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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급의 미학'…류현진, 100㎞ '아리랑 커브'로 신시내티 농락

입력 2023-08-21 05: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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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9㎞' 구속차로 타자 현혹…장타 안 맞고 두 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




신시내티 상대로 5이닝 비자책 2실점 투구로 승리 안은 류현진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느린 커브를 결정구로 삼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통산 77승탑을 쌓았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한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단타 4개만 허용하고 2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했다.


토론토는 10-3으로 대승했다.


홈런 5방을 터뜨린 타선의 막강한 화력을 등에 업은 류현진은 왼쪽 팔꿈치 수술 후 빅리그 복귀 4번째 등판에서 가장 편안하게 승리를 안았다.


시즌 성적은 2승 1패, 평균자책점은 1.89다. 일주일 전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복귀 첫 승리를 거둔 이래 2연승 행진이자 두 경기 연속 비자책점 투구다.


컵스와의 경기에서는 '전가의 보도'인 체인지업이 위력을 떨쳤다면, 이날에는 커브가 주효했다.


류현진은 시속 110∼120㎞대도 아닌 100㎞대의 '아리랑 커브'로 완급을 완벽하게 조절했다.


이날 신시내티 선발 투수는 시속 161㎞의 빠른 볼을 우습게 던지는 우완 헌터 그린으로, 포심 패스트볼의 시즌 평균 구속은 류현진보다 16㎞나 빠른 시속 158.9㎞였다.


토론토를 상대로도 최고 시속 161.3㎞의 광속구를 던졌지만, 3이닝 동안 홈런 5방 등 안타 10개를 맞고 9실점(8자책점) 하고서 류현진보다 먼저 마운드를 떠났다.


강속구 투수 그린의 조기 강판과 정교한 제구를 앞세운 류현진의 농익은 투구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MLB 통산 77승과 시즌 2승을 향한 류현진의 역투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신시내티 라인업을 채운 7명의 우타자는 류현진이 던지는 바깥쪽 체인지업에는 비교적 빠르게 반응했다. 잡아당겼다가는 내야 땅볼에 그칠 게 뻔하므로 연구한 대로 결대로 밀어 쳤다.


첫 번째 비기가 신시내티 타자들의 레이더에 걸려들자 류현진은 결정구를 두 번째 필살기 커브로 바꿨다.


류현진은 커브로 3개, 송곳 직구로 2개, 체인지업과 컷 패스트볼로 1개씩 등 복귀 후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7개의 삼진을 낚았다.


특히 마운드에서 오른손 타자의 몸쪽으로 마치 사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궤적을 그린 커브는 무척이나 효과적이었다.


선구안이 뛰어난 좌타자 조이 보토는 바깥쪽에 휘어져 떨어지는 낙차 큰 커브에, 우타자 엘리 데 라 크루스는 몸쪽 아래로 폭포수처럼 떨어진 커브에 방망이를 참지 못했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연속 안타를 허용한 5회말 1사 1, 2루에서 맷 매클레인을 몸쪽 높은 커브로 포수 파울 플라이를 유도한 뒤 데 라 크루스에게는 12시에서 6시로 떨어져 스트라이크 존에 박히는 커브를 던져 삼진을 낚았다.


삼진을 솎아낸 커브의 시속은 105∼107㎞였다.




'99번'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완급 조절 쇼'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MLB닷컴의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의 이날 빠른 볼 최고 구속(시속 144㎞)과 가장 느린 '아리랑 커브'(시속 105㎞)의 구속 차는 시속 39㎞에 달했다.


신시내티 타자들은 체인지업(18개)에 버금가는 커브(16개)에 갈팡질팡하다가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날카롭게 파고든 평균 시속 141㎞짜리 직구에 의표를 찔렸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고도의 기술 덕에 류현진은 장타를 한 방도 맞지 않고 승리로 가는 지름길을 닦았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류현진을 응원한 한국의 팬들이나 더그아웃에서 초조하게 류현진을 바라보던 토론토 벤치 모두에 안도감을 주는 투구였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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