부 복식 우승의 영광은 충북 청주시 봉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단짝 친구 다오반유그엉(17) 군과 응웬쫑린(17) 군에게 돌아갔다. 평소에도 틈틈이 함께 운동하며 우정을 다져온 이들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또래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두 학생 모두 베트남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한국으로 온 지 2∼3년 남짓 된 중도입국 청소년들이다. 한국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지만, 아직은 서툰 한국어 탓에 학업과 교우 관계 등 학교생활 전반에서 남모를 고충과 벽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배드민턴 라켓을 쥐는 순간만큼은 언어의 장벽이 무의미했다. 이들은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쌓인 자신감은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두 학생은 "우승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막상 1등을 하니 너무 기분이 좋다"며 "대회가 하루 일정으로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서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촬영 이동칠]
초등부 복식에서는 충남 공주시 금학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형제 임정현(12), 임주현(9) 군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들은 유창한 한국어로 우승의 기쁨을 당차게 쏟아냈다.
형 정현 군은 "가장 좋은 건 상금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보인 뒤 "작년 대회 영상을 아버지가 보여주셨는데, '이 정도면 우리 실력으로 충분히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욕심을 냈다. 동생을 믿고, 나 자신을 믿고 뛰었다"고 말했다.
동생 주현 군 역시 "형이랑 4년 전부터 배드민턴을 시작했다"며 "일주일에 4∼5번씩 밖에서 가족들과 운동하는 게 너무 익숙하고 재미있다. 금메달을 받아서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 형제들의 뒤에는 베트남 출신 어머니 이정선(34) 씨를 비롯한 가족들의 남다른 배드민턴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2013년 6월 결혼해 한국에 온 이 씨는 슬하에 세 아들을 두고 있다. 이날 대회장에도 조카들을 포함해 총 6명의 대가족이 총출동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씨는 "운동을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식구들끼리 다 같이 모여 배드민턴을 친다"며 "2020년에 태어난 막내가 아직 어려서 운동을 함께하기 어렵지만, 조금 더 크면 온 가족이 다 함께 코트를 누비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촬영 성도현]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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