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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정책 20년 맞아 재검토 필요성엔 공감…"축소 앞서 지원 공백 확인해야"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3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다문화가족 우대 제도를 둘러싼 특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소득과 무관한 일률적 우선권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지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우대를 줄이기에 앞서 부처·지방자치단체별로 흩어진 전달 체계를 정비해 중복과 혼선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공공 산후조리원 우선순위서 촉발…'내국인 역차별' 주장 확산
논란은 지난달 28일 서울형 공공 산후조리원 예약 순위에서 다문화가족 산모가 국가유공자·다자녀 가정 산모와 같은 2순위라는 점을 문제 삼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이 주목받으면서 불거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게시물을 엑스(X)에 공유하며 "다문화가족 우대 제도 폐지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시행령 개정까지 포함해 깊이 검토해보겠다"고 밝히며 논란이 커졌다.
이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도 "일률적으로 우선권을 주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말했고, 법무부·교육부 등 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 지원 현황 실태 조사에 나섰다.
온라인에서는 다문화가족 우대가 내국인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반면, 이주민 노동·인권단체 등은 같은 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의 발언이 차별에 해당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쟁점은 소득 기준 없이 다문화가족에 우선권을 주는 방식이다.
현행 어린이집 입소 우선순위에서 다문화가족 자녀는 기초생활수급자·한부모가족·맞벌이·2자녀 이상 가구 등의 자녀와 함께 1순위에 해당하고, 별도 소득 기준은 없다.
서울시는 다문화가족에 우선권이나 별도 혜택을 주는 사업 26개를 1차 확인했고, 이 가운데 20개는 소득 기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3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주민 노동·인권 단체 등이 연 '이재명 대통령 이주민 관련 차별 발언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이 다문화가정 우대 제도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차별에 해당한다며 사과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11.3 seephoto@yna.co.kr
◇ 다문화 정책 20년…우대 기준·지원 대상 재검토 목소리
정부는 1990년대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2006년 '다문화·다민족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다문화 정책을 폈다.
다문화 정책은 주로 한국인과 결혼한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의 한국 사회 적응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농어촌 곳곳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 직업 훈련 등을 지원했고, 다문화 2세를 위한 보육·교육 지원책도 확대했다.
정책이 본격화한 지 20년이 흐르면서 가족 구성과 사회적 여건도 달라졌다.
국가데이터처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가구는 45만1천가구로 전년보다 2.8% 증가했다. 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의 소득·자녀 교육수준 등 주요 지표는 개선됐다.
이처럼 정책 도입 당시와 현재의 여건이 달라진 만큼 지원 제도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현장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책의 재검토가 곧 지원 축소나 우대 폐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다문화가족 지원 현장에 몸담아온 한 전문가는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무조건적 지원에 반대한다"면서도 "소득만을 잣대로 삼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령 어린이집 우선입소는 소득보다 양육·돌봄 여건을 보는 제도여서 부모의 한국어 소통 능력과 경제활동 여부가 입소 필요성을 가른다는 설명이다.
이 전문가는 언어 소통이 어려워 정보 접근이나 사회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다며 "한국말을 잘 못 하는 가족이 공공 서비스를 못 받으면 어디에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결혼이주여성의 경제활동 비중이 높은 가운데 어린이집 우선입소를 일괄 조정하면 언어 장벽에 맞벌이 부담까지 겹친 가정의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촬영 정아란] ※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
◇ 지원 사각지대 여전…기관 간 중복·공백도 개선 과제
다문화 정책이 결혼이주자와 그 가족에 쏠려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외국인 주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외국인 유학생, 이주배경아동·청소년 등으로 정책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률상 다문화가족에 해당하지 않는 외국인 가정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한 외국인 가정은 최근 아이돌봄시설 이용을 신청했다가 '내국인 우선' 기준에 따라 정원이 찼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거주하며 세금을 냈는데도 공공서비스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기존 제도 역시 실제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 결혼이민자·귀화자의 최근 1년간 지원서비스 이용 비율은 21.5%로 2021년(14.3%)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은 62.3%로 3년 전(62.1%)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중앙부처 '칸막이' 속에서 정책 수행 기관별 역할이 겹치거나 비는 문제도 꾸준히 거론된다.
김옥녀 숙명여대 교수는 "지역에서 이주민을 지원하는 기관들이 서로 다른 부처 소관으로 움직인다"며 "'각개전투'로 중복 지원이나 누락이 생기는 만큼 적어도 지역에서는 기관들이 네트워킹해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족센터는 지역정보 제공과 자녀 학교 적응, 한국문화 교육을,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노동자 본인 지원을 맡고, 외국인주민지원센터는 행정안전부나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다.
지원 대상과 수요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서비스를 담당하는 가족센터의 인력과 예산은 이에 맞춰 확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우대 제도의 존폐만을 논의하기보다 지원의 목적과 대상, 실제 필요성을 따져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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