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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겪고 사령탑 첫 시즌에 결승까지…"7차전까진 간다는 각오로"

[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지금은 아무 생각이 안 듭니다. 오늘 밤 자려고 누우면 그제야 조금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27일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정규리그 1위 팀 창원 LG를 3연승으로 제압하며 고양 소노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끈 손창환 감독이 남긴 소감이다.
경기장에서 아무리 짜릿한 승리에도 좀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그는 이틀이 흐른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날 밤 눈물이 나거나 하지는 않고, 아무렇지도 않더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1-2012시즌 안양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에서 전력분석을 하던 시절 첫 우승의 기억을 소환했다.
"당시 우승이 확정되고 다들 난리가 났을 때 별 감정이 없다가 집에 가서 누웠는데 울컥했다.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서 이번에도 그럴까 하고 기자회견에서 그렇게 말했던 건데…, 이번에는 내일 어떻게 하나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손 감독은 "제 인생에 풍파가 좀 많지 않았나. 이런 직업, 저런 직업도 경험했더니 웬만한 일에는 큰 동요가 없는 것 같다. 많은 일을 겪어보니 큰일이 생기면 오히려 냉정해지더라"고 말했다.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손 감독의 농구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SK와 소노의 경기. 손창환 소노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6.4.14 jieunlee@yna.co.kr
선수 시절 1999년 KBL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7순위로 안양 SBS에 입단해 4시즌 동안 29경기에 출전해 총 95분 58초를 뛰었다. 누적 기록이 20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일 정도로 큰 존재감이 없었다.
은퇴 이후에는 프런트로 홍보 업무를 맡기도 했고, 전력분석원이 되고서는 본사로 파견을 가 영상 편집을 배우기도 했다.
10년의 전력분석 경력을 거쳐 2015년부터는 인삼공사에서 코치로 일한 그는 2022년 고양 데이원으로 옮겼는데, 재정난으로 선수단이 어려움을 겪자 공사장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손 감독은 "영업 업무를 할 때는 영업하기 위해 태어났나 싶을 정도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나 술자리도 좋아했다. 전력분석을 하면서 골방에서 분석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즐기지 않게 되고 쉴 때도 조용히 쉬고 싶게 되더라"면서 "지금은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소심하다고 해야 할까"라고 소개했다.
이런 시간을 거쳐 프로 감독으로 첫걸음을 뗀 이번 시즌도 초반에는 팀이 중하위권을 맴돌며 순탄치 않았다. 2023년 창단 이후 지난 두 시즌 하위권에 머문 팀에 무명 선수 출신 '초보 사령탑'이 만나 쉽지 않은 적응기를 보냈다.
하지만 소노는 정규리그 후반부 파죽의 10연승을 질주하며 5위에 올라 처음으로 PO에 진출하더니, 6강에서 서울 SK, 4강 PO에서는 정규리그 우승팀 LG를 모두 3연승으로 물리치는 '업셋 드라마'를 쓰며 챔프전 무대까지 밟았다.

(고양=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 27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소노와 창원 LG 경기에서 승리한 소노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4.27 kimb01@yna.co.kr
손 감독은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전 팀 성적이나 구성을 고려했을 때 고쳐야 할 부분을 고치면 최대 5할 승률에 6강이라고 봤다. 그걸 토대로 향후 신인이나 보강을 통해 위를 노려봐야겠다는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어느 순간 자리를 잡고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니 여기까지 왔다. 혼자만 머리 싸매고 있는 건 소용없고, 다 같이 해야 한다는 걸 느끼면서 제게도 새로운 공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정현, 케빈 켐바오, 네이던 나이트의 '빅3'가 동반 활약하면서 반등한 소노는 PO에서는 이들 외에 이재도, 임동섭, 이근준 등 '신 스틸러'들이 곳곳에서 나타나 돌풍의 위력을 더했다.
빠른 전개와 스페이싱, '양궁 농구' 등으로 요약되는 소노의 농구가 무르익기까지 손 감독의 경력을 살린 '현미경 분석'도 한몫을 했다.
손 감독은 "시간을 얼마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짬 날 때마다 영상을 본다"고 했다.
그는 "미국프로농구(NBA)든 미국 대학 농구든 유럽이든 닥치는 대로 본다. NBA에 좋은 게 많지만, 우리 환경에서 디테일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면서 "큰 틀이나 동선은 참고하지만, 해결사의 영역은 KBL에서는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현실성 있는 것을 찾아내고자 다양하게 보며 영감을 얻는다"고 소개했다.

(고양=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 27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소노와 창원 LG 경기에서 승리한 소노 손창환 감독이 펜들의 축하에 기뻐하고 있다. 2026.4.27 kimb01@yna.co.kr
5월 5일 시작하는 챔피언결정전은 그의 '내공'을 또 한 번 펼쳐 보일 기회다.
아직 상대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정규리그 2위 안양 정관장이나 '슈퍼팀' 부산 KCC 모두 난적들이다.
손 감독은 "정관장은 단단한 수비력을 토대로 정규리그 2위까지 한 저력이 있는 팀이다. KCC는 '빅4'(허웅·허훈·최준용·송교창)에 숀 롱이 버티고 있고, 식스맨이 장재석인 말도 안 되는 스쿼드다. 슈퍼스타들의 개인기를 막기 쉽지 않다"면서 "우리는 누구를 만나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과가 어찌 됐든 7차전까지 가고 싶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손 감독은 "우리 기세가 좋아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다는 평가를 받지만, 객관적 전력에선 두 팀 모두 저희 위에 있다"면서 "끝까지 처절하게 간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4강 PO 때도 5차전까지만 가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이번에도 7차전 간다는 생각으로 '소노 쉽지 않네'라는 말이 나오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이 농구 인생 최고의 시기라고 할 만할까'라는 질문에 손 감독은 "사실 잘 모르겠다. 끝나봐야 알 것 같다. 지금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게 나한테 행복한 시간인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또 내일을 걱정해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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