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군단 알힐랄에 0-7 완패…그러나 시·도민구단 첫 8강 '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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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K리그의 자존심을 살린 이정효호 광주FC의 아시아 무대 도전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맹주 알힐랄에 막혀 8강에서 아쉽게 멈췄다.
26일(한국시간)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알힐랄과 8강전에서 0-7로 대패하면서 팬들을 열광케 했던 광주의 대회 여정도 막을 내렸다.
아시아 무대와는 거리가 먼 성적을 내던 광주는 2022시즌을 앞두고 이정효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돌풍의 팀'으로 거듭났다.
이 감독의 지휘 아래 곧바로 승격한 광주는 승격 첫해인 2023년 K리그1 3위에 올라 ACLE출전권을 받았고, 첫 경기부터 깜짝 놀랄 결과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지난해 9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리그 스테이지 1차전 상대는 일본의 명문 요코하마 F.마리노스였다.
2023-2024시즌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준우승팀 요코하마는 '초짜' 광주의 저돌적 공격 축구에 혼쭐이 났다.
광주의 가장 날카로운 창 아사니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3-7으로 무너졌다.
이는 광주가 창단 14년 만에 아시아 무대에서 처음 거둔 역사적 승리였다.
광주는 지난해 10월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원정으로 열린 리그 스테이지 두 번째 경기에서도 1-0으로 웃었다.
이번에도 아사니가 득점포를 가동해 연속으로 일본의 강호를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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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재정 건전화 규정을 어겨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제재를 받았다. 재정 여건에 맞지 않게 선수 영입에 많은 예산을 배정한 것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전력 보강이 불가능해지자, 이정효 감독이 공격수 허율(현재 울산)을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등 자구책을 짜내야 했다.
리그 스테이지 4승 2무 1패로 16강에 오른 광주와 달리 기업 구단인 울산 HD(1승 6패), 포항 스틸러스(2승 5패)가 아쉬운 성적으로 탈락하면서 광주의 여정에는 더욱 이목이 쏠렸다.
광주의 선전이 아니었다면 K리그에서는 리그 스테이지를 통과한 팀이 없는 아쉬운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16강에서 광주의 앞을 가로막은 상대는 일본의 강호 비셀 고베였다.
지난 시즌 J1리그 우승팀인 고베는 홈에서 열린 16강 1차전에서 0-2 완승을 거둬 광주를 탈락 위기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광주의 돌풍을 꺼트리기에 부족했다.
광주는 지난달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전·후반을 2-0으로 압도해 합계 점수를 2-2로 맞추더니 연장전에서 기어코 역전골을 터뜨려 기적같이 승부를 뒤집었다.
이번에도 해결사를 자처한 아사니가 연장 후반 13분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전매특허와도 같은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광주를 8강 무대로 이끌었다.
역대 시·도민구단 중 ACL 무대에서 8강에 오른 건 광주가 최초다.
지난 시즌 광주 구단의 연봉 총액은 약 96억7천만원으로 리그 7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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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저도 올 시즌 총연봉 규모를 70억원가량으로 축소해야 했던 광주에게 ACLE은 상금을 벌어오는 귀중한 기회의 장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출전하는 모든 팀이 80만달러를 출전료 성격의 상금으로 받는다.
여기에 16강 진출에 성공하면 20만달러를 추가로 챙긴다. 8강, 4강에 오르면 각각 40만달러, 60만달러를 더 받는다.
준우승팀에는 400만달러가 돌아간다. 우승팀 상금은 1천만달러다.
일단 도합 140만달러(약 20억원)를 상금으로 챙긴 광주는 상금 규모가 껑충 뛰는 결승행을 꿈꿨으나 사우디의 초호화 군단 알힐랄을 넘기에는 전력 차가 너무 컸다.
알힐랄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 주요 리그에서도 경쟁할 수 있을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 압도적인 전력을 꾸렸다.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주앙 칸셀루, 칼리두 쿨리발리, 후벵 네베스, 야신 부누,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등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 여럿 포진했다.
총연봉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선수단 시장 가치를 보면 광주의 수십 배에 달한다.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추산한 알힐랄 선수단 가치는 1억8천만유로(2천951억원)다. 광주(140억원)의 20배가 넘는다.
하지만 광주는 명백한 전력 차에도 수비 라인을 내리는 '웅크리는 축구'를 택하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은 공격 축구를 고수, 알힐랄과 정면으로 맞서는 용감한 전략으로 ACLE 여정의 마지막 순간까지 광주라는 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광주FC와 비셀 고베의 16강 2차전. 아사니의 연장 후반전 골로 1, 2차전 합계 3-2 승리로 8강에 오른 광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5.3.12 iso64@yna.co.kr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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