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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탤런트 김용건(80)이 고(故) 최불암씨의 빈소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음 달 장남 하정우(본명 김성훈)의 결혼을 앞두고 상갓집에 가면 '부정(不淨) 탄다'는 속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문상을 강하게 만류했다지만,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22년간 부자지간으로 호흡을 맞추며 형제처럼 지낸 사이였던 만큼,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지 않은 것을 도리에 어긋난 처신으로 보는 것이다.

배우 임호가 고(故) 최불암을 떠나보내며 전원일기 출연진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임호 SNS.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혼례나 출산을 앞두고 상갓집 출입을 꺼렸다. 초상집의 나쁜 기운이나 귀신이 따라붙어 집안에 우환을 일으킨다는 '상문살(喪門煞)'을 두려워한 탓이다. 민간에선 상문살을 맞으면 갑자기 병이 들거나 돌연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상가에 가면 주머니에 붉은 팥을 넣어서 문밖에 뿌리고 귀가하면 문 앞에 소금을 뿌리거나 짚을 태우고 뛰어넘기도 했다. 요즘에도 혼사뿐 아니라 시험, 이사, 개업을 앞두고 문상을 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한국만의 풍습이 아니다. 중국 등 화교 사회에서도 혼례를 앞두고 장례식 참석을 꺼리는 풍습이 있다. 일본에서는 장례식에 다녀온 뒤 몸에 소금을 뿌리는 이들이 많다. 인도 힌두교에서는 가족이 사망하면 일정 기간 종교의식 참여를 삼가는 관습이 있다. 이처럼 죽음과 액운을 연결 짓는 관념은 여러 문화권에 걸쳐 나타난다.
그러나 유교의 가르침은 민간의 미신과 달랐다.『논어』에는 공자가 괴력난신(怪力亂神), 곧 괴이한 일과 초인적인 힘, 혼란스러운 현상과 귀신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는 구절이 나온다. 공자를 숭상한 조선 사대부들은 빈소를 직접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조문을 인간의 도리로 여겼다. 상가에 다녀오면 액운이 따른다는 속설은 유교의 예법과 거리가 멀었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우 정준호(왼쪽)와 강석우, 신현준이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열린 고(故) 최불암 장례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6.11.2 [공동취재]
기독교의 가르침은 더욱 분명하다. 구약성경 『전도서』는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며 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돌아보도록 가르친다. 신약성경 『로마서』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며 슬픔에 빠진 이웃을 위로하라고 권한다.『토빗기』에는 유대인 토빗이 버려진 동족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 지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죽은 이를 정성껏 수습해 묻어 주고 슬퍼하는 일을 신앙의 실천으로 그린 것이다.
김용건 집안은 개신교를 믿는다고 한다. 신앙의 가르침과 달리 미신을 따랐다는 점에서 여론은 더욱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들의 앞날에 혹여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자식 앞에선 장사가 없다 하지 않나.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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